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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년 심령 체험단.... 귀신과 함께

 

 

2년 전 네이버에 연재된 ‘신과 함께’(주호민 作)를 기억하시나요? 사후세계와 우리나라 민간설화를 주 소재로 큰 인기를 끌었던 웹툰입니다. 곧 영화화될 예정인데, 공유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썰이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죠.
저 또한 ‘신과 함께’의 왕팬인데, 실은 어렸을 적 귀신과 친숙(?)하게 지냈던 경험이 있어 사후세계, 심령, 귀신 이야기에 상당한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겪었던 크고 작은 심령체험들을 소개해보고자 하는데요. 나름의 소소한 고찰을 덧붙였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Episode 1 :
첫 귀신과 첫 가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가위를 눌린다. 나의 첫 가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찾아왔다. 당시 내 방 침대 맞은편 벽면은 앞 베란다로 통하는 이중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느 날처럼 방 침대에서 불을 끄고 잠이 들었는데, 그 날은 몇 초 만에 눈을 떴다. 어두운 방 안 과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부엌의 희미한 불빛, 엄마의 설거지 그릇소리. 익숙한 풍경이었으나 무언가 낯설고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몸이 굳기 시작했다. 동시에 닫혀있던 이중 창문너머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치로 공포감이 스며오는데, ‘그것은 내 방으로 들어오고 싶어했다’.
생각이 스치는 순간 이중 창의 바깥문이 쾅 열렸다.다급해진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 목소린 안 나오고 그 귀신 놈이 대신 비명을 질렀다. 큰 소리라기보다 내 귀에만 울리는 신음소리였다. 마침내 안쪽 창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귀신. 이집트 미라 같은 낯빛에 타버린 머리카락 숱덩이들이 붙은 얼굴이었고 두 눈 대신 뻥 뚫린 검은 구멍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손을 방 안쪽으로 마구 휘저어 내게 닿으려는 찰나,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 3시의 여전히 같은 방안. 당장 부모님이 계신 안방에 가고 싶었지만 그나마도 무서워서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꼬박 밤을 샜다.
 
# Episode 2 :
내쫓지 마세요
 
그 일 이후로 10여 년 간 정기적으로 꾸준히 가위를 눌렸는데, 잠들기 직전 ‘아 오늘이구나’ 싶으면 어김없이 당첨이 되었다. 어떤 귀신은 내 옆구리를 쿵쾅쿵쾅 때려댔고, 어떤 날은 귓가에 수 십 명이 속삭이는 ? 마치 주파수 겨우 맞춘 라디오 방송 같은 ?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똑바로 누워 자고 있는데 이불 안쪽에서 다리부터 어깨까지 나를 콩콩콩 밟고 올라오는 녀석도 있었다.(첫 가위 귀신 다음으로 무서웠다)
조금 불쌍했던 귀신들도 있다. 여느 가윗날(?)처럼 몸은 못 움직이고 눈만 뻐끔뻐끔 뜨고 있었는데, 검은 형체 여럿이 내 방바닥, 침대 맡, 창틀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딱히 적대적인 느낌은 들지 않아 호기심 있게 바라보던 중, 한 물체가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손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곧장 들어온 생각은 ‘내쫓지 마세요’. 어지간히 갈 데가 없었던 모양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3일 뒤에 다른 곳으로 이사했고, 검둥이들은 본 것은 그 밤이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그 집에 있을는지 가끔 궁금하다.
 


# Episode 3 :
엄마의 기도와 검은 형체들

여하간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중고등학교 학업이나 교우관계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항상 몸이 아팠고 잠을 제대로 푹 자지 못해 건강이 부실해졌다. 특히 만성 두통이 심했는데, 병원에서도 딱히 방도를 찾지 못했다. 딸 걱정이 된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즈음부터 절에 가서 기도를 시작했다. 엄마는 나보다도 훨씬 영적으로 예민한 분이다. 왠지 안심이 되는 플라시보 덕분에 고등학교와 재수시절을 지나면서 가위는 눈에 띄게 줄었다. 2-3일에 한 번 꼴로 눌리던 가위가 대학 진학 이후 연간 0-1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엄마가 처음 기도를 시작할 때 눈만 감으면 내 몸에 검은 형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상이 보였단다. 그런데 점차 기도가 진행되면서 한 명 한 명이 풀어져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 검둥이들이 사라지면서 내 몸이 건강해지고 귀신 인지 역치도 상승하여 QOL이 개선되었다.
 
# Episode 4 :
오랜만에 마주친 그녀
 
다만 몸이나 정신이 약해지면 지금도 가끔 마주친다. 본1 시절, 시험으로 한창 마음이 탈 때 쓸데없는 가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세음보살 사진을 항상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잠들기 전 왠지 모를 가위 전조증상이 올라왔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눈을 붙였는데 역시나 귀신이 왔다. 누워있는 내 어깨를 양 손으로 잡고 자기 머리를 내 목 언저리에 갖다 대는 여자귀신. 보기 싫어서 눈을 꽉 감고 있었는데, 비죽비죽 웃으며 달라붙어 있는 귀신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져 기분이 매우 나빴다.
어찌어찌 정신을 차렸는데, 기막힌 건 몇 개월 간 잘 세워져있던 관세음보살 사진이 엎어져 있었단 사실이다.
 
# Epilogue :
귀신을 ‘본다’ 는 것의 의미
 
여러 번의 가위에서 재미있었던 점은 귀신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 인식은 책이나 영화에서 보고 느꼈던 귀신과는 매우 달랐다. 후자가 귀신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공포 반응이라면, 정말로 귀신 볼 때는 그 형체를 눈으로 보기에 앞서, 존재에 대한 기운이 곧바로 강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이미지 자체는 잘 안 보일 때도 많은 것이다.
 
형체가 얼마나 잘 보이느냐는 기(氣)의 파장과 관련이 있다. 내가 내보내는 파장의 형태와 강도가 귀신의 그것과 비슷하면 귀신의 형체가 구체적으로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보이거나 희뿌연 형체로만 나타난다. 일반인인 필자의 경우 거의 검은 형체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귀신은 ‘본다’기 보다 ‘느끼는’ 것이고, 어떤 사람이 귀신을 의식한다면 귀신도 동시에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그렇다면 귀신들은 어째서 이승에 돌아다닐까? 본래 육체가 사망한 모든 영혼은 저승차사의 인도를 받아 심판장으로 인계된다. 사후세계의 심판의 구체적인 모습은 종교마다 다양한 견해를 보이는데, 불교는 8대 지옥, 무속은 10대 지옥, 티베트 사자의 서는 법성 중음과 투태 중음의 과정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후세계의 체험과정과 그 다음 생의 선택이 이전 삶에서 지은 죄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속의 관점에서의 심판장은 7+3=총 10개로 이루어져 있고, 첫 7심판은 각 부문 별로 7일씩 진행되어 7 X 7=49일 간 진행되며 그 후 100일, 1년, 3년에 걸쳐 최종 형량을 가린다. 이렇듯 인과율로 산출된 죗값에 따라 각 심판장에서 알맞게 처벌 받고 육도윤회의 다음 생으로 넘어가게 된다. 귀신들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러한 윤회 사이클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영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윤회이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P.S. 귀신과는 서로 모르고 연락 안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습니다. 사람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진 않는데다, 귀신을 상대하고 다룰 줄 아는 전문적인 종교인이 아닌 이상 멀쩡한 기력과 체력을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땐 이런 걸 조금 느끼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지만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지금이 훨씬 좋습니다.

 

김산신/봉은사 산신각도
괜찮은 거 같아요
<edito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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