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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의 모든 것

96호(2013.12.11) 2014. 4. 23. 23:59 Posted by mednews

비아그라의 모든 것

 

즐거운 밤을 보내고 싶은신가요?

 

 

비아그라. vigor(정력)과 Niagara(나이아가라 폭포)의 두 단어를 합성해 이름 붙여진 이 매력적인 약제는 수많은 남성들의, 아니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의 밤을 바꾸어 놓았다. 이 약은 어떻게 작용하고, 또 어떻게 발명되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아그라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 효능을 대단히 잘 암시하고 있는 상품명과 달리(정력이 폭포처럼 콸콸콸 쏟아지게 만드는 것인가?) 비아그라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력제라고는 볼 수 없다. 비아그라는 남성의 정력 그 자체를 향상시킨다고 알려진 보약 등의 정력제와는 작용 기작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엄연히 발기부전치료의 목적을 가진 약(발기강제제)이다.

발기란 생리학적으로 남성 성기가 성적 자극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크고 단단해지는(becomes firmer, engorged and enlarged)현상으로 정의된다. 성적 자극에 의한 신호는 척수의 발기 중추에 전달되고, 발기 중추에서 다시 성기로 전달된 신호는 남성 성기의 세포로 하여금 일산화질소를 만들게 한다. 이 일산화질소는 성기의 근세포에 도달해 혈관을 확장시키는 ‘cGMP’를 생성하게 한다. cGMP에 의해 확장된 혈관에 피가 몰리면서 발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발기의 해소는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즈-5(phosphodiesterase-5: PDE-5)라는 효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cGMP가 PDE-5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cGMP의 농도가 떨어지게 되면서 발기가 소실되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이 효소의 inhibitor로 작용한다. 즉 비아그라는 PDE-5의 활성을 억제해 cGMP가 일정농도 이상으로 유지되게 함으로써 발기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의 발기부전 치료제 중에는 36시간 이상의 발기 지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엄연한 약인만큼 비아그라도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흔하게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을 유발하고 드물게 시력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 등지에서는 성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정상 성인들도 비아그라를 투약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비아그라를 복용하고 성관계를 가진 일부 그룹에서 성기능의 향상이 보고되었으나, 플라시보 효과에 의한 부분이 큰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비아그라는 1990년대 초 미국 화이자 사에서 개발되었다. 초기에는 고혈압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임상실험결과 고혈압 치료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한 임상실험자가 “선생님... 그런데요..”라며 부끄럽게 보고한 ‘부작용’이 비아그라가 전혀 다른 용도로 처방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결국 비아그라는 1998년 미국 FDA에 의해 발기부전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비아그라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2700만 명 이상이 처방받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1999년 10월에 정식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현재 비아그라 외에도 씨알리스, 레비트라 등의 비슷한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되어 처방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된 자이데나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도 유통되고 있다.

2012년 5월 비아그라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본격적인 발기부전치료제의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약 시장이 열렸다. 국내 여러 제약회사에서 팔팔정, 해피그라 등의 이름으로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팔팔정의 경우 2013년 1분기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25억 원어치가 팔림으로써 33억원이 팔린 화이자의 오리지널 비아그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세이다. 현재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로, 각 제약회사들이 약가를 인하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웃지 못 할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오리지널 비아그라를 개발한 화이자 제약 측에서 한미약품의 팔팔정의 모양이 ‘블루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오리지널 비아그라의 모양과 비슷하다며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2013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두 약품은 처방전에 따라 투약되므로 일반 소비자들이 형태가 비슷하다고 혼동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화이자의 패소로 판결한 바 있으나, 10월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의 항소심에서는 “디자인의 유사성이 인정된다”라며 화이자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미제약측은 즉각 반발하여 대법원에 상고했고 11월 현재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이다.

개발과정부터 범상하지 않은 비아그라는 시판된 지 20여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뿌리고 있다. 그중에는 웃고 넘길 것도 있지만, 약물의 오. 남용 문제나 제네릭 약 개발에 의지하는 한국 제약업계의 문제 등 의대생으로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도 많다. ‘해피 드러그’라는 별명을 가진 비아그라지만 그와 관련된 문제들까지 그리 해피한 것일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사마천/한나라
<peter10cjsw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