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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두 번 사는 사람들

96호(2013.12.11) 2014. 4. 23. 23:50 Posted by mednews

세상을 두 번 사는 사람들

 

 

지난 달 이란에서는 처형된 사형수가 하루 만에 다시 살아나, 국제 인권단체와 국내외 여론에 힘입어 사형 재집행을 면하고 새 삶을 얻게 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형수는 마약밀수죄로 지난 10월 초 한 감옥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의사가 그의 사망 판정을 내린 뒤 ‘시신’은 시체안치소에 보관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기 위해 시체안치소에 들렀던 직원이 사형수를 감싼 비닐에 수증기가 차 있는 것을 발견하고 풀어보니 그가 두 눈을 뜬 채 살아있던 것이었다. 사형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현재는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죽었다 살아난, 즉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사람들은 ‘죽어 있는’ 시간동안 사후체험이라는 것을 겪었다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경험자들의 문화와 종교에 상관없이 그들이 진술한 사후체험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유체 이탈, 터널, 그리고 미지의 세계이다. 이들을 조합해 사후체험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사후체험은 ‘유체 이탈을 통해 신체를 빠져나온 영혼이 터널을 지나 도달한 미지의 세계에서 겪는 경험’이다.
그들이 겪는 첫 과정은 ‘유체 이탈’이다. 이 때 자신은 자신의 몸 밖으로 나와 보통 2~3m 높이에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지만,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몹시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게 몸을 빠져나온 영혼은 ‘터널’을 지나 현세의 삶과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한다. 여기서, 현세와 미지의 세계를 이어주는 터널을 지난다는 것은 경험자에 따라 계단을 오르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후 ‘미지의 세계’에서 겪는 경험은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미국의 한 기독교 신자는 터널을 통해 빛의 세계에 도달해 예수와 천사들을 만나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다시 살아나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들과의 이별 때문에 몹시 슬펐다고 한다. 반면 미신을 섬기는 일본의 한 여성은 꼬불꼬불한 벼랑길을 걸어 미지의 세계에 도달하니 남녀노소를 구분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섬기는 미신에게 만수무강, 불로장생을 기원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무런 대화 없이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한참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극심한 두통을 느끼며 깨어나 현실세계로 살아났다. 그녀는 그 경험이 매우 불쾌했다고 한다. 이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인생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사후체험을 경험한 이들도 많았다.
수많은 사후체험 경험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와 의학계는 대체로 사후체험에 대해 부정적이다. 사후체험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생체반응으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사후체험이 심장이 멈추면서 저산소증에 빠진 뇌가 죽음에 대한 불안을 처리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모든 정보가 입력돼 있는 뇌가 산소결핍으로 전두엽에서 발작을 일으켜 충격을 받아 마치 추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진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 7명의 두뇌 활동을 한 달간 분석한 결과, 죽기 직전 30초~3분 동안 많은 전기 에너지가 분출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죽기 직전 뇌세포가 마지막으로 분출하는 에너지가 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해 폭포수처럼 퍼지며 엄청난 흥분을 주면서, 사후체험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그 때의 경험이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들은 사후체험을 심층심리의 자기방어 기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죽음에 임박하면 엄청난 공포가 엄습하는데 이를 의식에서 배제하기 위해 마음이 만들어내는 여러 이미지가 바로 사후체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뇌사에서 7일 만에 살아 돌아온 신경외과 의사 이븐 알렉산더 박사는 자신의 사후체험을 책으로 써내면서 사후체험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의학계에서 환각으로 치부한 기존의 사후체험들은 잠시 심장이 멈췄을 때 발생했지만, 자신은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인해 대뇌 신피질이 이미 완전히 멈춰버린 상태에서 사후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후체험은 뇌가 꺼져도 의식이 계속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이며, 우리의 삶이 육체나 뇌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죽음은 인간에게 항상 공포의 대상이면서 우리 인간은 항상 그 너머의 세계를 궁금해왔다. 죽음에 관한 의학적 연구가 끝나지 않는 한, 사후체험은 언제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소재로 회자될 것이다.

 

최우혁 기자/계명
<cwh3602@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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