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들어볼래? 의대생의 조금 특별한 여름나기

 

학기 내내 엄청난 양의 공부에 치여 사는 뭇 의대생들에게 방학은 오아시스다. 기간 또한 여타 대학생보다 현저히 짧다.
그래서 가뭄의 물줄기 찾듯 방학은 특별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타는 햇살로 달궈졌던 지난 여름, 더위보다 강한 열정으로 방학을 보낸 의대생 신문사 3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천년의 모로코, 라마단의 인정을 느끼다

 

 ‘모로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주영의 나라(?) AS 모나코를 생각한다. 헷갈리고 있는 표정으로 ‘너 축구좋아하니?’ 내지는 ‘그 프랑스 옆에 있는 그 조그만 나라? 거기에 3주나 볼 게 있어?’ 라는 질문이 돌아오기 일쑤다.
대답은 제쳐두고, 내가 다녀온 곳은 '모로코'다. 아프리카 북서쪽,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마주하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에게 모로코는 생소하다. 한글로 쓰여진 모로코 가이드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 먼 곳을 굳이 가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사막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양이가 많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열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을 더해 배낭을 꾸렸다. 부푼 마음으로 모로코에 도착하던 날, 하필이면 여행기간 3주가 모두 라마단 기간이었다! 라마단과의 첫 대면은 여행 중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슬람교 신자들은 라마단 기간에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해가 떠있는 동안’이란 아침에 해가 뜨면서 흰 실과 검은 실을 분별할 수 있을 시점부터, 해가 수평선 아래로 그 모습을 감출 때까지다. 아쉽게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카페나 레스토랑은 거의가 문을 열지 않았지만, 라마단으로부터 이슬람을 느끼며 내가 진짜 모로코에 와있구나, 싶었다. 


저녁 8시에 가까워질 무렵이면 거리에는 어스름이 깔리고 상점들은 전부 문을 닫는다. 가게 주인들이 밥을 먹으러 간 것이다. 몇몇은 길 가장자리에 작은 테이블을 놓고 그것을 식탁 삼아 서너 명이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음식을 늘어놓고 밥시간만 기다린다. 밥시간이 되면 길거리의 스피커에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기도문이 흘러나온다. 이제 밥 먹으라는 뜻이다.
모로코에 도착한 첫 날, 밥시간이 가까워오기에 나도 호스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길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의자를 하나 끌어다 놓았다. 밥 먹고 가라고. ‘손님에게 식사를 정성껏 대접하는 유목민의 전통’이었던 것이다. 내 앞에 스프와 주스를 한 컵 가득 따라주고, 뭐든 먹으라고 열심히 권해주었다. 닳고 닳게 쓰였던 ‘인정’이라는 말을 진실하게 느낀 순간. 그렇게 모로코는 나를 반겼다. 천 년의 시간과 지금 이 순간의 생기가 넘치는 모로코의 메디나**. 영화 속 고대도시와 같은 광경 속에 구멍가게를 열고 기도하고, 공을 차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나에게 모로코는 박제되지 않은, 살아있는 진정한 박물관이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 메디나 : 아라비아어로 ‘도시’를 뜻함. 옛 이슬람 도시에서 근래에 교외에 건설되는 신시가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써의 구시가를 메디나라고 불렀다.

 

★ 전직 한의사의 생계형 알바, 대진 알바!

 

아르바이트의 최대 성수기인 방학! 보통 의대생은 과외에 매진하겠지만, 전직 한의사였던 나의 알바는 조금 특별하다.
본격 방학을 맞이하여 첫 2주를 온갖 여행으로 소비한 상반기. 후반의 2주동안 본격 마이너스를 메울 메워야 할 때가 다가왔다. 한의대 출신인 내가 할 수 있는 알바는 바로 대진 알바. 대진은 진료를 대신한다는 의미로 주로 원장님이 학회 휴가 세미나 예비군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그 자리를 메우는 것으로, 진료허가를 위해 보건소에 신고도 해야 하는 알바이다.
주로 한의사들이 이용하는 카페나 한의사 공식 사이트에서 자리를 구한다. 이력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간단한 인적사항을 보내면, 전화로 대진을 가야하는 날짜와 근무수당, 근무시간 등을 확인한 뒤 서로 구두로 약속이 정하고, 그 전날쯤 병원 원장님을 만나서 간단한 인수인계를 받는다.


장점은 여러 가지다. 여가를 위한 생계적 목적 외에도 자기가 언젠간 해야 할, 환자 돌보는 일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고용주인 병원장 역시 여름내내 영업을 지속하여 단골 환자가 이탈하는 걱정 없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본격 휴가철인 7월말 8월초, 혹은 설이나 추석연휴 전후가 대진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대진할 병원이 제주도나 바닷가에 가깝다면 알바와 관광을 겸할 수 있다. 이번 방학의 대진 병원은 강릉에 위치했는데, 알바가 끝나고 곧바로 경포대를 가는 관광코스를 즐길 수 있었다. (비록 혼자 돌아다녔지만...) 다소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 환자분 왈, ‘원장님 바뀌었네요. 뭐 때문에 그래요?’하시는데 합리적인 윈윈(?) 답변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 방학에도 더 열심히 여행을 다니고 더욱 열심히 대진해서 빚을 갚아 나갈 계획이다. 벌써부터 겨울 방학이 기다려진다.


이건 기자/중앙
<silvercookie@e-mednews.com>

 

★ 방학의 꽃, 동아리 연습

 

내가 재학 중인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는 밴드, 연극, 관현악 등 공연동아리가 있는데, 나는 합창동아리 ‘ANTUS’의 단원이다.
안투스의 공연 연습은 7월 15일부터 8월 2일 공연 날까지 총 3주간 이루어진다. 예과 1학년인 나로서는 처음 접해보는 경험이다.
총 3주간 발성, 호흡 등 기초적인 소리내기에 중점을 두고 연습을 했다. 아침 9시 30분까지 학교에 모여서 보통은 밤 10시, 늦는 날에는 새벽 1시를 넘기는 날도 있었다. 첫 주에는 하나도 맞지 않던 화음, 따로 놀던 목소리가 공연이 임박하여 아름다운 화음으로 변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졸업하신 선배들이 직접 찾아오셔서 우리를 지도해 주시고, 저녁도 사주시며 격려를 받을 때 ‘나도 나중에 졸업해서 저런 선배가 되야지’싶은 자극도 받았다.
드디어 공연당일. 생각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조명이 떨어지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공연은 매끄럽게 마무리 되었다.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는데 3주의 고생이 눈 녹듯 씻겨 내린다.
예과 첫 학기를 보내면서, 무의미 내지는 무기력한 하루를 살고 있다는 느낌에 답답했는데,합창 연습이 시원한 돌파구를 주었다. 하기 싫은 생각이 들어도 스스로 다독이며 결국 해내고야 마는 것, 다른 사람과 맞추며 일하는 겸손함이 어떤 것인지. 두 가지를 마음으로 깨닫게 준 안투스, 고맙습니다!  


박강희 기자/계명
<kanghee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