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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도 아파요!

94호(2013.09.05)/의대의대생 2013. 9. 7. 14:50 Posted by mednews

의대생도 아파요!

한번쯤은 경험했을 의대생 호발 질환

 

 

한 의사는 자신이 공부했던 의대를 endemic area(유행지역)라고 표현하곤 했다. 의대생들이 수많은 질환을 공부하는 만큼이나 의대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병의 종류도 많다. 개중엔 가벼운 것들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중증의 질환도 있다. 이것들 중 몇 가지를 이 지면을 통해 다뤄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어떤 약물을 처방하라거나 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사가 아니다. 오히려 의대생들이 자기의 병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글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


본과 1학년 의대생 A(22세, 여)씨는 시험만 되면 화장실에 자주 간다.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서 변을 봐야만 통증이 사라지는데, 이것이 하루에도 3~4회를 넘는다. 변은 설사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고, 평소에 비해 좀 무른 편이다. 시험 때만 되면 복통이 생기니 안 그래도 받는 스트레스에, 신체적 통증까지 동반되어 시험기간이 더 괴롭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그는 대장내시경을 받았나 큰 이상은 없었다.
이 같은 경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변이 물러지면서 횟수가 늘어나고, 하복부 통증이 동반되어 있다면 임상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통증에 의해 발생하는데, 평소에 받는 스트레스의 양이 많은 의대생들은 이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 본인이 기질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여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극적인 음식이나 유제품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증상이 많이 심하다면, 내과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위식도 역류질환
(Gastroesophageal Reflux Syndrome)


본과 4학년 의대생 B(24세, 남)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항상 약을 먹는다. 그가 앓고 있는 질환은 위식도 역류질환. 본과 4학년인 B씨는 시험을 치르고 난 후나, 실습 텀이 끝난 날이면 늘 새벽까지 친구들과 폭음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평일엔 주로 늦게까지 공부나 게임을 하며, 치킨이나 피자 등 야식을 즐겨 먹곤 했다. 본과 진입한 이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한다. B씨는 최근 늦은 밤 자려고 눕기만 하면 가슴이 타는 것 같은 속쓰림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 일쑤였으며, 음주 중에 신물이 올라와 뱉는 일이 흔하였다고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이와 같이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거나, 흡연, 음주를 하는 사람,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일과성으로 하부식도 괄약근이 이완되면, 위액의 일부가 역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위에 언급한 위험인자들은 하부식도 괄약근의 긴장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생활습관의 조절만으로도 본인이 해결이 가능하나, 증상의 정도가 심하면 내과에 방문하여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B씨도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받았으며, 내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아침 식전에 복용하고 있다. 금연하였으며, 음주도 월 1회 정도로 줄였다. 잘 때 베개를 높이 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분장애
(Mood Disorders)


의대생의 우울증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주요우울장애 증상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한 척도인 자살에 관련하여, 자살의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가 넘는 의대생들이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의대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급격한 체중의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며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가끔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접할 수 있다.
이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각 의과대학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거나 이미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한 학교들도 많이 있으며, 성적문제, 이성문제, 가정문제 등 의대생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교수님과의 면담도 도움이 될 만하다. 교수실 문은 생각보다 닫혀있지 않으며, 학생들의 연락과 방문을 반가워하는 교수님도 많다.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로서 그들과의 상담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끈끈한 동기와의 대화도 도움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직접 방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요우울장애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결핍으로 발생한다는 생화학적 이론이 점점 힘을 얻고 있으며, 상담을 병행한 각종 약물치료들이 증상조절에 매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한 걸음이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으러 가지도 않으면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최소한의 발걸음은 있어야지 갈증은 해결된다. 교수실 문이나 병원의 문이 심리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넘을 정도의 발걸음은 있어야 할 것이다.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인 C(27세, 남)씨는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시절만 생각하면 치를 떤다. 그는 본과 1학년 때부터 해부학 실습실에만 가도 긴장이 심해,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었다. 외과 실습 중, 수술을 참관할 때면 가끔 호흡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려지며, 실신을 할 뻔 한 적도 있었다. 국가고시 실기 시험을 준비할 때엔 흉부압박 모형에 흉부압박을 실시할 때엔,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모형의 가슴에 흥건히 땀이 고이거나, 땀 때문에 실습용 장갑을 제대로 끼지 못해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강박증도 심해져서, 땀이 나는 손 때문에 손을 자꾸 씻거나 가운에 꽂힌 펜의 개수가 맞는지 항상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국가고시를 앞두고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는 공황장애를 진단받았으며, 약간의 강박장애 역시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였으며, 그 후로는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보기 전에는 다한증 연고를 처방받아 사용하였으며 그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손이 건조해져서 갈라질 지경이었어요. 그런데도 장갑이 한 번에 껴지니까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전염성 질환, 물질이나 행동 중독 등 많은 질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의대생 특유의 많은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생활습관들이 원인인자가 되는 질환이 많다. 생활 습관 수정과 적절한 스트레스 조절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 가지 더 짚었으면 하는 것은 의대생이 본인이 의대생임을 과신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병원 진료 등 적절한 조치를 반드시 취하라는 것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바로 당신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는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조그만 용기가 큰 행복과 편안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조을아 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