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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과 권리의식의 부재, 병원의 ‘갑’과 ‘을’

전공의의 권리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소송을 한 이건홍 선생님 인터뷰

 

 

따뜻한 봄기운이 한창이었던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 매년 그렇듯 기초의학 교수에게 는 의대 건물 내 연구실로, 임상교수에는 병원으로 의대 학생들이 선물이나 카네이션을 전달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도교수에게 매년 보냈던 카네이션을 보내지 못하고 속병을 앓는(속앓이) 전문의가 있다. 전공의 근무 환경의 개선에 대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이건홍 전문의를 흑석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년에 “전공의의 권리 찾기”를 주제로 전국을 다니면서 한 강연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보여주면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프리젠테이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위하여”

 

Q. 병원을 상대로 소송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비급여 시술, 비 보험이 우세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러한 저수가 체계에서도 고수익을 내는 대학병원은 전공의를 착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2년도 전공의 급여 현황을 보면 연봉이 3775천만원 정도 되는데 이는 시간당 833원 입니다. 이를 일반법정근로기준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보면 주당 평균 71시간 초과근무를 한 셈이니 한 달에 262만원을 더 받아야 합니다. 병원협회 권장인 주당 80시간으로 따지더라도 전공의 한 명당 114만원씩 더 받아야 합니다. 즉, 전공의 연봉은 최소 8000만원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입장에서도 당직비를 줄 수 없는 이유가 병원 한 군데 당 66억, 80시간 기준으로 26억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비용을 대학이 떠맡는데, 일본은 100%국고 , 미국은 국고 70% + 메디케이드 및 민간보험부담 30%로 민간병원의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Q. 소송의 진행 과정과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일단 예전 사례를 참고 했습니다. 1988년 인제대, 순천향대 의대 전문의를 딴 선생님들이 병원 상대로 소송을 벌였습니다. 2년이나 걸렸지만 결국 승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소송으로 갈까 진정이라는 방식으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진정은 고소의 전 단계로 고용노동부에서 추가로 일을 이렇게 했는데 돈을 못 받았으니 업주에게 돌려달라고 행정 명령을 내려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56명이 같이 시작 했다가 30 명 정도는 포기하고, 고소로 넘어간 사람은 저 포함 2명입니다. 진정 들어가니까 병원에서는 교육수련부장님과 총무과 직원이 전화하고 찾아오셔서 애원했다가 비웃었다가 협박도 했다가 짜증도 냈다가 했습니다. 특히 부모님께 전화해서 진정 취하를 안 해주면 전문의 시험기간 6개월 나가있는 동안 비용을 다 돌려받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청에서는 결과를 내기 주저했습니다. 지금까지 결과 나온 병원은 혐의 없음으로 나와서 저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아쉽습니다.

 

Q. 최근 이 사건과 별개로 인턴의 시간외 근무에 대한 소송이 승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한 인턴 선생님이 건양대 병원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시간외 근무에 대해 고소하고 승소를 했습니다. 인턴 선생님은 근무기간 전부가 3년의 공소시효 안에 포함되지만 저는 거의 365일 병원에 붙어 있었던 전공의 1년차는 반영되지 않고 당직 적게 선 2년차부터 해당됩니다. 그래서 소송이 어렵게 진행 될 것 같아 당직비 빼고 근로계약서 작성 문제와 휴가, 이렇게 두 가지만 일단 고발한 상태 입니다.

 

Q. 스승의 날에 선물을 보내기 주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의 심경은 어떠셨는지요?
 원래는 이 소송은 대한전공의협회와 대한병원협회라는 단체 간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데, 전공의협회의 힘이 너무 약해 개개인이 하는 사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병원에서는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이용했습니다. 즉, 각과 교수님께 (진정을 낸 전공의들에게) 연락을 하라고 압박을 한 것입니다. 과장님들이 월요일 아침에 회의하는데 어떤 교수는 전화로 회유를 시켰다, 어떤 교수는 회유를 못시켜서 누구누구 교수는 대단하네, 당신은 뭐야 라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었다 합니다. 따라서 당시 싸울 때는 서로 원망했는데,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승의 날 선물은 매년 보내던 것이고, 시스템 문제이지 교수님과 나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선물을 보냈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수님도 은근히 기다렸었나 봅니다, 나중에 교수님 모시고 회식한번 하려고 합니다.

 

 문선재 수습기자/중앙
<mgston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