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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두 가족,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함께 사는법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보라 선생님 미니 인터뷰

 

암 센터 확충, 류마티스 센터 확충 등등-의료계 뉴스 전문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센터 설립, 확충에 관한 기사가 올 4월과 5월 2달 동안에만 총 8건이다. 민간병원들 간의 과열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건강센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되는 가운데, 도시 어딘가에 숨죽이며 자리 잡은 작은 공공의료기관은 위태롭다. 최근 지속적인 적자상태를 견디다 못해 폐업선고를 받은 진주의료원이 후자의 사례다.

같은 의료기술을 가지고도 어느 곳에선 최고의 흑자를, 다른 곳에선 적자를 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한국의 의료계의 무게중심은 과연 어디쯤에 놓인 것일까. 각기 시장 원리와 국가의 통제로 운영되는 민간의료와 공공의료가 다른 길을 걷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두 노선의 조화가 전제되어야한다. 현재 의료현장의 쟁점은 ‘부조화’로, 전자는 전후좌우 없이 앞만 보며 달리고 후자는 그저 주저앉아 있는 상황에 있다. 조화를 이루기 위한 두 의료의 지향점을 모색해보기 위해 인도주의 실천 의사 협의회 이보라 선생님을 이메일 인터뷰했다.

 

Q. 진주의료원 사태로 인해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공공의료, 지방의료원의 역할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공공의료기관 자체의 문제도 조명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실제로 공공병원에 가보거나, 일해보거나, 실망했던 사람들로부터 공공의료기관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공공의료기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저는 서울특별시 동부병원에서 일한지 1년 되었고 그전에는 비슷한 규모의 민간병원에서 일했었습니다. 동부병원에 와서 놀란 점 중 하나가 응급실이 너무 한가하고 중환자실에 중환자가 없는 점이었죠. 그 전 병원에서는 주변 대학병원에서 밀려 들어오는 응급환자, 중환자들이 엄청 많았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 병원에서는 응급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군요. 응급 내시경도, 응급 혈관 조영술도 안합니다. 밤중에 중환이 응급실을 찾아와도 그들을 돌봐줄 인력이 없구요. 오랫동안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보니 중환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 됐고, 그래서 더욱 응급실에 환자가 안 오게 된거죠. 이런 상황의 책임은 병원 관리를 맡는 행정처의 관료주의와 비협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황을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의사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죠.

 

Q.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수준과 치료성과를 높이는 것이 공공의료기관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의사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하고 병원직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로 바꿔가야 한다고 봐요. 또한 직접 정부에 지원 요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수동적으로 사는데에 특히나 익숙해진 의사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수밖에요. 

 

Q. 그렇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민간병원들 문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나요? 
병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독일의사 루돌프 비르효 (Rudulph Carl Virchow)는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의사는 천부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변호사’라고 말했습니다. 의학은 인간의 생명활동에 관한 학문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명활동은 언제나 사회적이므로 의학 또한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특히 가난이라는 사회적 조건이 각종 질병이라는 모습으로 구현되기 때문에 의사는 더욱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의료만은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앞으로 의사가 될 의대생 여러분들이 기억한다면 더 이상의 피로경쟁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체제에 적응하여 편하게 돈을 벌기만 바란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요. 공공의료가 점점 무너지고 대한민국 의료가 시장 논리로 완전히 장악되면 그때서야 깨닫게 되겠지요. ‘국민에게 필요한 의사는 이런 의사가 아니었구나.’라고요.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