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힐링다이어리

91호(2013.03.06)/문화생활 2013. 3. 18. 21:55 Posted by mednews

힐링다이어리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저마다 백 개의 사연을 가지고 힘든 시간과 마주하기 마련. 그럴 때에 당신을 달래줄
한 개의 짧은 글귀를 이번 호부터 새로운 코너로 실어보려 합니다. 힐링될 준비, 되었나요? 

 

<안개 속>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헤메는 이상함이여,
덤불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않으니
모두들 다 혼자다.

나의 삶이 밝던 그 때에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에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다.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이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그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나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이다.

 

가끔은, ‘넌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 모든 게 다 잘 될거야.’ 같은 막연한 긍정의 위로보다는 현실적이기 그지없는 냉정한 말 한마디가 더 약이 될 때가 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외롭고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낄 때, 무언가를 더 갈구하기 보다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모두는 다 혼자이다.
다들 서로의 속마음을 알고 싶지만 선뜻 물어볼 수 도 없고, 내 마음을 솔직히 보여주는 것도 어렵다.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뒤죽박죽 섞이는데 논리정연하게 풀어낼 자신도 없다. 그러면 결국 난 이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기분이고 어디를 가나 이방인이 된 것 만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 모두들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나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있을 수도 없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