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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우수
사과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호준

 

살을 푹 파낸 사과가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    
눈물처럼 흘러나오던 과즙이 이제는 멎은 걸까
상처로 속살이 배어나와 갈변하는 하루하루
할머니가 거기 누워계신다
 
창틀로는 나비 한 마리가 힘껏 기어오르는 중이다 
사과의 속살을 노린 게지 
제 짝짓기와 산란만 생각할거야       
배를 든든히 채우고선 
온몸을 치장하러 떠날 테지 쉬이  

굳어버린 팔 애써 벌려 할머니가 미소를 보내자
날개가 그만 오므라지고 촉수는 촉촉해진 나비
체온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더라   
쪼글쪼글 상처에도 고일 수 있게 

똑 똑 
흰 옷을 걸친 히포크라테스 흉상이 들어와  
서로가 포개어진 사과를 진찰한다  
상처도 아물어가고 있고 몸 상태도 좋아요

나비는 날개를 펴 사과를 향해 두 번 펄럭인다
남은 상처에는 하얀 속살이 들어찬다
할머니는 차마 버릴 수 없는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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