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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우수
삶의 무게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2학년 류시웅

 

이른 새벽 거무죽죽한 겨울코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가냘픈 옷걸이를 꺾어버리고 아버지는 출근길에 나선다
가끔씩 아버지도 한 손에 든 서류가방을 떨어트린다

옷걸이도 본래는 땅이 고향이었다
쇳물로 녹고 가래떡처럼 길게 뽑혀
외팔로 공중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녹슬고 뒤틀린 손목만이 그의 노고를 증명한다

어릴적 여리던 아버지의 손목도
힘줄이 드러난 채 비틀어져 간다
돌아오는 아버지의 한숨이 깊을수록
옷걸이도 야위어만 간다

왜 몰랐을까
가끔씩 이유 없이 떨어지는 옷들이
옷걸이가 떨쳐낸 삶의 무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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