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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안과 밖, 의료인들의 든든한 지원군

 

▲ 을지대학병원 응급구조사 유창환씨

응급구조사 유병찬씨가 들려주는 생생한 응급구조사 이야기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을지대학병원 응급구조사로 4년째 근무 중인 유창환이라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흔히 EMT(Emergency Medical Technician)라고 불려요. 사실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우리나라에 응급구조사 국가전문자격증 시험은 1995년에 처음 시행되었어요. 의사 전문의 중에 응급의학과가 1996년 제1회 전문의 시험을 통해 배출되었는데 이와 비슷한 시기이죠. 잦은 재난사고와 증가하는 심혈관계 질환율로 인한 응급환자 수 증가로 인해 응급구조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생기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인지도가 낮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아요.

 

Q. 그럼 응급구조사는 어떻게 자격을 얻을 수 있나요?
대부분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실시하는 응급구조사 국가시험을 봐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두 가지가 있고 이 두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병원에 취직해서 응급구조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죠. 응급구조사는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대학이나 전문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1급 응급구조사 응시 자격을 갖게 되요. 2급은 보통 응급구조사 양성기관에서 양성과정을 이수하면 응시자격을 가지게 되요. 또 2급 응급구조사가 3년 이상 경력을 쌓으면 1급 응급구조사 시험을 응시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런 케이스가 흔하진 않아요. 2급 응급구조사는 비 침습적인 처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실 응급구조학과 졸업생 중 대부분은 소방 응급구조사로 많이 취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소방서에 취직하려고 해당 학과를 전공했지만 직접 실습 나간 후에 마음이 바뀌어서 병원으로 오게 됐어요. 이렇게 소방서 119구급대원이나 구조대원, 또 저처럼 의료기관 내에서의 응급의료관련 처치를 담당하는 일 외에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관리를 맡거나 보건소에 전문인력으로 투입되기도 해요.  

 

Q.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미국의 응급구조사는 병원 밖에서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아시나요? 지리적인 특성과 문화적인 차이로 미국의 응급구조학은 우리나라보다 10년가량 앞서가며 매우 전문화되어있고 세분화되어있습니다. 일례로 앰뷸런스에서 사용가능한 약물 종류만 해도 엄청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응급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지리적 특성상 후송시간이 길어도 10분에서 15분 정도이니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덜 전문화되어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 5분에서 10분가량의 짧은 후송 시간 안에 재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사지 척추 고정을 시키거나 심박, 체온, 혈압 등을 체크해요. 또 저희는 미국과 달리 병원 내 응급실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하기도 해요¹. 앰뷸런스에는 응급의학 전문의나 간호사와 함께 탈 때도 있고 응급구조사만 탈 때도 있습니다. 응급구조사만 탈 때는 전화로 전문의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그에 따른 지시에 따라 응급 처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저희가 처치를 하더라도 환자의 예후는 의사가 책임을 지게 되요. 또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는 전문의가 환자들을 비 응급, 응급, 긴급환자로 나누면 지시에 따라 저희가 정맥로 확보나 기관지 삽관 등의 조치를 취는 식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응급구조사와 응급구조 전문의 또는 교수는 서로에게 필요하며 서로 도우는 존재이죠. 제 개인적으로 하는 일은 병원에서 간호사와 행정 직원에게 기본 소생술 교육과 교육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또 그 외에 을지대학교 간호학과와 임상병리학과 학생들에게 학교 교육 역량 강화 사업 중의 하나로 BLS(Basic Life Support) provider² 교육도 하고 있고요.  

 

Q. 재직 4년째라고 하셨는데 그 동안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전 특이하게도 제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처음으로 돌아가셨던 할머니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저희는 하루 8시간 씩 3교대 체제로 일을 하는데요. 그 시간 중에도 심폐소생술은 거의 매일 하루에 1번~2번 정도 합니다. 솔직히 그 많은 사람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제 손에서 심장박동이 완전히 멈춘 것을 처음 느낀 그 날은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신 데다 맥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였으니 예후가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지만요. 또 그 반대의 케이스로 떠오르는 환자는 아이스링크 장에서 원인불명으로 쓰러진 남자가 맥박이 뛰지 않았었는데 응급실에 도착한지 3분 만에 제 발로 걸어서 나간 적이 있어요. 보통 그렇게 쓰러지면 신경학적 장애 없이 곧바로 퇴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때는 특별하게 사고당시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어서 사고 후 조치가 빠르고 적절하게 잘 연결되어서 그렇게 예후가 좋았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미국 같은 경우엔 고등교육과정으로 심폐소생술을 다 배우는데 우리나라는 몇몇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응급조치에 대해 전혀 배우지 않죠.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Q. 주로 중증의 환자들만 보는 직업의 특성상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요.
네, 아니라고 할 수 는 없죠. 하지만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니까 견딜만 합니다. 사실 가끔은 몇몇 경증 환자분들이 왜 자기가 먼저 왔는데 순서대로 치료를 안 해주냐고 민원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중증 환자를 먼저 처치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거든요. 그럴 때는 우리나라 국민의식이 아직 더 자라야 하구나 라는 생각은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함께 일할 의대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사실 응급구조사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원활한 응급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의사들에게도 저희가 필요하죠.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응급구조사와 응급의학 전문의는 서로 돕고 의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씩은 오가는 말 한마디로 응급구조사로서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일들도 없지는 않죠. 하지만 각자가 맡은 임무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야말로 win-win인 상황이 아닐까요. 실제로 지금 PK선생님들과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 호형호제 하며 가끔 술 한 잔 하며 지내는데 지금 이런 좋은 관계를 쭉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교실에서 이론을 배우고 있을 의대생들도 언젠가 응급실로 오게 될 텐데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을 가지고 한 발짝 다가간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1) 응급구조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자격인정을 받아 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에서 상담·구조 및 이송업무를 행한다.
 의료법의 무면허의료행위 금지규정(25조)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응급치료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한다.
2) BLS provider : 기본 인명 구조 자격증. 미국 심장협회 (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에서 관리하는 자격증으로서 취득하게 되면
 기본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을 이용해 응급상황에서 인명 구조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