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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변화의 흐름 타나?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 인터뷰

 

지난 3월 25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투표에서 과반수 넘는 58.7%의 득표율을 얻은 노환규 후보가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6명의 후보들 중 아무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고 결선투표로 갈 것이다’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노환규 후보는 이를 뒤엎고 당당히 당선되었다. 당선 후 회원자격정지 문제로 잠시 시끄러웠지만 잘 해결되었고 출범준비위원회 위원장에 경쟁후보였던 윤창겸 전 경기도의사회장을 선임하는 등 훈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노환규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의사들, 의료제도의 중요성 깨달아야

 

▶ 먼저 당선 축하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기대가 제 어깨에 걸려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 초반에는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 60%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되셨습니다.
▷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선 의료계 내외에서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성으로 알려진 전국의사총연합의 대표를 지낸 제가 새로운 의협 회장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되었다는 건 이제 의사들이 현재의 의료 환경을 큰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과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실 저희 의대생들을 비롯해서 많은 의사들이 앞으로 의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 합니다.
▷ 의협회장으로서 제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의사들로 하여금 의료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의료제도에 대한 관심이 적었습니다.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만을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의료제도가 만들어지면 의사윤리강령에 나오는 ‘학문적으로 입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르는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다른 의사들도 이를 알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제가 할 일은 의사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겁니다. 사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뒷걸음질만 계속해왔습니다. 그래서 ‘해봐야 안 된다.’라는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던 거죠. 이것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목표는 의사들이 의료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게 맞는데 열심히 일하는 의사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만드는 구조, 이 구조는 편법과 불법진료를 유발합니다. 잘못된 의료제도의 폐해는 의사들의 경제적 곤란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의 위해로 이어집니다. 이를 의사, 국민, 모두가 알도록 계몽할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의사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제기하고 문제해결을 정부에 요구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신입 집행부의 과제입니다. 당연히 의협 내부의 개혁은 이 과제수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 확실히 의료제도가 이슈인데요,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 전국 16개 시도회장단 긴급연석회의에서 공식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정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죠. 앞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두 법안의 잘못된 독소요소들의 개선에 앞장설 것입니다.
(4월 8일 의협 동아홀에서 노환규 당선자와 16개 시도회장단은 긴급연석회의를 열고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불참을 결의하고 이를 공식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의협은 전면거부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들, 개선의 노력에 관심가지고 동참해달라

 

▶ 의대생과 관련된 공약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가 의과대학 정원 축소입니다. 앞으로 배출되는 의사의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보이는데요.
▷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치에 못 미칩니다. 이 단순수치를 근거로 의과대학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항상 정치적 목적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와 주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같이 의사 한명이 하루에 10명에서 20명 정도를 진료하고도 의원 경영에 문제가 없는 구조일 때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원가 이하의 낮은 진료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7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해야 의원이 간신히 유지가 됩니다. 그리고 의사뿐 아니라 외국에는 없는 한의사들도 진료를 담당하고 있어요. 게다가 약국의 불법 진료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료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의과대학의 정원은 대폭 축소해야만 의사의 생존이 가능하고 의료의 질이 유지될 것입니다.

▶ 그리고 선거 공약에서 의대협(전 전의련)을 의협의 정식하부단체로 등록하고 지원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이 나라 의료의 미래입니다. 최근 의료제도에 관심을 갖은 의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고무적이고 기쁜 일인 동시에 감사한 일입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분들을 돕는 일입니다. 의협의 인력지원, 경제적 지원, 그리고 정책자료 지원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대생들도 앞으로 전의총, 의협 등 의사단체의 잠재적 회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의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구김 없고 당당하고 밝은 모습을 갖고 있던 의대생들이 의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어깨가 쳐지고 주눅이 들며 위축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것은 의사가 갖게 되는 무거운 책임감도 한 요인이 되겠지요. 하지만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인 의사들의 문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잘못된 의료제도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더 이상 그러한 의료 환경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선배들이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수년 내에 수직적인 문화, 그리고 잘못된 의료제도가 모두 한꺼번에 개선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이러한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시면 가능합니다. 스승님과 선배를 존경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세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의학이라는 응용과학분야 외에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사람은 머릿속에 목표가 있고 평범한 사람은 머릿속에 소원이 있다.’는 말처럼, 마음속으로만 원하지 말고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여러분이 되실 것을 기대합니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