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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보험료, 의료전달체계 등등, 의료 정책 기사 읽기는 참 어렵죠? 이제, 의대생신문에서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드립니다. 급한 분들은 王 위주로 눈에 바르세요!

 

의료 정책, 王을 찍어드립니다

 

Chapter 2. 의료분쟁조정법

 

의료 소송, 의사도 울고 환자도 울고

 

“잘 되면 ‘의사 선생님’ 덕분, 안 되면 환자 탓” 하던 시대는 갔다. 수직적이던 ‘환자-의사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하고, 환자들도 다양한 의학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의사와의 더 많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과 소통이 좋은 결과만을 낸 것은 아니었다. 의료 소송 건수가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이제 의사들은 의료 행위의 매 순간 의료 소송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의료 소송이 일반 소송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과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 소송은 王변호사 선임 비용도 적지 않으며, 王1심 판결이 내려지는데 평균 26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관계 당사자들이 입을 정신적 어려움까지 감안한다면, 그야 말로 ‘의사도 울고 환자도 울고 모두가 우는’ 의료 소송인 것이다.

 

의료계 애정남 등장, 의료중재원!

 

2011년 4월, 1988년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었던 ‘의료조정분쟁법’이 23년 만에 통과되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王의료와 관련된 분쟁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의 중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교적 적은 금액(1억원 배상 요구 시 16만원 선)과 짧은 시간(90일 내, 최대 120일)으로도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의료중재원의 중재를 받는 것이 필수 사항은 아니다. 환자와 의료인 양측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중재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감정을 실시하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맡는다. ‘의료사고감정단’에는 의사 1명을 포함한 6명,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는 보건의료인 1명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되며, 치과의사나 한의사, 법조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환자와 의료인 어느 쪽이든 이러한 과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방식인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교적 적은 금액과 짧은 시간으로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며, 조정이 성립되면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라는 ‘분쟁조정’은 안하고 ‘분쟁조장’만...

 

8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신임 회장은 해당 제도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였다. 뿐만이 아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과개원의협의회 산하 20개 전문과개원의협의회 역시 이 제도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 제도는 王분쟁을 오히려 조장할뿐더러 王의사에게 불리한 독소조항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의료중재원이 보상을 위한 기관이 된다면, 분쟁의 소지가 적은 것도 조정 신청이 들어올 것이다. 조정에 드는 금액이나 시간이 적다는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고, 말 그대로 ‘분쟁조정’이 아닌 ‘분쟁조장’ 기관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진료기록의 조사, 열람, 복사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심지어 환자는 조정이 끝나기 전에 소송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이때 의사가 제출한 각종 서류가 환자 측 소송을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의료중재원이 출석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의료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 및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인의 비율이 50%도 되지 않는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이들이 의료진의 과실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실은 없지만, 벌금은 내라?

 

하지만 이 법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단체는 바로 ‘산부인과’다. 분만 시 태아 및 산모에 이상이 생긴 경우, 그것이 의사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의사에게 벌금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王분만 시 태아 뇌성마비나 산모 사망이 발생한 경우, 의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환자에게는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정부와 의사가 50%씩 나누어 부담한다. 과실이 없는 의사에게 벌금을 매기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제도이다.
이에 대해 의료중재원 측은 “산부인과에서 분만사고 발생 시, 의사에게 과실이 없어도 위자료 형식의 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으며, 그 부담을 정부에서 반틈 덜어주는 것”이며, “2009년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당시 산부인과계가 정부에 요청한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과실이라는 것이 과실을 찾지 못한 것이지,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산부인과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의사 부담률을 30%까지 낮추기로 결정하였지만, 의사들은 ‘무과실 무책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것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분만 거부’를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으며, 실제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90%가 해당 제도 시행 시 분만의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의료중재원은 지난 8일 출범하였으며, 산부인과에 관한 제도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