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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로 전하는 사랑

뜨개질하는 남자

날씨가 봄처럼 따뜻했다가도, 귀를 에일 듯 바람이 불기도 하면서 오락가락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 뜰 때 공기가 쌀쌀한 것을 보면 분명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곧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다가오며 방학을 맞게 될 전국의 의대생들. 학업에 지쳐 마냥 쉬는 것만으로도 아까울 수 있는 방학이지만 이번 방학에는 생산적인 취미 활동을 하나 해 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손수 만든 작품을 전해주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보통 뜨개질이라고 하면 여성들만의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 사계절 내내 바늘을 손에서 놓지 않는 특별한 남학생이 있다. 을지의대에 재학 중인 이름도 독특한 김 구씨.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법한 뜨개질의 어떤 면이 이토록 그를 미치게 만들었는지 들어보도록 한다.
기자 : 언제부터, 왜 뜨개질을 시작하게 되었어?
구 : 뜨개질 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거 같아. 사실 뜨개질을 시작하게 된 건 유급에 대한 상심이 가장 크다고 해야 맞을거야.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유급을 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충격이었고, 내 스스로에 대해서 내가 자신이 없어지게 되었거든. 타인에 대한 열등감도 크기도 했었고. 상황을 피할 수 없어서 혼자 이겨내려다 보니 뭔가를 해야겠다 싶었어. 비생산적인 게임으로 상심한 마음을 달래기보다 치유의 기능을 가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다 찾은 것이 뜨개질이야.

기자 : 하고많은 취미 활동중에 왜 뜨개질이야?
구 :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예술과 관련된 무언가를 꼭 하고 싶었어. 그게 그림이다, 악기다라고 정한 건 아닌데 그런 것에 대해서 무척 동경이 생기더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늘 마음속에 있었지만 학창시절 나의 미술 실기점수는 언제나 거의 최하점을 맞았기 때문에 나는 소질이 없구나 하고 미리 선을 그어버렸어. 게다가 주변에 딱히 예술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말야. 하지만 가족들 중에 할머니, 엄마, 여동생이 모두 다 뜨개질을 하는 걸 보고 왠지 저건 나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할머니의 솜씨는 최고였기도 해. 그 때 까지만해도 내 유일한 취미는 게임이었거든. 하지만 겨울방학 내내 게임만 하면서 보내기는 좀 그렇고 아는 친구가 권하기도 하고 그래서 시작해 보기로 했지.

기자 : 남자가 뜨개질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땠어?
구 : 어릴 때부터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누구나 타인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을 제대로 알아가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잖아. 그래서 나도 남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편이야. 그래서 성별에 따라 어떤 것이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다에 대해서 별로 구분하지 않아. 물론 우리 할머니마저도 나에게 “머슴아가 뭐하는 짓이고? 때려치라!” 라며 핀잔을 주시지만 뭐 어때? 내가 즐기는 개인적인 취미활동인걸.

기자 : 뜨개질은 보통 겨울에만 하는 활동이지 않아? 그럼 취미를 늘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구 :  물론 사람들이 뜨개질로 만든 것들이 보온을 중시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겨울에만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은 다양해. 나도 취미가 한 계절에 국한되는 것은 원치 않아서 여름에도 계속해서 뜨개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어. 인형은 시기성을 타지 않는 작품이잖아. 그래서 봄부터 여름까지는 눈사람, 양, 고양이, 핸드폰 고리와 같이 장식품이나 악세사리들을 주로 만들었어.

기자 : 만든 작품들은 다 어떻게 했어?
구 : 올 한 해 동안 만든 작품은 20개 정도 되는 데 나에게 필요한 목도리하나, 악세사리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줬어. 뜨개질을 할 때의 정서적 안정도 좋지만 내가 직접 만든 것을 사람들에게 주고, 받은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할 때 그 모습을 보면서 최고로 기분이 좋아. 그런 모습을 볼 때 성취감이나 만족감이 극대화가 되면서 자존감도 올라간달까? 팔 생각은 하지 않아. 아직 내가 팔 정도의 실력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애초부터 취미라는 게 돈을 벌고자 하는 건 아니니깐 말야. 뜨개질하는 데 돈이 들기는 하지만 다른 취미에 비해서 비싼 편도 아니고 나의 취미 활동 유지비로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봐. 게임할 때도 PC방에 그만큼은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아마 크고 작은 작품들을 합치면 더 될 수도 있는 데 일단은 올해 20개 정도 만들어서 나누어준 것 같아.

기자 :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있어?
구 : 여자친구가 생기면 (현재 구씨는 솔로의 삶을 즐기고 있다.) 꼭 주고 싶은게 하나 있어. 내가 직접 만든 빨간 망토를 입혀주고 싶어. 이제는 그런 것 쯤이야 충분히 만들 실력이 되었는데 글쎄...? 여자친구가 언제 생길까? 또 하나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난이도의 과제는 인형으로 만든 모빌이야. 방에 천장에 걸어두고 잘 때나 일어날 때 보면 괜히 웃음이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 그런 귀여운 인형 모빌. 이번 방학 때는 한 번 해 보려고.

기자 : 뜨개질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 줘.
구 : 나도 세상을 오래 산 건 아니지만 뜨개질처럼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일은 드문 것 같아. 세상에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상해주지 않아서 속상할 때도 많잖아. 뜨개질은 내가 시간을 들인만큼 결과가 나오고 노력한 만큼 작품의 수준이 그대로 올라가거든. 자신감이 부족하다거나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면 방학을 이용해서 뜨개질을 시작해보길 권해. 그리고 평범한 선물보다 내가 만든 것을 직접 주면 사람들은 그 선물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주는 기쁨도 맛볼 수 있어. 빠른 사람들은 바늘을 잡은 지 일주일이면 작품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니까 지금 시작해 봐!

김 구씨는 초보자들을 위해 뜨개질에 대한 여러 가지 팁도 아끼지 않았다. 뜨개질을 시작하는 방법에는 동영상이나 책을 보고 독학하는 것과 가까운 뜨개방에 가서 배우는 방법이 있는데 구씨는 뜨개방에서 직접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동영상이나 책만 보고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지만 처음 ‘코뜨기’나 ‘겉뜨기’, ‘안뜨기’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기술들은 직접 배워야 나중에 고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뜨개방의 경우 현장에서 실을 구입하게 되면 원하는 작품에 대한 도안을 주고 그 작품을 만드는 법까지도 가르쳐주기 때문에 초보들에게는 더 권장할만하다.
실을 포함한 뜨개질 도구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도 있는데 뜨개방을 이용하여 직접 배우고 싶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추천하고, 저렴하게 구입하기를 원한다면 인터넷을 추천한다. www.banul.co.kr(바늘이야기)나 www.smilelove.kr(스마일러브 손뜨개)가 구씨가 권하는 사이트이다. 초보자들의 경우 바늘, 실, 도안을 따로 사기보다는 세트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 데 어떤 사이트의 경우 세트를 구입하면 해당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500~1,000원에 같이 판매하기도 한다.
초보자들은 목도리나 팔토시, 헤어밴드를 만들어보면 좋다. 초보자들의 경우 성취감이 있어야 다음 작품에 도전해 볼 동기가 생기기 때문에 다소 굵은 실로 짧은 길이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보았다면 모자나 무늬가 화려한 목도리, 인형에 도전해보도록 하자. 인형의 경우 구씨가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했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뜨개질의 기본은 안뜨기와 겉뜨기이고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이들의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기초 뜨개법을 잘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구씨는 자신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작방법이나 어떤 뜨기 방법을 어떻게 사용해야 원하는 무늬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에게 연락해도 좋다면서 연락처를 남겨주었다. 위에 있는 팁 이외에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funky7829@naver.com으로 연락하여 정보를 공유해보도록 하자.

으라누스/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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