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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A형보다 더 소심한 의대생이야기

♡ 방황하는 청춘들의 색다른 고민상담소 ♡

혼자 밥 먹기?
난 혼자 영화도 봐

보통은 기숙사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 그런데 하루는 시간이 엇갈려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다른 애들은 이미 밥을 다 먹었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B형 : 혼자 밥먹기 싫어서 그냥 안 먹는 애들도 있더라고.
AB형 : 나는 혼자 밥 먹고 있으면 조금 있다가 친구가 와서 너 왜 혼자 먹고 있냐고 하더라고. 그냥 배고파서 먹는 건데.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야.
A형 : 밥도 그렇지만, 영화 보러가서 ‘한 장이요’ 할 때 날 무지 딱하게 보는 시선이...
AB형 : 영화는 혼자 보는 게 더 편할 때도 있는데. 난 워낙 예전부터 혼자 봐왔었거든. 영화 둘이 보나 셋이 보나 똑같잖아.
O형 : 그치만 로맨틱 코미디를 혼자 보면...


연애도 마음 놓고 못 한다

자기보다는 키가 조금 더 큰 남자친구가 있다. 결혼까지 생각하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부모님께서 ‘키가 너무 작은 게 아니냐’고 걱정하셨다. 그 전엔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 얘기 듣고 나서부터는 계속 거슬린다.

B형 : 여자친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만날 땐 항상 약간의 마법을 부리고 나간단 말이야. 아주 티나게는 아니지만.
O형 : 응응. 여자가 더 크면 주변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보니깐.
B형 : 근데 자기들만 좋으면 되는데 왜 주변에서 그렇게 눈치를 주는지 모르겠어.
A형 : 그런 남들의 시선에 내가 신경을 쓴다는 게 문제지.


유독 남들의 시선에
민감한 나라

B형 : 정말 우리나라는 좀 유난히 심한 거 같애. 자기가 정말 더우면 한겨울에 반팔입고 다닐 수도 있는데 그것도 뭐라고 하니.
O형 : 그래서 해외여행가면 편하다고 하잖아. 외국 나가면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다고.
B형 : 난 외국 나가서도 거기서 만난 한국인 앞에서가 제일 불편하더라.
AB형 :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는 사고 때문인가? 지난번에 EBS 다큐에서 봤는데. ‘주변사람들은 다 울고 있고 나만 웃고 있는 그림‘을 보고 서양인들은 ‘행복하다‘라고 표현하더라고.
O형 : 동양인은 주변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A형 : 우리는 내가 나를 인정해서라기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함으로써 자존감을 얻는 것 같애.
B형 : 응? 그러면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별로 행복하지 못하려나?
A형 : 좀 힘들 것 같애. 아무래도.
내가 그 일을 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나? 계속 의심할 것 같고.
O형 :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다들 그 만큼의 확신이 없으니까. 다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잖아?


남들의 시선에
정작 ‘나’는 어디에

AB형 :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기 주관이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게 힘든 거 같애. 어릴 때부터 그렇게 키워지기도 하고.
O형 : 그러려면 잡생각을 좀 많이 해야 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
AB형 : 어릴 때 공부만 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모르잖아.
B형 :  외국 대학생들 보면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 1년 정도 여행 다니잖아. 부럽더라.
O형 : 그런데 의대는 동기애가 강해서 그런지 중간에 쉰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잖아. 학교든 병원이든 기수, 동기가 중요하니까.
B형 : 다 같이 올라가는데 중간에 쉬면 인생 꼬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정작 괜찮은데 외부에서 볼 때는 걱정되는 거지.
A형 : 남의 시선에 신경 쓰게 길러졌으니까.
AB형 : 자기가 진짜 무얼 좋아하면 대세에 흔들리지 않을 텐데. 자기가 뭘 좋아해야하는지 조차도 배우잖아 우린.
B형 : 그래서인지 남들의 시선. 그러니까 부모님이나 친구 같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시선에 내가 포장되어버린 느낌도 들고.
AB형 : 엄친아. 그런 거?
B형 : 응. 나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가 있는 거지. 거기에 나를 맞추려고 하다보니까 스트레스도 받는 것 같고.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인데, 남들이 볼 땐 그게 아니니까.
A형 : 반대로 그런 이미지를 내가 원하는 건지도 몰라. 남들보다 좀 더 잘나고 싶은 욕망. 남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인거지.
B형 : 여기 지금 그런 불쌍한 애들이 모여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야!!

고민하라 사유하라
잉여가 되라

AB형 : 고민을 많이 해야 돼. 그래야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B형 : 근데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어.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항상 뭔가를 하고 있지.
A형 : 점점 자기 의견도 없어지고.
B형 : 이런 삶에 길들여진 것 같기도 해. 수업시간에 ‘의견 내보세요’ 하면 아무도 얘기 안하잖아. 교수님께서 당황하시더라.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신가요?’하고 묻기도 하시고.
AB형 : 남들과 다른 다양한 삶도 모색해보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해. 조용히 사유하는 시간.
O형 : 잉여가 되라! 이거네?
AB형 : 잉여라는 단어가 양면적이긴 한데, 할 일없이 논다가 아니라.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본다면.
B형 :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더라도 자기 뚜렷한 주관이 있다면 그걸 지킬 수 있거든. 그러면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수 있겠지.

벌써 연말이다. 여기저기 의미없는 약속들에 떠밀리지도, 약속 하나 없다고 자괴감에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한번쯤 시간을 내어 남들 의식하지 않고 즐기는 나홀로 데이트는 어떨까. 몰랐던 진짜 나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의외로 잉여는 나쁘지만은 않다. 진정한 청춘은 잉여로부터 시작된다. 잉여니까 청춘이다.

※ 혈액형별 분류는 실제 대화를 바탕으로 임의 편집된 것입니다 ^0^

정리 : 자기합리화 기자/아직청춘?
<jmmo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