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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생존법, 인수인계

의대생의 생활은 참으로 오묘하다. 이 오묘한 세계에서 적절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들은 우리 나름의 생존전략을 이용한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선배 혹은 먼저 겪은 동기들에게 얻는, 의대생들에겐 황금과도 같은 ‘인수인계’이다. 각 학교 별 흥미로운 인계사항들을 소개한다.

A의과대학
이곳은 모 교수님께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수술실. 분주한 수술실에서 수술이 잘 풀리지 않자 곧 진풍경이 벌어진다. 교수님께서 수술도구로 옆에 있는 어시스트를 갑자기 때리시는 것이 아닌가. 옆에 있는 어시스트가 PK실습생인지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구분을 잘 못하신 것. 인수인계 사항은 다음과 같다. PK실습생은 위와 같은 봉변을 피하기 위해서 양 팔을 번쩍 들어 X자로 머리를 막으면서 “학생입니다!”라고 외쳐야한다.

B의과대학
H교수님의 외래시간이다. 교수님께서는 신장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를 참관학생에게 소개하고 있다. 환자와 수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 후 갑자기 기대에 찬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신다.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A군은 어찌할 줄 모르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곁눈질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옆의 학생들은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나중에야 인수인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 A군은 한참을 웃었다. 인수인계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H교수님이 기대에 찬 눈으로 학생들을 바라보시면 학생들은 즉시 놀라야 한다. 놀라는 Indication은 이식후 10년 이상에 별다른 compli-cation 없이 Cr 1.3~1.5 이하로 잘 유지되고 있는 경우이다.

C의과대학
본과 1학년 학생들에게는 K교수님에 대해 여러 가지 인수인계 사항이 전달된다. 교수님께서 수업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는데, 수업 중 이야기에는 무엇이든 박장대소를 해야 한다. 또한 수업 시작 시에는 물을 떠다가 교탁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것도 무려 교수님 전용 500cc 호프잔에.
L교수님 수업 때는 영어가 프린트 된 셔츠를 입으면 안된다.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시다가 영어를 발견하시면 장풍을 날리시기 때문이다.
H교수님의 외래는 참으로 예측하기가 쉽다. 그날의 야구경기 결과를 보면 되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응원하는 S팀이 이기면 그 날의 외래는 99%확률로 훈훈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D의과대학
D의과대학에서는 안면이 있는 교수님께서 수업에 들어오시면 음료수를 하나 챙겨드리는 게 관례이다.  어떤 교수님은 아메리카노 더블샷을 선호하시고, 어떤 분은 아메리카노에 꼭 시럽을 3번 펌핑. 반면 커피를 전혀 안드시는 분도 계신다. 소아과 모 교수님은 항상 빨간 코카콜라. 가끔 선배들이 후배를 놀려주기 위해 장난으로 인계사항을 일부러 틀리게 전달하기도 한다고 한다. 후배들은 주의할 것! 외과 모 교수님은 요새 나가수에 빠지셨다고 한다. 월요일 교수님 수술에 들어간다면 전날 나가수 시청은 필수! 정신과 모 교수님 교육시간에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꼭 읽고 갈 것!
 
E의과대학
E의과대학에 계시는 N교수님의 수술에는 여학생이 참관하게 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 주시고 그 만큼 수술도 조금 천천히 진행된다. 남학생이 참관하게 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수술이 진행되고, 수술은 빠르게 진행된다. 또한 교수님께서 수술을 하실 때 스크럽은 차렷 자세로 있어야 한다. 뒷짐을 지고 있으면 “뭐 잘났다고 그러고 있냐”라고 하시고, 그렇다고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 있으면 “비굴하게 왜 그러고 있냐”라고 하시기 때문이다.

삶은 기자/달걀이다
<아니다_삶은_고기다@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