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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대생 전격탐구 ②

뉴질랜드의 의대생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Ryan Cha라고 합니다. 전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12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지금까지 살았어요. 지금은 오클랜드 대학 의학과 3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전 클라리넷 연주를 좋아해서 뉴질랜드 전국 대회인 National Young Performer of the Year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저는 인권 및 공중보건(SCORP)부문 아시아태평양지부 지역대표로 IFMSA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코펜하겐 총회에도 참여했구요, 내년 3월의 가나 총회에서도 저를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뉴질랜드 의대,
입학부터 졸업까지

- 입학시험은 어떻게 치러지나요?
1학년 때 의학과로 입학하는 것은 아니구요, biomedical science와 health science중 하나의 과를 택해서 입학합니다. 화학, 물리학, 세포학, 대중 건강(population health)등을 배워요. 1학년이 끝날 때 UMAT(Undergraduate Medicine and Health Sciences Admission Test)라는 시험을 치러요. 뿐만 아니라 인터뷰도 거쳐야 하는데, 1학년 때 평점이 B+이상이어야만 인터뷰에 응시할 수 있어요. 최종 성적은 1학년 때 이수한 주요4과목의 평점 60%, UMAT점수 15%, 인터뷰점수 25%를 반영하여 산출하여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의학과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모두들 1학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해요.
제 학번은 총 200명의 학생을 선발했어요. 의학과 정원은 최근 수십년 계속 늘었어요. 아마 다음 수년간에도 늘어날 것 같아요.
참고로 등록금은 12764뉴질랜드달러(=10,928,250원)으로 다른 과보다는 2-3배가 비싸요. 대학에서 가장 비싼 돈을 내고 다녀야 하는 과죠. 한국도 그렇겠지만 등록금이 비싸도 의과대학은 인기가 많은 편이죠.

- 교욱과정은 어떤가요?
뉴질랜드 의대는 6년제에요. 1학년 때는 앞서 소개한대로 의학을 배우는 것은 아니구요.  2-3학년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요. 이 2년을 전임상학년(preclinical years)이라고 해요. 근골격계, 소화기계, 비뇨생식기계, 신경계… 하는 식으로 배워요. 해부학, 조직학 실습도 하구요. 수업시간에는 파워포인트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환자를 초청해서 실습을 하기도 해요. 또 20-25명이 조를 이뤄서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을 배우고 함께 토론을 해보는 시간도 있어요.
4-5학년은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데 임상학년(clinical years)라 불러요. 실습방식은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4학년 때 38주, 5학년 때 35주 동안 여러 과를 돌아요.
6학년때는 Trainee Intern의 자격으로 병원에서 일을 합니다. 이 때 26795뉴질랜드달러(23,620,600원)를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아요. 졸업 후 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보면 되요.
졸업 후에 거치는 과정은 아마 모든 나라에서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여기에서는 인턴이 아니라 house surgeon이라는 용어를 써요. 졸업 후 2년간 house surgeon의 자격으로 여러 과를 돌면서 체험하구요. 이 과정을 마치고 바로 의사를 할 수도 있지만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의 수련의가 되어야 하고 전공에 따라 3년에서 4년 정도 수련과정을 거쳐야 해요. 전문의 수련의 마지막 해에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전문의가 되는 것이죠.

- 어떤 시험을 치르나요? 유급되기도 하나요?
전임상학년때는 한 학기에 두 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요. 임상학년 때는 일년 내내 실습평가를 실시하고 있구요. 뿐만 아니라 우리는 학기중 뿐만 아니라 매 학년을 마칠 때도 시험을 봐요. Trainee Intern자격의 6학년 때도 시험을 봅니다. 낙제(fail), 통과(pass), 우수(distinction)중 하나의 등급을 받게 되요.
대부분 학생들은 유급하지 않아요. 드물긴 한데, 일부 과목을 낙제했지만 시험을 크게 망친 것이 아니고 다른 과목에서 잘 한 경우에는 진급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것을 conceded pass라고 불러요. 그렇지 않으면 여름방학 3개월 동안 추가 공부를 해서 재시를 보고 진급 가능한 점수를 받아야 하죠. 하지만 점수가 큰 과목에서 낙제하는 경우 그 해 자체를 한 번 더 다닐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어요. 이게 한국에서 말하는 유급이 되겠네요. 이 경우 실패를 반복한다면 더는 기회가 없어요. 더 이상 의대에서 공부할 수 없게 되어 버려요. 무서운 일이지만, 이렇게 되는 학생은 거의 없어요.

학생 생활 이모저모

- 시험을 볼 때 족보의 도움을 받나요?
선배들로부터 ‘족보’가 전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예전 필기노트나 기출문제를 받아요. 보통 과대표가 받아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죠. 저희 반의 경우 조금 독특한데요, ‘구글 도큐멘트’를 이용해서 여러 자료들을 누구나 업로드, 다운로드 할 수 있게 해놓았어요.

- 학생들의 평상시 생활은 어떤가요?
이건 전임상학년의 경우인데요, 보통 8시나 9시에 수업이 시작해요. 대부분은 오전에 수업이 있고 실습을 오후에 하죠. 그래서 끝나는 시간은 들쭉날쭉해요. 일찍 끝날 때는 1시나 2시에 끝날수도 있고 5시에 끝나는 날도 있죠.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이 많고 가까운 가게에서 사먹는 학생들도 있어요.
여가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개인의 성향과 인생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죠. 여가시간이 많든 적든 대다수 학생들은 균형 잡힌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학업을 중요시하지만 사회활동을 희생하면서까지 공부에 집착하지는 않아요. 저는 평균적인 학생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남는 시간이 생기면 학생들에게 주말마다 음악을 가르치고 매일 대회에 나가기 위한 연습을 했어요.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병원 응급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죠.

- 방학은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는 여느 학생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저희는 한 해에 4번 방학이 있어요. 전임상학년에는 학기 중간에 2주간의 방학이 있어요. 보통 이 기간은 공부하면서 보내요. 1학기와 2학기 사이에 2-3주의 방학, 2학기 마치고 4개월의 방학이 있어요.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4개월의 긴 여름방학 때는 많은 학생들이 가족,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하기위해 해외로 떠나요. 저의 경우 지난 방학 때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한국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하고 대학의 학생 연구과정에 참여했어요.
- 휴학하거나 교환학생으로 가는 학생들은 얼마나 있나요?
전임상학년(2-3학년)을 마치고나서 쉬는 학생들이 가끔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는 6년간  한번도 쉬지 않고 마치는 경우가 많아요.
교환학생의 기회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임상학년 때는 해외의 병원에서 수련할 수 있어요.

뉴질랜드 의료제도는 어떨까

- 뉴질랜드의 의료제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뉴질랜드에는 주치의가 있구요. 환자들이 일반의를 찾아가는 경우에는 일부 금액이 정부 보조금으로 지급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일반의를 찾아가죠.
만약 주치의가 전문의나 병원을 가기를 권할 경우 공공의료기관과 사설의료기관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는 공공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요. 단 치과와 안과는 제외됩니다. 사설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하구요. 대부분의 경우 혈액검사, X-ray 등은 무료입니다. 사고로 인한 모든 상해에 대한 치료는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구요. 일부 약값도 뉴질랜드 정부에서 지원해 줘요.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