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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FLEA, IT'S FREE!

82호(2011.09.05)/문화생활 2011. 9. 13. 12:09 Posted by mednews

NOT FLEA, IT'S FREE!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그 작가들 속으로

입추는 지났지만, 아직 늦더위가 시들지 않은 8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그런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 홍익대학교 앞 좁은 놀이터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한쪽에는 연주 공연이 이루어지고 감상하는 사람들, 바로 옆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그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채 가시지 않은 더위에도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홍대 앞 예술시장인 프리마켓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걸까? 바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좀 특별한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일상예술 창작센터에 등록된 작가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만의 참신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의 작가가 될 수 있다. 프리마켓 속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는 놀이터 한 쪽 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천막 밑에는 운영본부가 설치되어 있다. 그 곳의 스태프 한 분에게 프리마켓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대 프리마켓은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일상예술창작센터의 사업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광주 무등골 예술시장 프리마켓’ 등 다른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열린 프리마켓, ‘새끼’라는 공방 운영 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바로 ‘홍대 프리마켓’입니다. 장소 같은 경우에는 구청의 후원으로 매주 토요일 홍대 앞 놀이터를 빌려 쓰고 있습니다. 현수막 등 프리마켓을 위한 공공재는 작가들로부터 운영기금 만원을 걷어 충당하고 있고요.” 프리마켓을 취재하기 위해서는 기자등록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등록을 하면서 프리마켓에 참여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프리마켓 작가는 창의적인 수공예 예술품을 만들 수 있는 분들을 선정하되 분야가 겹치지 않도록 수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120팀까지 참여가 가능하지만 보통 80~100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리마켓에 참여하시는 작가님들 중에는 전업 작가도 있지만 평일에는 다른 직장을 다니시면서 주말만 참여하시는 작가님들도 계십니다.”

운영 본부 바로 앞에 언뜻 보기에 한국인 작가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외국인 작가가 한 명 있어 머뭇머뭇 영어로 말을 거니 한국말로 대답하신다. 아내분이 한국인이라 한국말을 배우러 온 Bruno씨. 프랑스에서 오신 Bruno씨는 평소에는 프랑스어 강사를 하지만 방학기간은 지금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프리마켓을 찾으셨다. 프랑스에서 오셨다기에 프랑스의 예술의 거리로 유명한 몽마르트 언덕과 프리마켓의 느낌 차이를 물었다. “몽마르트 언덕이요? 프랑스 사람은 몽마르트 언덕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아요. 몽마르트 언덕의 사람을 작가가 아니라 보는 거죠. 단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라는 말은 프리마켓에 어울린다며 유창하게 한국말로 대답해 주셨다.

“사장님이 아니라
작가라 불러주세요.”

작가. 여기서 일하는 분들을 일컫는 말이다. 프리마켓에 참여하시는 분 중에 전업 작가도 있지만, 평소에는 다른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여기서는 작가이다. “여기서는 사장님이 아니라 작가라 불러주세요. 여기 계시는 분들은 작가입니다. 저기 바로 옆에서 음악 공연을 하시는 분들도 초상화를 그려주시고 계신 분들도 작가이시고요. 작가들은 작가라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사장님이라는 말에 정작 본인은 생계형 생활창작자이지만 여기 계시는 분들은 작가라는 김진복 씨의 말이었다. 이후 작가님들에게 작가님이라고 직접 말하자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다. “작가라는 말은 왠지 쑥스럽고 어색하긴 합니다. 차라리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주면 좋겠네요. 하지만 저 외의 다른 분들은 작가님이라 불릴만한 분들인 거 같습니다.”, “어릴 때 작가가 되기를 원했는데 지금은 그냥 사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활동할 때는 다른 의미로의 작가가 된 거죠.”
 
프리마켓에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프리마켓이 일반인이 참여하기 쉬운 시간에 열린다는 것이다. 주중에는 직장을 나가고 잠깐 여유가 생기는 토요일. 생활에 쫓겨 이루지 못했던 어릴 때의 꿈을 찾거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기회의 장소이다. “저는 지금 평일에는 건축회사에서 근무해요. 고향이 대구인데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그림, 농구, 노래 같이 여러 가지를 좋아했어요. 고향에 있을 때는 친구가 부르면 바로 가서 노래도 불러주고 그럴 건데 서울은 아직 타지라 아는 사람이 적은 거예요. 그래서 뭔가 색다른 일을 찾고 있었는데 홍대 프리마켓이 생각난 거예요.” 인도여행에서 배운 기술로 이국적인 팔찌와 목걸이를 만들어 팔고 계시는 안도영 씨의 말이다. 이번 주로 4주째 참가 중이시라는 안도영 씨는 직장일도 하면서 프리마켓 준비도 하면 바쁘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물론 바쁘죠. 주중에는 야근할 때도 있고요. 좋아서 참여하는 일이니깐 틈틈이 시간을 내려고 해요. 토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주중에는 일하고 토요일 프리마켓활동을 하고 일요일은 쉬고 그렇게 하면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라고 답해주셨다.

안도영 씨처럼 평소에는 작품활동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분도 있지만, 평소에도 작품활동을 하다가 토요일에는 프리마켓에 나오는 분들도 있다. 딱 봐도 다부진 체격의 표명선 씨는 금속공예를 하시면서 토요일에는 프리마켓에 나오신다. “금속공예를 한지는 꽤 되었어요. 지금은 따로 공방도 있고 샵도 있어요. 그래도 토요일에는 프리마켓에 나오려고 노력해요. 여기에 있으면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제 작품에 대한 홍보도 되고요.” 도자기로 된 귀걸이는 파는 여성 작가분에게도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도자기를 전공했고요. 학교생활을 포함하면 이 일을 한 지 8년째에요. 평일에는 다른 곳에서 판매하고 작품도 만들어요. 그래도 주말이면 프리마켓에 와요. 제가 만든 물건 중 다양한 것들을 보여 드릴 수도 있고 찾는 사람도 다른 곳에 비해 많거든요.”

프리마켓 자체가 직장인분들도 있다. 은세공작품을 판매하는 김진복 씨에게 프리마켓은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저는 은세공 작업하는 회사에서 10년 정도 다녔어요. 하지만 회사 생활에 조금씩 무언가 부족하고 답답했어요. 회사 나오기 한 달 전에 프리마켓에서 활동해봤어요. 여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주중에는 작품을 만들고 토요일에는 여기에 나와요. 주중에는 프리마켓에 낼 작품을 만들고요. 후회요? 물론 회사가 더 안정적이죠. 프리마켓에 작품을 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훨씬 더 시간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더구나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이면 공치는 날도 많고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좋아서 여기서 일하는 건데요. 여기서 일한 지도 벌써 8년째에요.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여기 오시는 분들 중 30%가량은 물건이 너무 비싸다고만 해요. 마켓 작업물은 다 적당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데 말이죠.”

프리마켓에 나온 것이 예술가라는 꿈을 쫓아 나온 것일까?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릴 적의 꿈에서 생각하던 모습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내면 초상화를 그리는 전업 작가 초선영 씨에게 예술가는 꿈보다는 삶의 원동력이다. “예술가가 되는 꿈을 이뤄서 행복하다는 것은 좀 그렇고요. 꿈을 찾아 예술가가 되었다는 것보다는 창작에 절실하니까 예술가가 된 것 같아요.  창작활동은 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 행복하니까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지금의 모습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분도 계셨다. 사업을 하면서 시장조사에 좋기 때문에 프리마켓을 찾으셨다는 분은 현재의 모습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어릴 적 생각했던 모습하고는 다르네요. 저는 물건을 만들기 보다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다른 의미로의 작가는 되었지만 좀 아쉽죠.” 은세공을 하시는 김진복 씨에게 지금은 꿈에 대한 현재 진행형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가면서 아주 작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 좋죠. 꾸준히 하다보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어요. 저는 멋진 작업물을 제작하고 싶어요. 지금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어요.”

“프리마켓을 찾은 이유요?
소통하기 위해서요.”

프리마켓은 다양한 작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작가들의 생각도 프리마켓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왜 굳이 프리마켓을 찾으셨나요?’라는 질문에는 모두 공통된 한 단어가 있었다. 바로 ‘소통’이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작품을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오신 Bruno 씨는 “그냥 혼자 그림을 그리면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없잖아요. 기껏해야 주위의 친구들에게나 보여주고 이야기할 수 있죠. 하지만 여기는 지나가는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잖아요. 여기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와서 지켜보고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이게 여기의 매력인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프리마켓 행사 종료 시점이 다가 오자 작가들은 하나, 둘 짐을 정리하며 자리를 떠났다. 일주일 동안 고단한 일을 마치고 보금자리로, 동료 작가들과 한 잔 하기 위해 술집으로, 다음 프리마켓 준비를 위해 공방으로 말이다. 다음 프리마켓이 열리는 토요일이 되면 홍대 앞 작은 놀이터에는,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일반인들과 소통하고자하는 작가들이 다시 자리를 메울 것이다.

윤준영 수습기자/전남
<owlstar@e-mednews.com>

프리마켓?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프리마켓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한 시부터 7시까지 홍대 정문 앞 놀이터에서 열리는 예술 시장이다. 프리마켓에서 파는 물건은 일반 수공예, 미술 작품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생산, 소비할 수 있으면서도 독창적이면 작품이 나온다. 목걸이, 반지, 팔찌 같은 장신구, 인형, 신발, 의류, 그림, 이야기 책 등등의 물건에서부터 직접 여기서 창작 행위가 이루어지는 페인팅, 초상화까지 창의적 창작물들이 놀이터 곳곳에 있다. 일반시장에서처럼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개성 있는 물건들을 판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프리마켓의 시작은 2002년 한일월드컵 문화행사 일환으로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 그리고 창작활동에 뜻을 두고 있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두고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설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