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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셋. 민영화는 현재 진행 중

여당까지도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며 복지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지보다는 산업의 측면에서 민영화가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는 양상이다.

MB, 의료는
산업의 성장 동력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신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를 명목으로 민간보험의 활성화 및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보험업법 개정, 당연지정제 폐지, 의료채권법 상정,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도입 등을 추진하였지만 국민의 반발에 부딪쳤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HT(Health Technology)라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의료시장을 민영화하기 위하여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과 의료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HT란 제약 및 의료 기기 분야는 물론, 건강보험체계와 예방, 질병치료, 재활, 건강 상담 등 보건의료 서비스 전체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통과되면 앞에 열거한 서비스 항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영리기업에서 의료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하게 된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세력은 의료시장도 다른 경제영역처럼 자본조달이 자유로워져야 효율성과 이익이 극대화되며, 의료 관광에 있어서도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사업의 성장 동력을 세계최고수준의 국내의료지출 증가에서 찾고 있다. 즉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와 국민의 건강권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가 개혁하고자 하는 기존 미국 보건의료제도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미국은 매년 전 세계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쓰며 총 GDP의 14%를 보건의료와 관련한 공적부담으로 지출한다. 그러나 세금을 통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인파산의 절반이 의료비 부담 때문이며 2억 5천만 인구 중 4,700만 명이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을 정도로 의료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놀랍게도 세금이든 개인부담이든 많은 돈을 보건의료에 쓰는데도 국민들의 건강 수준은 세계 30위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엄청난 돈이 민간 보험회사, 제약회사, 영리법인의 차지가 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 vs 국민건강보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미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커질대로 커져있다. 최근 진보신당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으로 국민이 지출한 민간의료보험료는 무려 20조원을 상회하여, 같은 해 국민이 부담한 건강보험료 총액 15조 5천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의 입장에서 보면 민간의료보험보다 국민건강보험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면 여기에 사용자 부담금, 정부의 국고지원금 등이 추가되기에 재정규모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의료보험과 달리 주주이익을 지출할 필요가 없고 관리비도 저렴하기에 운영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에선 보험회사가 이 재원에서 자신의 관리운영비와 수익을 가져가므로, 가입자가 돌려받는 몫은 보험료 총액의 약 60~8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을 선택하는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계층격차를 재생산하게 된다. 칠레의 경우처럼 상위 소득층 12%가 국민건강보험을 이탈하게 되면 공적 건강보험 재정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건강보험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의 건강권,
어떻게 지킬 것인가

WHO는 우리 모두에게 건강권이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이든 최고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다. 2011년 대한민국 정치권에선 이러한 의료의 공급 주체를 놓고 공방이 한창이다. 향후 대한민국 국민의 보건을 책임질 의대생으로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보건의료체계를 선택해야 할까?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부담과 급여 혜택

전진한 기자/대구가톨릭 <redpill@e-mednews.com>, 허은실 수습기자/아주 <hershi@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