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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어오는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찌감치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진 밤거리에는 손 꼭 잡고 체온을 나누는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사랑을 나누기 좋은 계절, 기자가 손 가는대로 써내려가 본 지극히 주관적인 우리들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

“난 CC는 안 해!”
큰소리치더니 결국엔...

시간 많고 연애하고픈 의욕에 불타는 그들 이름은 예과생. 여유가 넘치는 예과생들은 미팅과 소개팅에 얼굴을 내밀어 옆구리를 든든하게 해 줄 사람을 찾는다. 외부인과 사귀면 능력있는 것처럼 보는 통념 때문인지, 대부분은 “CC는 안 할거야!”라는 각오 하에 임한다. 그 결과 대부분은 성과를 맺게 되는 듯하다. 남은 것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뿐.

그러나 예과는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가는가. 본과생이 되고, 예과시절의 핑크빛 꿈으로 가득하던 머릿속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빡빡하게 이어지는 수업과 실습. 무엇보다도 시험. 부족하기만 한 수면시간. 여유시간이 생기면 사람 북적이는 곳에 나가 데이트하기보다는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자주 연락하고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둘의 관계는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트러블이 생겨도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보니 원만히 풀지 못하게 될 때도 많다. 이렇게 저렇게 투닥거리다가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관계 유지에는 상대방의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연애, 사랑하는 사람,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내가 생존하고 봐야 할 것 아닌가.

CC, 다시보니 참 괜찮더라

이렇게 의대생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과 만나며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고 있으면 스치는 생각. ‘역시 CC가 답이구나.’ 예과 때까지 없던 CC가 본과 올라가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하더라는 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의지되고 말도 통하고.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비교적 빨리 안정적인 관계로 자리잡는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 학생 커플의 특권이라면 특권인 ‘도서관에서 나란히 앉아 공부하기’도 해보고. 수업들을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지만 등교를 해야 할 강력한 동인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어쨌든 연애 하고 있으니, 좋을 수밖에.

마냥 좋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CC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매일 만나는 것이 반드시 연인관계를 발전시키지는 않는 법. 다른 커플들은 데이트할 땐 기대와 설렘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만나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데, 상대가 CC라면 아무래도 어렵다. 기대되고 설레기보다는 편안하고 일상적이며 밥 먹자며 나와서 김밥천국으로 향하게 된다. 연애의 공간이 동기들 모두와 함께 있는 교실이 되는 것도 부담이 된다. 동기들이 둘의 관계에 본인들보다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나(어제 둘이 싸웠어? 어째 분위기가 싸하네.), 떨어져 앉는 날이면 어김없이 참견하고(왜 오늘은 같이 안 앉아?). 뭐라 대꾸하기도 난감한 말까지.(이제 둘이 결혼해버려~)
사귈 때는 둘이서 행복한데, 저런 것쯤이야. 그까짓거 참아주면 된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부터 더한 어려움이 속출한다. 의대의 특성상 최소 6년의 시간을 매일 만나야 한다. 마주치기만 하는 정도면 다행. 공연 연습 같이하기, 참 난감하다. 실습 때 같은 조가 되는 상상, 심히 두렵다. 그것은 본인들에게도 두려운 일이지만, 나머지의 조원들에게 더 큰 공포일 것이다. 역시 헤어진 후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은가 싶다.
그렇다면 CC현황은

CC의 수는 한 학교마다 학번마다 차이가 나타났다. 하지만 대체적 경향성은 있었으니, 정리해보면 이렇다. 서울 밖에 소재한 대학의 경우 대부분 ‘마음에 드는’ 외부인을 만나기 어렵고 대부분 학생들이 자취나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가까워질 기회가 많으므로 CC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 관계이고 둘 다 자취를 하고 있다 해도 의대 내 소문의 확산속도를 잘 아는 의대생들은 동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예과와 본과가 분리되어있는 학교의 경우 예과1학년과 2학년사이의 CC가 많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좀 더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학부를 다니는 동안 사귀던 관계를 유지하거나 대학원 입학 대비 학원에서 만나는 경우도 많다 보니 학부생들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으로 보인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