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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다 똑같다고요?

전국 10종의 소주 블라인드 테스트
5가지 항목으로 직접 비교... 과연 그 결과는

동아리 선후배,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소주이다. 소주 한 잔의 씁쓸하고도 부드러운 목넘김 후에 온몸을 휘감는 따듯한 기운은 모든 이에게 항상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이렇듯 만인의 친구인 소주이지만 정작 소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혹시 음식점에서 소주를 주문할 때 아무것이나 괜찮다고 말하지는 않는지.

소주는 세 번 고아 내린다는 뜻의 소(燒)와 진한 술이라는 뜻의 주(酒)가 결합된 한자어로 기원전 3000년경 서아시아의 수메르족에 의해 처음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류를 발효시키기만 하는 맥주나 동동주와는 달리 발효시킨 후 증류하는 것이 소주의 특징이다. 현재 시중에 대량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는 소주는 발효시켜 증류를 시키는 전통소주와는 달리 대부분이 에탄올을 희석시킨 희석식 소주이다.

지금 한국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 소주는 약 10여종으로 지역별로 마시는 소주의 종류가 다르다. ‘처음처럼, 참이슬’은 수도권지역에서 주로 판매되고 ‘C1’은 부산, ‘참소주’는 대구, ‘화이트’는 경남, ‘산’은 강원도, ‘하이트’는 전라북도, ‘잎새주’는 전남, ‘한라산’은 제주도, ‘O2린’은 대전에서 주로 판매된다. 이렇게 많은 종류로 판매되는 소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호만 다를 뿐 소주의 맛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용하는 물, 첨가물, 공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 맛과 느낌은 모두 다르고 각각의 특징이 있다.

소주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따지자면 일단 구성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이다. 각 소주는 모두 만들어지는 지역에 있는 수질이 우수한 물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처럼’과 ‘산’은 대관령 기슭 청정 암반수를 사용하고 있고 ‘C1’은 부산의 해양심층수, ‘잎새주’는 방울샘의 천연암반수, ‘한라산’은 제주도의 천연암반수, ‘화이트’는 지리산 천연암반수를 사용하고 있다. 사용되는 물만큼 공법에서도 각 소주별로 차이를 보인다. ‘참이슬’은 대나무 활성 숯을 사용한 공법, ‘처음처럼’은 알칼리 환원공법, ‘C1’은 음향진동 숙성공법을 사용하는 등 각각 독특한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첨가물에서도 소주마다 차이가 있다. ‘02린’에는 다른 소주에 비해 산소가 3배나 많고 ‘참, 하이트’에는 자일리톨과 아스파라긴, ‘화이트’에는 아스파라긴, 알라닌, 글리신등의 아미노산이 그리고 ‘잎새주’에는 메이플시럽이 첨가되어있다.

이렇게 많은 차이를 가지는 소주 각각의 맛을 평가하기 위해 의대생 신문사 기자 4명과 연세대 의예과 재학생 3명의 도움을 얻어 소주 블라인드테스트를 해 보았다. 블라인드테스트는 총 10종의 소주(참소주, 처음처럼, C1, 참이슬, 산, 화이트, 하이트, 한라산, 잎새주, O2린) 5개의 평가항목인 향, 첫맛, 끝맛, 목넘김, 당도를 각각 5점 만점으로 평가하였다. 참이슬과 같이 여러 가지 도수로 나와있는 소주의 경우 대부분의 소주가 택하고 있는 19.8도에 가까운 도수로 출시된 것을 택하였다.


향은 큰 차이 보이지 않아

10종의 소주가 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세한 강약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에틸 알코올의 냄새에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 또 테스트의 특성상 10잔을 내리 마셔야 했기 때문에 갈수록 향이 역해지는 오차를 피하기 힘들었다.
 
첫 맛이 부드러운 ‘처음처럼’

소주의 맛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아무래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맛일 것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판매를 올리고 있는 ‘참이슬’, ‘처음처럼’의 경우 부드러운 첫 맛을 가지고 있어 부담 없는 느낌을 주었다.
반면 지역 소주인 ‘참소주, C1, 화이트’는 다른 소주에 비해 첫맛이 강해 쓰게 느껴지는 편이었다. ‘한라산’은 21도의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첫맛이 부드러운 편으로 도수와 첫 맛이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린’

당도의 경우도 소주마다 크게 차이가 없어 평가가 힘들었지만, 평가자들이 충분히 느낄 만큼의 미세한 차이는 존재했다. 공통적으로 당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소주는 대전에서 주로 판매되는 ‘린’이었고, 그 뒤를 한라산, 잎새주 등이 이었다.

목넘김이 부드러운 ‘잎새주’

다른 음료와 술을 마실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목넘김. 목넘김이 어떤 가에 따라 그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한 소주는 메이플 시럽을 첨가한 ‘잎새주’와 첫 맛이 부드러웠던 ‘처음처럼’이 꼽혔다. 반면 목넘김에서 역함이 가장 심했던 소주는 ‘산’이 꼽혔다.

끝 맛이 깔끔한 ‘한라산’

목넘김이 끝나고 입 안에 남아이는 뒷 여운은 ‘잎새주’와 ‘한라산’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 뒤를 전국구 소주인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뒤를 이었다. 반면에 끝 맛에서 나쁜 점수를 받은 소주는 ‘산’과 ‘참소주’로 두 소주의 경우 다른 항목에서도 고루 낮은 점수를 받은 특징이 있었다.

종합 점수 1위는 ‘참이슬’

다섯 가지 항목의 점수를 6명의 참가자가 모두 합산한 결과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소주는 ‘참이슬’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참가자에게 고루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소주가 된 이유.
그 뒤를 잇는 소주로는 가장 높은 도수를 자랑하지만 의외로 부드러운 맛을 지닌 ‘한라산’과 메이플 시럽의 영향인지 각 항목별로 고루 부드러운 맛을 지닌 ‘잎새주’가 뒤를 이었다. 참가자 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으나 ‘처음처럼’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종합점수가 가장 낮았던 소주는 대구의 ‘참소주’와 ‘화이트’였다.

블라인드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첫 잔으로 ‘참이슬’을 마셨을 때 소주도 음미할 만 한 술이라고 입을 모았고 ‘산’을 마실 때는 대구지역 기자 한 명이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맛”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이 전체 성적이 우수한 편으로 평가되자 우리가 서울지역에 주로 있으니까 서울지역 소주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블라인드테스트가 끝나고 술을 여러 종류 마셔서 그런지 속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블라인드테스트에서 최고로 뽑힌 소주와 최악으로 뽑힌 소주는 평가자마다 달랐는데 본 기자가 뽑았던 최고의 소주는 ‘C1’이었다. 기자의 고향인 부산의 대표소주인 ‘C1’은 첫맛이 강하지만 목넘김은 부드럽고 얼리게 되면 그 첫맛마저 깔끔하게 변하고 물회와 같은 해산물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하지만 한 평가자는 ‘C1’을 그냥 알코올이라고 말하며 최악의 소주로 평가했다. 사실 모든 음식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듯 소주에 대한 취향도 제각각이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분명 자신에게 맞는 소주가 있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아무 소주나 찾을 것이 아니라 소주의 맛을 음미해보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소주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현도 기자/연세
  <loverbo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