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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안의 건강 주치의! 교도소 의무관

광주교도소 박일웅 의료과장님 인터뷰

 빠삐용, 쇼생크 탈출, 프리즌 브레이크...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다. 화면에서 교도소는 참 다이나믹하게 그려진다. 폭동이 일어나고, 수감자가 탈옥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교도소 의사가 수감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현실에서 교도소의 모습은 어떨까. 광주 교도소 박일웅 의료과장님을 만나보았다.

 교도소 의사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일반 병원보다는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교도소에서 근무하겠다고 자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교도소에서 근무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올 8월이면 여기서 일한지가 4년이 됩니다. 대학교수로, 봉직의로, 개업의로 일했었는데 평소에 사회에서 받은 만큼 다시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것처럼 어떤 거창한 소명의식까지는 아니지만. 사실 여기 오기 전에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았었는데 와서 마음을 편히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까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교정시설에서 의사가 하는 일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교도소 내 의료 시설은 일차 진료 기관이예요. 일차 진료 중에서도 굉장히 제한된 일차 진료를 하고 있어요. 의료기기는 X-ray하고 청진기 정도고, 혈액 검사도 외부에 맡깁니다.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외부병원에 의뢰해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게 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환자가 외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직원이 따라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외부 병원으로 나갈 수 있는 환자 수가 정해져 있어요. 응급 환자는 바로 나갈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기다려야 되는 거죠. 보완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추진 중인 병원식 의료교도소가 지어지면 상당 부분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긴 교정시설이기 때문에 의료 업무보다는 보안이 우선입니다. 외부로 나갈 때 의무관들에게 보안책임이 지워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거든요. 보안업무하고 의료 업무가 상충될 때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요.
 저는 산부인과 전문의인데 여기에서는 전 과를 다 보니까 공부가 많이 됐어요. 공부를 해야 환자를 볼 때 도움이 되니까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또 25년 동안 의사 생활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일반 병원에서는 보기 힘든 질환을 여기서 본 적도 있어요. 교도소에서는 환자가 끝까지 추적이 되니까 진료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있고 환자들의 의료 욕구도 굉장히 높아요. 안타까운 점은 의료도 하나의 교화방법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에 관련한 적절한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교정의학이 수감자들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감싸줄 수 있는 하나의 분야로 이미 자리를 잡았거든요.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사회인들보다 심리적으로 복잡한 사람들이예요. 이러한 면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빠삐용, 하모니, 쇼생크 탈출처럼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데요. 이러한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해봤을 때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쇼생크 탈출하고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교정 시설이나 교도소 내 인권 확립이 잘 되어있어서 비교는 아무래도 어렵구요.
 바깥보다는 환경이 열악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 재소자들이 거칠게 굴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예요. 4년 전에 처음 와서 근무할 때는 조금 두렵기도 했지요. 예를 들면 ‘내일 모레 출소하는데 사회에서 봅시다’ 하는 말을 듣고 한동안 의기소침했어요. 환자 보는 것이 겁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실제로 재소자가 앙심을 품고 출소한 후에 해코지를 한 경우는 전혀 없었어요. 재소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범죄의 길로 들어선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감사 편지를 받을 때는 힘들었던 일은 순간 잊어버릴 정도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편지를 써 준 환자한테 더 고마움을 느끼기도 해요. 
 또, 의사로서 급여는 적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식들 대학 보낼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덜 상업적으로, 윤리원칙에 입각해서 떳떳하게 일할 수 있어요. 

교정시설에서 의료 인력이 부족한 점을 원격 의료로 보충하고 있는데, 원격 의료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광주 교도소에서도 현재 전남대화순 병원과 협력해서 피부과, 정신과 화상진료가 진행되고 있어요. 설문 조사 결과 환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원격의료에 대해 아직 법제 정립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명의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환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인데 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고 보다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방향에서 보려고 합니다.

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광주교도소 의무관 TO가 수년 째 공석입니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이 어딜 가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데 교도소 의무관이라는 직업은 더더욱 만만하지는 않은 직업이죠. 의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환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됐을 때, 그 순간에 느끼는 보람 때문에 의사들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소득의 수준이 자신의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는 생각이 팽배한 사회에서 물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의대생들이 자신의 꿈을 좇아 좀 더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도소만 봐도, 여기도 사람 사는 공간입니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부딪혀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혜미 기자/서남
<manar@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