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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자판기 효과라는 것이 있다. 2명 이상의 사람이 자판기 앞에 모여 비공식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생기는 소문에 관한 이론이다. 자판기 주변뿐 아니라. 식당, 휴게실, 인터넷 블로그, 담배를 피우는 뒷길과 같이 사람들이 사는 곳, 일하는 곳 혹은 놀며 쉬는 곳이라면 어디든 소문은 만들어진다.
우리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소문을 듣고 말하며 퍼뜨린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루머 전문가이자, “루머사회”의 저자 니콜라스 디폰조 박사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소문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근본적인 상호작용이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운 이유는 소문만큼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소규모 집단 내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한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 1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회사에서 소문에 시달려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47.9%. 이 중, 소문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는 사람은 26.9%에 달했다.
이처럼 소문은 도처에 존재할 뿐 아니라 파고들어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까지도 쥐고 흔드는 힘이 있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기에 또 누구든 쉽게 찔려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칼, 소문. 그 힘에 대해 심리학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소문은 어떻게 보편적인 인간의 특성이 된 것일까?

 

이는 인간의 핵심적인 본성 두 가지를 통해 해석이 가능하다. 심리학자인 수잔 피스케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일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쉽게 구별된다. 또한 인간에게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맥락을 찾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특성이 있다. 주어진 상황을 헤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본능인 것이다. 소문은 이 두 가지 본성의 만든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소문을 믿을까?

 

사람들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나 경험과 소문이 일치할 때 그것에 보다 더 확신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소문을 받아들일 심리적 공간이 있어야 소문은 설득력을 가지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이다. 소문은 애매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내용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에 부합할 경우에 사람들은 더 쉽게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편 우리는 매일 듣는 모든 소문을 확인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없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서는 진실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므로, 소문의 진위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소문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우리는 소문의 사실여부를 분명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럴 때는 소문을 들었을 때 그것이 사실로 판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를 따져보도록 하자. 사건이 사실일 상대적 빈도가 높을 경우에만 그 소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주변의 소문들에 대한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왜 이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 지, 소문에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악의가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내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생각과 기분이 들지를 한번씩만 생각해 본다면 떠도는 소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소문은 인류의 사회적 특성, 궁극적 이해에 대한 특성을 반영한다. 따라서 소문을 이해한다는 행위는 곧 소통이다. 소문의 행간에서 사람들의 근심과 신념, 그리고 두려움을 읽어 내는 것이다. 소문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서 스스로를 바라보고 나아가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현진 기자/중앙
<0355660@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