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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료봉사활동① 대구가톨릭의과대학

해외의료봉사, 궁금해요~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의과대학에서 해외의료봉사를 많이 실시하고 있다. 해외의료봉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기사를 기획했다. 우선 올해 제 3기 해외의료봉사를 다녀온 대구가톨릭의과대학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구가톨릭의과대학에서는 2008년을 첫 시작으로, 2년마다 필리핀 ‘빠야따스’ 지역으로 해외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매번 10여명의 의료진들과 함께 20~30명의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 학생들이 참가하여 일주일 간 의료 봉사를 하고, 현지 주민들과 문화교류도 한다. 이번 2012년 1월, 제 3기 해외봉사활동에 다녀온 학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Q. 의과대학 학생들 중 주로 몇 학년 학생들이 참가하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간단히 알려주세요.
A. 주로 본과 2학년, 3학년 학생들이 참가합니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주로 교수님들이 환자를 보기 전에 예진을 하여 각 과로 환자를 분류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본과 2학년 학생들은 치료를 위해 대기 중인 아이들과 레크리에이션 활동(딱지치기, 투호놀이,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율동, 마술 등)을 하거나, 약제실에서 약 조제 또는 교부를 담당하였습니다. 일부 본과 3학년, 2학년 학생들은 수술실에서 교수님을 보조하기도 했습니다.

 

Q. 본과 3학년 학생들의 예진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A. 현지 봉사자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현지 봉사자가 환자들이 말하는 따갈로그어를 영어로, 학생들의 영어를 따갈로그어로 번역하여 학생과 환자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실 영어 실력이 부족한지라 점점 단답형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갔지만…. (“Cough?” “Yes”, “Sputum?” “Yes” 이런 식이었습니다.) 1년간 실습을 돌면서도 제대로 해볼 기회가 없었던 예진을 하려니 머리가 하얘질 때도 많았고, 하루에 500명 정도의 환자가 몰려와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Q. 가장 궁금한 것이 수술실 보조인데요, 어떤 경험을 했나요?
A. 이번 봉사활동에서 외과 파트는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가 있었습니다. 비뇨기과에는 두 명의 학생이, 이비인후과에는 한 명의 학생이 교수님을 보조하였습니다. 그 중 아직 PK 실습을 경험하지 못한 본과 2학년 학생 한 명이 그 역할을 맡아 초반에 상당히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봉사 마지막 날에는 전공의 수준이 다 되었다는 교수님의 칭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포경수술에서는 봉합까지 해보았다고….

 

Q. 수술실 보조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수술실에서 가장 큰 적은 땀이었습니다. 수술실 환경 자체가 굉장히 습하고 더웠을 뿐 아니라 바짝 긴장하다보니, 얼굴에서 계속 땀이 흘러 보조 내내 오염을 걱정하였습니다. 소공포에 땀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에 속으로 끊임없이 ‘No contamination!’을 외치며 집중하였으나 교수님께 참 많이 혼났고 수없이 멘탈붕괴 상태에 빠졌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에 교수님께서는 오염은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엄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그마한 방,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졌던 그 수술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Q. 어떤 환자들이 많았습니까?
A. 그곳 주민들은 쓰레기 산 바로 옆에서 생활합니다. 그래서 호흡기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콧물과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뿐 아니라, 결핵이 의심되는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위생 상태도 불량해서 충치로 발치하러 온 환자나 기생충 감염 환자들도 많았습니다. 치통으로 온 환자들 중 많은 이들이 젊은 나이임에도 충치로 이가 듬성듬성 남아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다음 봉사 때는 위생 교육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Q. 정말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해외 의료 봉사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몇 마디만 해주세요.
A. 봉사 떠나기 한 달 전부터 문화교류나 약 포장 등을 준비하며 봉사는 단순히 몸만 가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준비가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또한 각자 역할을 맡아 봉사를 하는데,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역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제대로 의료봉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느끼는 우리 봉사단들에게 빠야따스 사람들은 끊임없이 “Salamat po(감사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빠야따스 사람들이 진료소에 찾아오는 이유는 단지 의사를 보고 약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무시 받는 자신들을 위해 한국에서 이곳까지 와준 것이 고맙고 신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과 미소를 보며 오히려 우리가 ‘감사함’을 느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