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당신이 아기였을 때

111호/문화생활 2016. 7. 11. 18:02 Posted by mednews

당신이 아기였을 때

유아기 애착 관계와 분리 불안 장애

 

 

웹툰 <아이덴티티> 속 등장인물 닥터 와이번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져 분리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정신과 의사이다. 분리불안 장애 때문에 파리에 있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까봐 극심한 불안 장애를 겪으나, 결국 재회에 성공한다. 분리불안 장애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가 엄마의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만을 떠올리지만 이렇듯 어린 시절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어른이 되어서까지 장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유아의 애착관계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어른으로 향하는 건강한 성장의 첫 단계를 알아보자.

인간은 출생 후 그 어느 동물보다도 발달과정이 느리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발달을 적극적으로 돕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심리적인 불안을 떨치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어 건강한 성장과 성숙이 가능하다. 애착은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최초에 나타나는 발달문제로서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유대관계를 의미한다. 애착은 근접과 접촉을 추구하는 경향성으로 아이가 자신이 필요할 때에 애착대상을 찾고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애착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생존과 성숙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분리불안은 말 그대로 부모와 애착관계를 맺지 못하고 분리될 것만 같은 불안인데, 아이들은 6개월에서 4살이 될 동안 엄마나 자신을 주로 키워 준 사람에게서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엄마가 동생을 낳아야 하는데 아빠가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든지 등의 이유로 유아보호소에 맡겨졌던 아이들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다. 아이들은 반항을 하고 크게 울며 엄마를 계속 불러대어 유아보호소 직원들이 이들을 달랠 길이 없었다. 부모와의 분리가 처음이 아니고 재경험이었을 경우 처음보다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아이들은 분리불안으로 인해 놀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애착으로 맺어진 사람이 곁에 있을 경우에는 안정감을 느껴 아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탐색하며 역동적으로 놀이를 했다. 주위가 낯선 곳이라고 해도 엄마의 존재가 마련해 주는 안정적인 마음의 기틀 때문에 신나게 놀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엄마가 자리에서 떠나면 아이는 위협을 느껴 놀이를 중단하고 엄마와의 재회에만 신경을 썼다. 분리불안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에 대한 흥미를 잃게 했던 것이다. 나중에 엄마가 돌아온 경우에야 아이는 안심을 했다.
닥터 와이번의 경우처럼 어린 시절의 애착관계와 분리불안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아이들이 애착관계를 통해 다른 사람과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볼비에 따르면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기대를 얼마만큼 양육자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잣대로 가늠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아이는 비교적 정서적으로 안정되어있어 엄마가 자리를 떠났을 때도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돌아왔을 경우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자기가 필요할 때 있어줄 수 없다는 불신이 이전의 경험에 의해 생긴 경우에는 불안해하거나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형성된다. 타인에 대한 개념은 유아가 탄생한 후 첫 2년에 이루어지는데 유아가 얻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아이가 성장한 후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애착관계의 효과가 첫 2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과정에서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양육방법이 아이들의 자율성과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행동과학적 접근으로 아이들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을지, 그들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의존하도록 만드는 자율적인 방법이 좋을지, 부모가 아이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하여 자율성의 정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을지 말이다. 모든 이론이 나름대로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성립되었을 때 자율성에로의 도전을 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애착관계를 맺을 수 있는 부모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항상 자신이 버림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을 갖고 자란 아이는 자율성과 자신감에 손상이 온다. 유아보호소에 한번 맡겨져 엄마와의 분리를 경험했던 아이는 또 다시 맡겨졌을 때 훨씬 더 힘들어한다.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우선으로 이루어야 할 것은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관계이다. 일단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나면 아이는 탐험심과 모험심을 가지고 주변의 환경에 대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아개념의 확립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