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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

‘제너럴 닥터’ 정의식 선생님 인터뷰

 까페 클리닉으로 유명한 홍대 앞 제너럴 닥터에 새로운 의사가 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정의식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다. 정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가정의학과를 도입하신 윤방부 선생님 밑에서 펠로우십을 마치고 전주 예수병원, 영동세브란스 등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20년간 대학에서 그리고 개업의로서 우리나라에 바람직한 일차 의료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그가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된 사연을 들어보았다.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의과 대학 재학 시절 본과 3학년 때 실습을 도는데 평생 하고 살 정도로 마음에 드는 과가 없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윤방부 선생님이 미국에서 가정의학과 수련을 하고 한국에 돌아오셨어요. 그 분이 예방의학 시간에 들어오셔서 가정의학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가정의학과가 상당히 장래가 불투명한데도 불구하고 ‘아 이거라면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의학과는 ‘primary care’를 하는 곳인데, 이걸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일차의료' 정도가 되겠죠. 저는 이 일차의료라는 것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일차의료에 대해서 설명부탁드려요.
 - 일차의료를 하는 사람은 일단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환자를 만나요. 환자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에서 문제를 발견해내서 도와주고 내가 다 못 도와주면 내가 속한 팀의 도움을 받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큰 병원으로 보내죠.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일차의료랑 이차, 삼차의료의 구분이 잘 안 되어 있어요. 일차의료라고 하면 이차, 삼차 의료와 비교해서 하등하고 굳이 진료를 안 받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죠. 일차 의료를 하는 의사와 각 세부 전공의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효율적으로 짧은 시간에 환자를 도와줘야 되는데 현실은 개인병원과 종합병원들이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병원에 가보면 일차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우루루 가 있고 전문가 집단의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개인 병원을 진전하고 있는 경우도 볼 수 있죠. 그러다보니깐 비용, 시간적인 면에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요.

 개업의로 근무하셨을 때 경험이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된 계기 중의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 일차의료에서는 환자에게 접근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지속적인 의료인데 환자하고 한번 관계를 맺으면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는 겁니다. 정보도 주고 교육도 하고 예방접종도 하고 정기검진도 하고.
두 번째는 포괄성입니다. 내, 외과를 아우르는 포괄성을 포함해서 생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할 수 만 있다면 영적으로도 즉, 모든 면을 통합해서 환자를 보는 겁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두 가지 시도를 해 봤어요. 처음에는 포괄성을 염두에 두고 개업을 했죠. 장비들을 갖춰놓고 모든 질병을 두루 다루려고 했는데 결국은 환자들이 개인병원보다는 주위에 있는 큰 종합병원을 선호했어요. 다음에는 지속성을 목표로 했습니다. 처음에 가족 주치의로 일하고 싶다고 써 붙이고 시작했는데 꼭 아플 때가 아니어도 정기검진이나 상담,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 개념이 생소해서 그런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전문의로서 의원인 제너럴 닥터에 오게 되신 이유는요?
 - 앞서 말했듯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해봤던 두 가지 노력이 성공적이지 못해서 가정의다운 진료를 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해야 하나 했습니다. 그러던 중 김승범 원장이 까페 클리닉이란 걸 열었는데 같이 해보자는 뜻을 전해왔어요. 처음에는 의아했죠. 까페 클리닉이라고 하니까. 엉뚱하죠? 여러 번 방문해서 의논하고 진료하는 모습도 보니까 이렇게 기발한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새롭게 접근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제너럴 닥터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있고, 일반의도 있는데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 특별히 역할 분담이랄 것은 없습니다만 굳이 말하자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보다는 효율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죠. 일반의는 전문의와 비교해서 처음에 환자를 볼 때에는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요.

 고령화가 이슈인데, 노인들을 위한 일차진료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 좋은 질문입니다. 남녀노소를 구분하는 것은 일차 진료가 아닙니다만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에서 노인들은 일차진료를 경험해 보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썩 내키지 않아합니다. 당연한 것이 우리나라에 일차의료가 제대로 자리 잡힌 적이 없는데 어느 누가 그렇게 진료를 해 왔겠어요. 노인들은 다른 병원들처럼 아픈 데를 묻고 약 처방해주고 끝나는 익숙한 진료를 원합니다. 하지만 가정의들은 다른 병원들처럼 진료하려고 가정의가 된 것이 아닙니다. 일차의료라는 개념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노인들에게는 그게 힘들다는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죠.

 의사가 될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여러 종류의 의사가 있어요. 의과 대학 졸업할 때쯤 부딪히는 문제가 기초에 남을 것인가 임상을 할 것인가 이고 만약 임상을 하기로 정했다면 일차의료를 할 것인가 전문의를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하죠. 일차의료하고 다른 단과들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어요. 환자를 보는 시각도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도 다르고 접근 방법도 다르죠. 우리나라가 각 세부 분야별로는 꽤 발전이 잘 되어 있는데 일차의료 부분은 불모지 상태입니다. 일차의료는 illness를 care하는 곳이고 다른 단과들은 disease를 cure하는 곳입니다. 의사가 될 사람들로서 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혜미 기자/서남
<manar@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