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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의사하기 너무 힘들다” … 이제는 중동으로 가는 선배들


‘의료계 어렵다’는 말, 참 많이 듣는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린 선배들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해외진출’이라고 하면 그동안은 주로 미국·일본 의사면허를 준비하는 선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그 세태가 조금 다르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수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중동국가들이 직접 헤드헌터를 구해 한국의사들을 스카웃해가는 형식이다. 여기에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가속도를 붙였다. 의사로서 해외로 진출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며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 걸까? 


쿠웨이트, 연봉 2억, 자녀 학비 지원


쿠웨이트는 지난 달 8개 국립병원에서 근무할 한국 의료진을 뽑는 모집 공고를 냈다. 쿠웨이트 석유공사(KOC) 직영병원인 알마디(Ahmadi)병원은 한국 산부인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 10여명을 모집한다. 지원 자격은 영어가 능통해야 하고, 진료 경력이 8년 이상이어야 한다. 병원에서 제시한 단기 계약직 연봉 조건은 약 2억5000만원~3억 원 수준이다. 국내 병원에서 12년 이상 근무한 전문의의 경우 연봉은 2억1000만원, 8년 이상은 1억7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연봉과 별도로 인센티브 및 성과 보너스, 퇴직금이 지급되고 기혼자의 경우 4~19세 자녀 학비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다. 1년에 42~45일 간 유급 휴가도 제공된다. 쿠웨이트는 의대가 한 곳밖에 없고 의사가 모자라 외국의사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쿠웨이트 의료기관이 국내에 의사 모집공고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월 급여 1050만원부터, 주택 임대료 지원


지난 3월에는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 왕립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Sheikh Khalifa Specialty Hospital)이 현지에서 근무할 신규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연봉은 한국에서 받는 것의 1.5~2배 수준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받던 연봉이 1억 원이었다면 아랍에미리트에선 1억 5000만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물론 더불어 제공되는 자녀 학비 연 2000만원과 주택 임대료 2000만원 등 추가지원 포함 여부에 따라 실제 연봉에 조금씩 차이는 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안으로 500여 명의 의료진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유급휴가 60일, 한국 왕복 항공권 제공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Riyadh)에 위치한 킹 압둘라지즈 메디컬시티(King Abdulaziz Medical City)에서도 지난해 4월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한국 의사를 모집했다. 1.5~3배 높은 월급에 유급휴가 60일, 재계약 시 한 달분 보너스, 연간 2회 한국 왕복 항공권 지원, 저금리 대출 및 사택 제공 등의 파격적인 근무혜택이 제시됐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금이 소득의 3% 밖에 안 돼 실 수령액은 국내 대비 3배 정도 된다. 


출신대학? 영어 실력 등 고 스펙 요구, 상호 면허인정 안 돼 단기계약직이 대부분


이처럼 중동국가들이 파격적인 조건들을 내걸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인 의사 채용이 아직까지 쉽지만은 않다. 중동은 한 여름에도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고, 술을 갖고 있다가 걸리기만 해도 그대로 추방되는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또 중동지역 국가들이 원하는 우리나라 의사의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회화실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서울의대,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등 명문의대 출신을 선호한다. 한국 의사면허는 타국과 상호 면허인정이 안 돼, 취업이 됐다고 하더라도 면허인정을 위한 인터뷰에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행정절차를 밟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도 큰 걸림돌이다. 채용조건이 대부분 2년 단위 계약직이다 보니 한국에 돌아온 다음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할 위험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의사들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국내에서는 의사들이 버털 수 없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변하는 현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