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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인상, 반년과 그 이후 짚어보기


지난 2014년 9월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린다는 인상안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흡연자가 50%에 육박하는 이 나라에서 정말로 담뱃값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인상은 단행되었다. 2015년 1월 1일부로 담뱃값은 1.8배 인상되었고, 그사이 소매점과 국민들의 사재기 논란, 47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던 양담배들의 4500원 가격인하 등 여러 가지 해프닝들이 있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담배연기에 휩싸인 국민건강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흡연율 감소, 이루어지고 있나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단행한 ‘핑계’는 45%로 OECD 1위인 흡연율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국민 보건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흡연과 관련된 법안의 이름도 ‘국민건강증진법’이다. 담배는 폐암의 가장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며,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사람의 여명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호흡기질환의 유발인자이기도 하다. 

‘이렇게나 해로운 담배를 국민들에게서 멀어지게 하겠다’는 명목으로 담뱃값을 인상했으면 정말로 그 성과가 보여야 할 것이다. 실제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동안 ‘음지에서 욕을 다 먹으며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다크 나이트인가’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우스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간 몇 개월간은 사재기나 흡연자의 일시변심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서 정말로 목적을 이루었는지 평가가 곤란했다. 아직 1년은 지나지 않았지만, 반 년이 지나며 통계가 쌓였다. 담배와 관련한 천태만상을 살펴보자.


월별 판매량 감소율 점점 낮아져 작년대비 10%낮은 수준


국민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담배 지표는 ‘흡연율’일 것이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를 기록한 이래 점점 낮아져 2013년 42.1%까지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흡연율은 설문조사에 의지한다는 것, 청소년과 여성 등의 경우 사회적 시선 때문에 답변의 진실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고 그 통계도 2년 뒤에야 나오게 된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흡연율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지표로 담배 판매량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담배를 얼마나 많이 구입할까? 1년간 팔리는 담배는 46억 갑이다. 환산하면 920억 개피이며 국민 모두에게 1년에 92갑씩 나눠줄 수 있는 양이다. 이 담배 판매량을 보면 흡연율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각 월별 판매량 감소율은 (2014년 2015년 비교) ▲1월에 -33%, ▲ 2월 -22.4%, ▲ 3월 -14.9%, ▲ 4월 -10.7%정도로 나타났다. 1월의 통계만 보면 이는 일견 흡연율이 1/3이나 감소한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법안 도입 전 3개월간의 사재기에 의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매달 10%p씩 판매량 감소가 회복되어 5월, 6월 현재도 동월대비 10% 감소 정도다. 실제로 1인당 하루 흡연량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그보다 적은 효과라 보는 것이 맞다.

또 다른 재미있는 통계로 일회용 라이터 판매량이 있다. 인상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버린 것이 라이터다. 500원짜리 일회용 라이터의 판매량은 ▲1월에 -5.2%로 감소했지만 ▲2월부터는 +2.7%, ▲3월에는 +0.2%, ▲4월에는 1.9% 증가했다. 이는 금연을 선언했던 사람들이 흡연을 다시 시작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판매량은 점점 더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1.8배, 2배 가까운 인상률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45%정도의 성인남성 흡연율이 41%정도로 고착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8배 증가했는데, 판매량은 10%만 줄어든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마중물’ 불과, 혐오그림 등 추가정책 부족


실제로 WHO등에서 담뱃값 인상을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으로 본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가 크고, 몇 개월 뒤에는 원래 수치와 비슷한 정도로 돌아오게 된다. 담뱃값 인상은 일종의 첫 불씨 역할을 하는, 마중물과 비슷한 역할로 보는 것이 옳다. 이왕 2배에 가까운 가격을 인상할 것이었다면 그와 동시에 추가적인 정책이 함께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혐오그림 삽입이다. 담배갑에 혐오그림을 삽입하는 나라는 전국 77개국에 이른다. 77개국 혐오그림의 평균 면적은 48%이고, 가장 넓은 면적을 할애하는 나라는 85%의 태국이다. 가장 성공적인 금연효과를 이끌어낸 나라는 브라질로, 2004년 혐오그림 도입 후 35.4%였던 흡연율이 2010년 21.6%로 13.8%p나 감소했다. 혐오그림은 특히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혐오그림 삽입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11번이나 실패했다. 올해 5월 1일 50% 이상의 경고메시지, 30%이상의 경고그림으로 담배곽 전후면을 채워야 한다는 개정법률안이 법안심사 2소위를 통과해 11번의 실패 이래 첫 도입을 앞두고 있으나, 담배값 인상시기와 함께 통과했다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KT&G 추가 연이익 1조원 예상, 의심에 당당한 정책 따라야 


담배값이 2,000원 인상된다고 하지만 그 2,000원이 온전히 세금인 것은 아니다. 완전히 새로 생긴 항목인 ‘개별소비세’ 594원을 포함해 한 갑의 세금은 1550원에서 3318원으로 올랐다. 인상분은 1768원으로 한 갑당 234원은 KT&G의 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KT&G의 담배 점유율은 60%를 가뿐히 넘고 2/3정도를 차지한다.  

담배 한 갑당 이익은 1192/950= 1.25, 즉 25% 상승하므로 담배소비량이 현재의 80%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KT&G의 수익은 증가한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6개월간의 통계를 보았을 때 담배 판매량은 작년대비 10%저하로 예상된다. 따라서 KT&G의 수익 증가는 자명하고, 실제로 1분기 영업이익이 64.7% 증가하고 연 1조원 정도의 추가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의 담배로 인한 세수는 2014년 6조 7000억원에서 1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정부는 3조 4천억원의 추가기금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기금의 사용처 또한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가금연서비스사업, 건강보험재정지원에 대부분의 추가수익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상분의 4%정도만 금연치료사업에 반영하기로 했고, 이미 한국은행 예치금 2000억 포함 흡연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사업에만 5천억원 이상이 사용됐다. 

현재 담뱃값 인상이 간접증세 꼼수라는 비판과 KT&G의 지원사업이라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는 상황에 더해 실제로 담배 소비지출액 감소한 계층은 소득 하위 20%뿐이라는 보도가 더해져 정말 흡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심한 상황이다. 현재의 담배 가격도 유럽 평균 1만원, 미국 평균 6500원보다 낮다고 물가연동 등 추가인상의 뉘앙스를 풍기는 상황에서, 흡연율 감소를 위한 진실된 노력의 부족이 아쉽다.


이준형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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