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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희망을 지킵니다”

메디키퍼 서상훈 대표를 만나다



▲ 메디키퍼 행복팀의 모습

행복팀은 내가 먼저 행복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메디키퍼”. 대한민국 의대생이라면 한번 쯤은 들어본 익숙한 단체이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는, 심지어는 메디키퍼에 직접 속해 있는 경우에도 메디키퍼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메디키퍼 3기 서상훈 대표(한양대학교 의학과 본과 3학년)를 인터뷰하며 메디키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한다.

서상훈 대표는 약학과를 전공하고 약사로 활동하던 중 환자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 2012년에 한양대학교 의학과에 입학한 학생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도 자신의 뜻을 밝혀 의대에 진학한 만큼 메디키퍼 대표로서 인터뷰하는 그의 모습에는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Q. 메디키퍼는 어떤 단체이며,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메디키퍼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서 자살예방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조직한 NGO단체입니다. 또한 메디키퍼는 의대생들이 모여 만든 자살예방 단체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메디키퍼라는 이름은(Medikeeper) 메디컬Medical과 게이트키퍼Gatekeeper(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및 지원하는 사람)의 합성어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의대생을 지칭합니다.


Q. 메디키퍼는 누가 만드셨고, 어떠한 의도로 생기게 되었나요?

A. 메디키퍼는 2012년 11월, 경희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최대규 님이 만드셨으며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에 대응하고자 창립한 단체입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채고 해결해준다면 자살하는 사람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이 향후 의사가 되었을 때 자살 예방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학생 때부터 노력하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메디키퍼의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메디키퍼는 여러 팀과 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간략하게 팀과 그 팀의 활동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교육팀은 대개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하여 게이트키퍼 교육을 하고요, 스마일 캠페인 팀은 웃음으로써 우울증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며 우울증 검진 및 위험 대상자 선별 등을 합니다. 또 행복팀은 내가 먼저 행복해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는데요, 학업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의대생들도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먼저 메디키퍼 회원들끼리 고민 상담을 하고, 각자에게 도움 되는 학습법과 그 외의 스트레스 해소법 등을 공유합니다. SENIOR국은 우리 사회의 주 자살계층인 노인들 중 독거노인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노인들을 위한 말벗 봉사와 의료 봉사 등을 하며 미디어국은 메디키퍼 홍보 영상과 게이트키퍼교육 자료 영상을 제작합니다. 국제국은 말 그대로 세계 의대생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를 알리고 이에 대해 활동하는 메디키퍼를 알림과 동시에 해외에 메디키퍼를 설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요. SNS국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메디키퍼 활동 홍보하고 행복 관련 글. 이미지 . 또는 동영상 업로드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스터디를 통해 삶. 죽음. 자살. 행복 관련 책을 읽고 느낀 점 공유하고 메디키퍼 활동에 적용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Q. 메디키퍼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요즈음 자살이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연 자살예방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또 의대 진학 전에도 일반 대학 졸업생으로 게이트키퍼 활동을 했었고, 의대에 입학한 후 더 다양한 활동을 해 보고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메디키퍼들의 경우에는 자살을 예방하고 싶거나, 자신 주변에 자살로 돌아가신 분이 있거나, 자신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어서 동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 메디키퍼 스마일 캠페인 팀

스마일 캠페인 팀의 목표는 웃음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하자는 것이다.

Q. 메디키퍼의 장을 맡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계기 등이 있었나요?

A : 메디키퍼 2기 활동 때, 서울지부장(2015년 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김종태 님)의 추천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자살예방이 정말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활동을 1년간 하고서 끝내기에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지속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이번 기수가 메디키퍼 3기라고 들었습니다. 3기가 다른 기수와의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일단 1기와 2기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하자면, 1기는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살률의 실태를 고발하고 자살이 예방 가능한 것을 알리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2기의 경우 단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내실을 다지는 단계였습니다. 이번 3기는 ‘10대, 20대와 노인층의 자살 예방’ 이라는 비전과 더불어 자살이 삶의 의미나 희망이 감소하는 데서 시작되는 거라 판단하고 삶의 희망을 고취할 수 있는 활동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메디키퍼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거나 기억에 남았던 때는 언제인가요?

A. 2014년 하계 방학 때 모대학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학생실습을 나갔습니다. 당시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준 경험을 통해 환자와의 대화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눈물을 흘리며 제게 의사 선생님이나 교수님께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 후에 마음에 있던 응어리가 내려갔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주변에 들어줄 사람도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사실 마음을 털어놓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우울증이 치료된다고 합니다. 의사가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습니다.


Q. 메디키퍼로 일하면서 느꼈던 고충은 무엇인가요?

A. 전국 9개 지역(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성남, 원주, 전북, 천안)의 총 270여 명의 회원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 만나서 의사소통 하기 어렵고 학교마다 시험 기간이 달라 모임을 갖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온라인 회의를 장려하고 주말 활동을 권하고 있습니다.



▲ 메디키퍼 교육팀


Q. 올해 메디키퍼를 이끌면서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자살예방’을 위해 힘쓰는 의대생 단체가 있다는 것, 또 ‘자살예방’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자살’ 의 원인은 참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원인들을 잘 알아야 예방이 가능합니다. 가령 본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선 불행한 이유를 알아내어 다시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이런 노력을 끊임없이 쏟아 부어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단체가 되도록 힘쓰겠습니다.


Q. 메디키퍼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 혹은 막 메디키퍼에 가입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메디키퍼의 설립 자체가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반영해 줍니다. 자살 고위험군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흔하게 보여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살 위험자들의 징후를 파악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전해주면 우리 사회의 누구나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누구나 자살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상황에서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줄어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조금만 더 마음의 평정을 찾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긍정적인 방법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함지현 수습기자/순천향

<hamji2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