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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만든 독선과 아집의 시대

그 벽을 허무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하여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고 가정하자. 1초 후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로 핸드폰을 꺼내어 인터넷을 하거나, 확인했던 메시지를 쓸데없이 다시 확인하거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있을 것이다. 스마트 폰이 보급된 이후 애써 낯선 사람과 교류할 필요 없이 원래 있었던 인간관계에 안주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렇듯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 상의 관계의 외연은 좁아졌고, 이로 인해 청소년들의 생각은 좁아지고 나 이외의 다른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인문학자들은 요즘 대학생과 대화를 하면 중년 분들에게나 볼 수 있었던 아집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어른과 이야기할 때 대화가 안통하고 동어를 반복하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런 사고의 경직성 때문이다. 사고의 경직성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사회의 대립을 낳고 계층화를 심화시킨다.
독선은 인터넷 악플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사회 심리학자 이철우 박사에 따르면 악플러의 유형엔 세 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겁많은 패배자형, 두 번째가 자아혼란형, 세 번째가 바로 독선가형이다. 겁 많은 패배자형은 긍정적인 성취도 별로 없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도 없어서 여러 번의 패배가 쌓이면서 늘 자신감이 없고 자신에 대해서도 세상에 대해서도 분노하는 사람이다. 자아혼란형은 경쟁관계의 브랜드나 인기인의 자신의 가치감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간주하고 경쟁 브랜드나 인기인을 비방하는 행동을 퍼붓는 유형이다. 세 번째 독선가형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만 옳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생각과 가치가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헐뜯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이 아닐지라도 익명성이라는 상황이 주는 특별한 심리가 악플을 부추기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넘쳐나는 악플은 많은 유명인과 연예인들을 자살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중국 쓰촨성 대지진 당시 사리분별 없는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이 한/중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뻔한 적도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 월드컵 인터넷 생중계 당시 평소엔 선수들의 칭찬하는 말로 가득했던 게시판이 한국어로 된 악플로 도배된 일이다. 개인에 대한 호감 비호감을 떠나 외국인들도 드나드는 장소에서 한국인의 악플 근성을 보여주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었다.
외연의 축소가 가져오는 독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방법의 일환으로, 새로운 사람을 보아도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는 상대방과의 경계를 허무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말하기 전에 군불부터 지펴라. 사람은 처음 겪는 상황에서는 긴장하고 당황한다.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대화에 들어간다면 상대는 경계하고 대화의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환경에 적응한 뒤 대화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두 번째, 상대와 같은 온도가 되어라. 베스킨 라빈스 사장이었던 밥 휴드섹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같은 질문을 받곤 했다. “그 많은 아이스크림 중에 어떤 걸 가장 좋아하세요?” 휴드섹은 대답 대신 상대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당신은 무슨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십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말하는 대신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맞춰준 것이다. 사교성의 핵심은 공감인 셈이다.
세 번째,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라. 현대는 자기 PR시대라지만, 장점만 부각시키다 보면 호감은커녕 잘난 척 한다는 이상만 심어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자랑을 듣다 보면 자신이 열등하게 느껴지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소한 흉물은 너그러이 넘어가주는 면이 있다. 심지어 유능한 사람들은 사소한 실수를 할 때 호감도가 오히려 높아진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강점을 피력하는 만큼 작은 결점에 대해서도 터놓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29@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