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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는 나에게 나비가 되기 위한 누에고치였다.”

 

모든 인간들은 가면을 쓰며 살아간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숨기며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 <아이언 맨3>의 토니 스타크도 그렇다. 그의 이야기는 <어벤져스>의 뉴욕사건으로 강력한 괴물들의 정체를 알게 된 때부터 시작된다.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로 두려움에 잠식된 그는 계속 수트에 의지하려고 한다. 수트를 벗어버리면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기에 이름만 불러도 날아오는 자동 탈부착 수트까지 만들었다.
토니에게는 더 이상의 로맨스도 없었다. 연인 페퍼 포츠와의 사랑도 아이언 맨 수트로 대신하려는 장면은 그의 내면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사랑에서도 자신감을 상실한 토니에게 페퍼는 여전히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어쩌면 가장 소중하기에 가장 큰 두려움의 원인이었을지 모른다.
피폐해진 그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집이 파괴된 후 추락한 곳에서 만난 어린 소년 덕분이었다. 자신의 어릴 적과 꼭 닮은 소년을 만나고 그의 마음도 치유되기 시작한다. 제 3자가 보기에는 싱겁기 그지없는 어린 아이의 말-당신은 공학도니까 뭐든지 만들면 되잖아요-일지 모른다. 그러나 토니에게는 두려움에서 자유롭게 해 준 단비 같은 말이었다.
그렇게 공학도로서 존재가치를 되찾은 토니에게 수트의 의미 또한 바뀐다. 자신을 아이언 맨으로 만들어주는 가면이 아닌 단순히 싸움에 필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수트는 자기가 만든 발명품일 뿐이니까.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대사인 ‘나는 아이언 맨이다.’는 그에게 수트가 없어도 그렇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가면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신념이다. 그는 자동 탈부착 수트를 페퍼에게 입혀지도록 조종하여 그녀를 지키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적에게 입혀 함께 파괴해 버린다. 영웅은 수트 자체가 아니라, 바로 토니 스타크 자신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영웅은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니는 영화 내내 페퍼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보였다. 결국 그녀를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고 자신이 두려워했던 괴물과 같이 변했지만 오히려 페퍼는 그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아마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서로 도우며 기적을 만들어낸다.
혹시 혼자 짊어진 짐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력 없음에 낙담하고 있는가? 타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자신을 포장하며 강한 척 하고 있지는 않은지? 토니처럼 수트를 벗으면 진실 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우리 옆에는 서로의 손을 잡아 줄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그 때 비로소 나비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김하연 기자/관동
<saladbowl8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