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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x. 의료계 감별진단 ②>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Chief Complaint> 한의사의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한의약법’ 발의

 

<Past History> 현행 의료법, 현대의료기기 사용권한에 관한 구체적 조항 없어 법원판례에 의존

현행 의료법 상에서는 한의사가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의무로 하며(제 2조 2항),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제27조 1항)하고 있을 뿐,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 구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사용에 대한 불법 여부 판단은 법원의 판례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한의원에서는 현대의료기기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의사들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의 불법 의료행위라며 법적 조치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한의사가 방사선사로 하여금 CT를 촬영하게 하고 진단행위를 한 것(2006년)과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이용한 성장판검사를 한 것(2011년)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두 차례에 걸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렸다(2012년, 2013년). 한편, 법원은 한의사의 IPL(Intensive Pulsed Light)시술에 대해서는 1심에서 불법으로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2심에서는 이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여(2010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월 20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한의사·한약사를 위한 독립적 법안인 ‘한의약법’을 발의하였다. 본 법안의 주요 쟁점은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의약법 제정을 두고 의사와 한의사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Review Of System>

현대의료기기의 경우와는 반대로, 근육내자극치료(Intramuscular sti-mulation, IMS)같은 경우에는 한의사들이 ‘의사가 불법 한방의료행위를 하였다’며 기소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법적 공방에서 IMS는 한방치료인 침술로 결론이 났으나, 지난 2월에는 처음으로 IMS를 한방 침술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편, 천연물신약을 둘러싸고 또한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영역이 충돌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

 

<Legal Examination>

■ 2011년 6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기존의 한의약육성법에서는 한의약을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로 규정하였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기존의 법에서는 현대기술을 활용한 한방의료행위가 인정받을 수 없는 모순이 생긴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한의약육성법은 2011년 6월 29일에 개정되었으며, 한의약은 ‘한의학을 기초로 해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고 수정되었다. 당시, 의료계는 개정법의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이라는 문구를 두고‘향후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의약법이 발의된 현재,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은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Statistical analysis>

■ 2012년 4분기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한방 병·의원이 보유한 검사 및 영상진단 관련 현대의료장비는 총 766대이며, 이는 병·의원이 보유한 기기 수의 0.3% 수준이다. 이 중 주요 쟁점이 되는 기기는 초음파, X-ray, CT, MRI, 비내시경 등이다. 한방병원의 경우에는 대개 의사를 고용하여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 한국 한의과대학 교육현황 제5집에 따르면, A한의대학의 본과 교육과정 중 현대의학과 관련된 수업은 7과목이며 수업시수는 합계 576시간이다. 이는 A한의대학 본과 교육과정의 총 수업시수 중 12.2%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현대의학 관련 수업들은 의대교수가 가르치기도 하는데, 현재 7곳의 의과대학에서 총 39명의 의대교수가 한의대로 출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 4월 전국의사총연합은 의대교수의 한의대 출강을 그만두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Problem List>

■ 한의약법이 개정되면 한의사의 면허권범위가 확장되어 의사의 면허권과 충돌할 것이 예상되므로, 본 법안 개정을 앞두고 양측의 첨예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의사와 한의사 간 발전적인 교류가 없어, 상호 협력 및 타협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 현대의료기기는 혈압계부터 시작해서 초음파 및 CT와 같은 진단적 의료기기, 그리고 치료적 의료기기까지 그 범주가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법안에는 현대의료기기를 하나의 포괄적인 의미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 ‘의료기구’ 자체로는 의사와 한의사 간의 의료행위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개별 ‘시술행위’를 두고 그 학문적 근거가 한방원리인지 양방원리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Differential Diagnosis>

의사

현대의료기기는 현대의학적 원리에 입각, 충분한 의학 교육 및 자격을 갖춘 의사에게만 허용되야
현대의료기기는 현대의학적 사고방식과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은 의사에게만 허용된 의료행위이다.
한의대에서는 현대적 의료기기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의학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의대 교육과정 중에 의학 지식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전문적 진료를 위해서는 전문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또한, 이는 교육뿐 만 아니라 자격의 문제이다.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안다고 운전할 수 없는 것처럼, 교육이 이루어진다 해도 한의사는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

정보수집 자체가 진단에 포함, 의학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사용시 오진의 위험
한의사들이 진단이 아닌 ‘정보수집’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한다 해도, 정보수집 자체가 이미 ‘진단’행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한의사들이 의학에 대한 이해나 전문지식 없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의 위험성이 있고 국민의 건강에 위협을 끼치게 될 것이다.

기존의 헌재 판결 뒤엎는 한의약법은 법리적 모순
헌법재판소와 각종 재판부에서 수 차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라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상충하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단독적인 한의약법을 발의한 것은 법리적 모순이다. 또한 본 법안이 개정된다면 다른 직역 의료인에게도 단독법 제정의지를 자극하여 의료계의 또 다른 마찰을 초래할 것이다.

한의약육성법 중 ‘과학적 응용·개발’만 확대해석
한의사들은 한의약육성법의 한의약 정의에서 전통 한의학을 ‘기초로 한’ 행위라는 규정은 간과한 채, 법안 개정 시 추가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다는 문구만 자의적으로 확대해석 하고 있다. 이는 한의학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한계를 인정하는 한편 현대의학의 영역을 침탈하는 것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는 환자상태파악을 위한 공동자산, 한의사도 필요한 교육 받고 숙련되면 사용 가능
현대적 의료기기는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라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공동자산이다.
한의대에서도 기본적인 해부학과 진단방사선학을 배우고 있고, 앞으로 영상의학 분야의 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숙련도이다. 의사들이 전문의 자격을 가졌어도 개원 직전에 따로 초음파 시술과 판독에 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한의사라도 한 가지 질환을 주로 치료하다 보면, 적어도 그 질환과 관련된 판독에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의료기기 사용은 진단이 아닌 정보수집 목적, 정확한 환자상태 파악으로 환자보호 가능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목적은 ‘진단’이 아니라 ‘정보수집’이다. 정보수집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사용은 환자 보호를 위한 의무이다. 또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를 하면서 한방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정해야 하는데 이 때 의료기기 사용이 필수적이다. 현대의료기기의 도움으로 한방치료의 근거를 확립해 나갈 수 있고 한의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현 의료법, 한의사의 의무 규정해 놓았지만 의료기기사용 제한으로 수행 불가능해
현 의료법에서는 한의사를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진단서 발급 및 법정전염병 신고 의무가 있다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진단명을 확인하고 전염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활용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한의사의 법적인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의료법은 모순이다. 이번에 발의된 한의약법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과학적 응용·개발’ 꾸준히 해온 한의학, 문제 없어
한의학육성법에 따른 한방의료란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의료행위뿐 아니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 한 것까지도 포함한다. 한의약육성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한의학을 현대과학적으로 응용하여 전자침술 등을 시술해 왔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응용·개발’이라는 문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운지 기자/가천 <wonji@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