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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를 좋아하는 것은 누구일까

페이스북을 광고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당신의 친구에 대해
알고 싶어요

 

페이스북의 가입은 아주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름, 이메일, 성별과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페이스북의 회원가입은 완료된다. 주소나 휴대폰 번호,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까지 작성하거나, 그것도 모자라 약관동의와 핸드폰 인증까지 거쳐야 하는 한국의 사이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단계까지 우리의 개인정보는 별로 노출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보통 사람들이 숨기려고 애쓰는 주민등록번호는 입력한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입이 완료되자마자, 페이스북의 가장 매혹적인 기능인 ‘친구찾기’가 시작된다.
우선 첫 번째 단계로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입력한 이메일 계정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우리의 친구들에게 내가 페이스북에 가입했다는 기쁜 사실을 대신 전해주겠다는 것이다. 비밀번호의 제공은 엄연한 선택의 문제이고, 이 단계를 건너뛸 수도 있다. 하지만 우측 하단에 표시된 ‘건너뛰기’ 버튼은 너무 작은 글씨로 되어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대부분의 페이스북 초보자들이 친구들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 중 하나인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노출하게 된다. 순간 나와 메일을 주고받았던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페이스북 친구찾기 메일이 발송된다.
두번째 단계로 페이스북은 우리의 학력과 거주지, 출신지를 요구하고, 이를 입력하면 다음 단계로 관심사에 대해 묻는다. 페이스북은 다른 사이트와는 달리 절대로 이러한 개인정보를 한 번에 다 물어보지 않는다. 예컨대 첫째 단계에서, 우리는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의 한 개 칸만 채우면 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4개의 칸에만 정보를 입력하면 되는 식이다. 각 단계는 명확히 나누어져 있으며, 사용자의 다른 개인정보는 화면이 넘어가 바뀐 뒤에 입력하기 때문에 각 단계에서 우리가 입력해야 하는 개인정보의 양은 별로 많아 보이지가 않는다.
이렇게 우리와 가장 친한 현실 친구들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고 나면, 다음으로는 ‘알 수도 있는 사람’에 표시되는 사람과 친구를 맺으며 우리의 페이스북 인간관계는 끝없이 넓어져 간다. ‘함께 아는 사람’의 수를 지표 삼아 페이스북은 우리가 정말로 알고 있는 ‘알 수도 있는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준다. 이렇게 친구들을 찾으며 수십 분 정도를 보내고, 다음날 즈음에 보냈던 친구요청이 수락되면 우리들은 어느새 적게는 수 십명, 많게는 수 백명의 친구를 거느린 어엿한 페이스북 숙련자가 되어 있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우리의 개인정보 중 벌써 많은 부분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이 조금 껄끄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제공했을 뿐이고, 그 대가로 반가운 친구들을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러분의 친구는 여러분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여러분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입력하지 않았더라도, 친구목록을 살펴보면 당신이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알아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친구의 수는 당신의 성격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를 알려줄 수 있고, 만약 가족과 친구가 되어있다면 그들의 담벼락을 살펴보는 것을 통해 당신의 가정환경까지 알아낼 수 있다.
당신이 여러 사람과 친구를 맺는 것을 넘어 활발한 ‘페북질’을 시작한다면, 당신은 점차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웹상에 뿌리게 된다. 당신이 누르는 ‘좋아요’는 당신의 관심사와 유머코드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정보, ‘좋아요’의 덫에
걸리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시스템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전파력을 지니고 있다. 당신이 어느 한 페이스북 사용자의 게시물이 마음에 들어 ‘좋아요’를 눌렀다고 하자. ‘좋아요’를 누르는 즉시 그 게시물은 누른 사람의 담벼락(개인 페이지)에 게시된다. 동시에 그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뉴스피드에 뜨면서 당신의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공개된다.
이제부터 ‘좋아요’의 증식이 시작된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른 것을 본 친구들은 호기심에 당신이 어떤 게시물을 봤는지 클릭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좋아요’를 누른 사실을 ‘ㅇㅇㅇ님이 이 링크를 좋아합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확인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좋아요’를 누른다. 이 때, 앞에서 이루어졌던 과정이 반복되며 ‘좋아요’는 뉴스피드를 타고 당신의 친구에서 또 다른 친구로 파도타기를 하게 된다.

페이스북은 이런 ‘좋아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좋아요’가 눌린 게시판 아래에는 ‘◇◇◇ 외 몇 명이 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라는 수치가 표시되며, ◇◇◇는 당신이 알고 지내는 친구 이름으로 뜨게 된다. 뿐만 아니라 누가 눌렀는지 문구를 클릭하면, 당신의 친구들 사진이 열리며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이 누구인지 시각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문제는 당신이 누른 ‘좋아요’들이 성실하게 당신의 정보를 페이스북 본사 서버로 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는 지금도 당신의 ‘좋아요’ 기록들은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분류되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당신에게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기업에게 거래될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에서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마케팅 방법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몇 번째 좋아요를 누른 회원에게 상품을 쏜다” 식의 광고는 이제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다. 기업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회원의 40%는 할인을 받기 위함이라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약 43%의 페이스북 이용자가 최소한 한 개 이상의 브랜드에 ‘좋아요’를 보낸다고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이와 같은 ‘좋아요’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홍보에 활용하는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친구의 뉴스피드에 잠깐 보여지고 사라지겠지만, 페이스북 본사의 서버에는 고스란히 저장되어 꽤 오랜 기간 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좋아요’를 파는 페이스북

 

그렇다면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들어가 보자. 뉴스피드 오른쪽 칼럼에는 스폰서들이 나열되어 있다. 아래로 스크롤하면 ‘광고하기’라는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을 누르면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시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할 때는 광고의 제목과 광고 유형을 정하고, 사진을 업로드하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광고는 대상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지역, 나이, 성별, 관심사를 정확하게 적으면 효과적인 대상 선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살고, 게임을 좋아하는 20대 한국 남성’과 같은 식으로 대상을 선정하면, 그 사람들에게 광고가 가는 식이다. 대상을 선정했으면 광고 노출 시간대를 정하고, 비용 계산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비용 계산 방식은 노출당 지불(CPM, Cost Per Mile)과 클릭당 지불(CPC, Cost Per Click)가 있다. CPM은 회원들에게 노출될 때마다 비용이 계산되는 방식이고, CPC는 광고영역을 클릭할 때마다 비용이 계산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주로 광고에서 수익을 얻기 때문에 계속해서 효과적인 마케팅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에 페이스북에 들어오게 되는 경로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방식을 분리하는 기술을 도입하였고, 데이터로직스라는 데이터 마이닝 업체와 손잡고 페이스북 광고 효과를 실질적으로 계산하기로 하였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앱을 통한 광고 상품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지난 4월 10일에는 가입자들의 구매 기록을 토대로 특성에 맞는 상품을 광고하는 ‘파트너스 카테고리’라는 상품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는 소비자 데이터 업체인 액시엄, 엡실론 등과 제휴하여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액시엄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나이와 성별, 몸무게, 신장 등 개인의 신상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미 연방수사국(FBI)보다 더 자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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