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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에서 한의학을 논하다

한국 의과대학에서 현행되고 있는 대체의학에 대한 교육

 

지난달 19일 국내 모 의과대학에서 구당 김남수의 ‘뜸과 건강’을 주제로 한 특강이 있었다. 현재 ‘뜸사랑’ 회장인 구당 김남수는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 수영선수 박태환 등 유명인들을 치료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남수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무면허 뜸 시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강의는 대체의학 및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구당 김남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흥미가 없어서, 누구인지 아는 사람의 대부분은 들을만한 수업이 아니라 생각해서 의대생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특강 말고도 정규 수업시간에 일회적인 대체의학에 대한 소개 강의가 포함되어 있는 학교가 다수 있다. ‘대체의학’이라는 과목이 따로 있기보다는 학부 6년 또는 대학원 4년의 교과과정 중 총 1-4시간 정도 할당되는 수준1)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이 가장 대표적인 대체의학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보통은 가정의학과에서 담당하여 한의학 전공자를 초대하고는 한다. 한의학 및 의학을 복수 전공한 현 의과대학 교수가 직접 강의를 하거나 실제 한의학 교수를 초청하기도 한다.
전공과목도 아니고 시험 부담도 거의 없는 강의라 강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수업에 임하는 게 대부분 의과대학의 분위기이다. 강연자가 한의학 전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대체의학의 비과학성과 위험성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한의학에 대한 개론적인 설명과 함께 음양오행 등의 인문학적인 내용이 다루어진다. ‘IMS(IntraMuscular Stimulation)2)와 침술’에 대해 “마치 현대의학 쪽에서 열심히 땅굴을 파고, 반대편(한의학)에서 땅굴을 파다가 서로 만났는데 서로 자기가 판 굴이라며 싸우는 격”이라고 표현하신 분도 있었다. 신경외과 뇌수술 시에 침술로 마취를 하는 중국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정확히 알고 비판하는 것과 모르고 무시하는 것은 다르다”며 대체의학에 대한 강의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강연자의 태도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반적인 한의학에 대한 소개를 한 경우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새로운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신선하고 좋았다”며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대체의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와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면 서로 윈-윈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대체의학에 대한 소개에서 멈추지 않고 한의학 홍보나 옹호로까지 이어진 강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익명의 한 의대생은 “객관적인 사실 보다는 본인 경험담에 기초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 자체에 대해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도 꽤 있었다고 제보했다. 한의학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넌더리를 치며 “한의대 안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내용을 떠나, 의학과는 관련이 없는 인문사회학적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이런 거 왜하지?”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의학에 대한 수업이 하루 종일 진행되는 곳도 있다. 학생들은 각각 다른 강의실에 번갈아 들어가서 전체론적 카이로프랙틱(holistic chiropractics), 바이오피드백 최면(biofeedback hypnosis), 한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요가, 및 에너지 치료 등을 접하게 된다. 선택실습으로 국립대체의학연구소(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NCCAM)에서 일정기간  대체의학을 실습하는 프로그램도 제공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작년 6월 Virtual mentor(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에는 미국 내 몇 개 대학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대체의학 교육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글이 실렸다. 저자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존재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가 무엇이든지 간에, 과학적 평가를 통해서만 입증될 수 있기’ 때문에 대체의학에는 그 밖의 “다른 타당한 형태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대체의학에서 다루는 치료법들은 몇몇 생물학적 물질들만을 제외하고는 플라시보 효과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은 회의론적이고 철저한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기’를 예로 들며, 초능력과 마찬가지로 ‘기’ 또한 감지가 불가능하고 측정이 불가능하며 반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리적이나 민족적인 기원을 떠나 과학적으로 검증해야할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의대생의 인문학적인 소양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화제가 되면서 더불어 의과대학에서 ‘대체의학’에 대한 강의가 유행처럼 번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수업이 진행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대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1) 가천의전, 계명대, 관동대, 단국대, 대가대, 아주대, 영남대, 울산대, 서남대(생약학), 서울대, 전북대, 중앙대
2) 근육내주사(IMS) 만성 근육통증의 치료방법 중 하나로 통증유발점(trigger point)에 바늘로 자극을 주어 통증을 완화 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