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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PE, 첫걸음 어땠나

88호(2012.09.10)/의대의대생 2012. 9. 10. 15:50 Posted by mednews

SCOPE, 첫걸음 어땠나

 

외국에서 공부하며 지식 이상의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는 도전, 교환학생. 주위 친구들은 너도나도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본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부러워 한 경험, 모두들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의과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교환학생의 기회가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가 교환학생 제도를 갖추지 않고 있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이제 한국에서도 IFMSA에서 실행하는 SCOPE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OPE, 어떤 제도일까

 

SCOPE(Standing Committee on professional exchange)는 1951년 IFMSA(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IFMSA의 가장 큰 분과이다. 현재는 매년 87개국에서 83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발전했다.
SCOPE는 4주 과정의 Clerkship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서브인턴과 같은 개념이다. 학생 교환은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상호교환계약(bilateral)의 경우 상대 국가로 한 명의 학생을 보내면 상대 국가의 학생 한 명이 우리나라로 오는 형태이고, 일방교환계약(unilateral)은 우리나라의 학생을 보내기만 하는 형태이다. 이와 같이 매년 8월 국가 간 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13명은 상호교환, 1명은 일방교환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SCOPE는 국가별 물가의 차이로 인해 학생 교환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독특한 비용 지불 방식을 택했다. 상호교환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 국가에서 오는 학생의 숙식비를 한국 학생이 지불하고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 A가 100만원을 내고, 영국 학생 B가 1000파운드를 지불하면 A는 영국에 가서 B의 1000파운드로 숙식을 제공받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학생이 선진국으로 가고 싶을 때 물가 차이가 크더라도 항공료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숙식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교환학생은 본인이 선택한 대학 및 전공분야에서 한 달간 병원 실습을 돌게 된다. 각 나라와 대학마다 실습이 가능한 과, 실습기간, 요구되는 외국어 능력 등에 차이가 있다. 상세 조건은 IFMSA 홈페이지(www.ifmsa.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도 SCOPE에 참여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학교가  SCOPE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개 학교만이 시범적으로 SCOPE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교환학생의 기회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학교가 SCOPE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쉽지 않을 긴 여정은 SCOPE를 담당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담당자(Local Exchange Officer : LEO)를 선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LEO는 학교에 SCOPE를 소개하는 일부터 외국 학생이 방문했을 때 도우미(Contact Person : CP)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
각 학교가 SCOPE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학장, 병원장, 담당교수를 직접 설득하여야 한다. 한국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매년 6월 IFMSA Fair에서 제도를 소개하고, 설득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여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SCOPE 한국 담당자는 “SCOPE가 60년이 넘었지만 한국에서는 1년으로 역사가 짧고, 교환학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교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교에서 교수님을 설득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LEO의 피나는 노력으로 교수님의 설득을 받아냈다면 가장 큰 산은 넘은 셈이다. 이후에는 교환 조건을 작성하고 비용을 계산한 뒤 해당 예산을 확보하면 남은 것은 해당 학교에 외국 학생을 맞아들이기 위한 짜임새를 갖추는 일 뿐이다.
각 학교의 LEO와 CP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뒤따른다. 해당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선발할 때 우선순위를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교환학생에 참여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LEO 또는 CP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좋겠다.

 

교환학생을 마치고 온 이들의 제안

 

먼저 각 나라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에 따라 학생을 받는 기간이 다르므로 일정 확인부터 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나라에 지원하여 서류 전형에 합격하면 SCOPE팀 담당자와 영어 면접을 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합격하고 나서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예를 들어 핀란드에서는 기본적인 예방접종 내역을 요구한다. 나라마다, 병원마다 준비해야 할 사항은 다르므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학생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본인이 실습하고자 하는 과에 자리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지원한 과에서 갑자기 학생 받기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작은 일에도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 SCOPE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온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입을 모았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을 고려하여 수술실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슬로베니아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이 실습을 해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의학교육 및 의료제도를 경험해 봄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정규 의학교육 외에도 특별한 활동 및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CP들과 문화체험을 갖거나 실습한 과의 교수님과 식사를 하는 경우이다. “대만에서 더운 여름날 온천에 발을 담그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좋았다.”며 회상하는 학생도 있었다. 체코를 다녀온 학생은 “SCOPE는 학생간의 교류 외에도 각 나라들을 여행하는 것에도 의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환학생들은 올해 첫 시작된 한국의 SCOPE가 올바르게 성장하길 기대했다. 특히 그들은 숙소 문제를 꼽았는데, 가령 대만에서는 교환학생들이 같은 유스호스텔에 모여 있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한국에 오는 외국 학생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 제공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을 찾은 이들의 목소리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은 주중에는 병원에서 한국의 의료를, 주말에는 한국의 문화를 경험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병원에 있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한국 학생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CP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른 학생은 “로봇 수술 장면을 처음으로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하루하루 배우는 지식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고 단편적이어서 만족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언어’였다. “우리도 영어권 사람이 아니고, 모든 스텝들이 우리를 위해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한국어를 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상당히 많았다. 학생이기에 실습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보더라도 확실히 시간을 아깝게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체코 의대생은 학교에서 하루의 일정을 미리 정해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시간표를 만들어주는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해야 교환학생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학생은 “인도네시아는 학생 1명이 교수 1명만 따라다니게 되어 있어서 스케줄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중간에 비는 시간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한국,
앞으로는

 

현재 SCOPE에서는 각 나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통합 관리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ikipage)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SCOPE 관리자 교육을 위한 캠프도 매년 열린다. 이로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학교에 도움을 주고, 학생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서울, 경기지역의 LEO를 맡고 있는 관동대학교 본과 2학년 최라윤 학생은 이번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SCOPE는 외국 의대생과의 양방향 문화 교류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CP의 노력 여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CP가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활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학교의 재정적 지원이 중요하다.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CP의 자발적 참여도가 높아지며 교환학생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최라윤 학생은 “첫 시행된 학교들과 장단점을 공유하여 SCOPE가 우리나라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책과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참여하길 기대했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김하연 기자/관동
<saladbowl8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