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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E 검색 엔진 운영자, 박용구씨를 다시 만나다

 


국시를 준비하는 의대생이라면 한 번쯤 접속해 보게 되는 사이트가 있다. KMLE 검색 엔진(www.kmle.co.kr)이다. 의대생신문이 KMLE 검색 엔진 운영자인 박용구씨와 2004년 41호 신문 이후로 8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박용구씨는 가톨릭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서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상의학과 임상강사가 되었다.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8년 전 박용구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고 기다리는데,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의 박용구씨를 보고 놀랐다. 8년 전과 같이 보쌈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이하 김)_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데 의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용구씨(이하 박)_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 의대에 입학할 때도 컴퓨터공학과 의학 사이에서 고민을 했었죠. 아는 분이 해주신 ‘열심히 할 수 있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사다.’ 라는 말씀이 의학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고요.

 

김_ 대학 입학 전에도 웹 프로그래밍 사업을 하고 계셨던 건가요?
박_ 대학교에 들어오기 이전까지는 컴퓨터에 관심은 있었지만 제작 경험은 없었어요. 웹 프로그래밍을 실제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과 2학년 당시 후배와 함께 갔던 코엑스 컴퓨터 전시회였죠. 그 이후, 저는 친구와 함께 도메인 회사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본과 1학년 들어가면서 가가도메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었어요. 시험 기간 사이사이마다 바쁘게 일을 하고 메일로 고객 관리를 했죠. 그 후 본과 2학년 올라가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마침 회사 인수 제의가 들어와서 다른 회사에서 인수했습니다. 손이 많이 갔고 애착도 큰 사이트인데 안타깝고 아쉬웠어요. 사이트는 다른 회사에서 인수한 뒤 서버는 이제 비게 되었는데, 결국 그 서버에 KMLE 의학 검색 엔진을 만들고 운영하게 된 거예요. 덕분에 본과 2학년 3쿼터 전 과목 망쳤죠, 뭐. 하하. KMLE 의 경우에는 가끔 업데이트를 해주고 문제가 생길 때 해결하는 것 외에는 혼자 굴러 가는 사이트라서, 운영에 별로 시간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김_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박_ 경험을 그 동안 굉장히 많이 쌓았죠. 올해의 저와 작년의 저는 달라요. 제가 아는 거나, 할 수 있는 거나요. 또 다른 점이 어떤 일을 했을 때, 투자할 수 있는 금액도 달라졌죠. 학생 때보다 할 수 있는 건 늘었죠. 시간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마음을 먹고 한다면 학생 때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요.

 

김_ 소아과나 내과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영상의학과를 선택하셨네요?
박_ 특히 내과와 영상의학과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영상의학과가 IT-oriented거든요. 데이터 분석이나 검색 등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제 관심사나 지식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과라고 생각해서 선택했고, 실제로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금도 관련 연구를 하고, 논문도 써내고 있어요.

 

김_ KMLE 의학 검색 엔진을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_ 제가 쓸려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요새 발전이 좀 더딘 게, 제가 전보다 이용을 덜 하기 때문이죠.(웃음) 제가 쓰기 위해 만들었는데 ‘남들도 유용하겠다.’ 생각해서 써봐라 하고 공개를 했죠. 어느 날 보니 열 명이 오고 백 명이 오더니, 이제는 삼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죠. KMLE 의학 검색 엔진은 제가 제 사이트를 이용할 때까지 만들었어요. 제가 의학용어 검색사이트를 많이 아는데,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제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건 제 사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증거가 되죠. KMLE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외래진료 지침서도 있는데, 여긴 ‘사이트를 통해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참 보람 있겠다.’는 제 철학도 담겨있어요.

 

김_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고 의학을 전공한 점에 후회는 없는지?
박_ 후회라기보다는 어느 쪽으로 갔어도 잘 되긴 했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을 순 없어요. 제가 컴퓨터를 전공해서 배웠으면 훨씬 잘 할 거거든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아니고, 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선택한 것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도 최대한 활용하고, 컴퓨터경험이나 의료 경험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뒤를 바라보고 살기보다 저는 앞을 바라보고 살아요.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