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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 수술, “아무 문제 없다” vs “적응증부터 문제있다”

 

지난 4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순환기관련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서 카바수술(CARVAR surgery, Comprehensive Aortic Root And Valve Repair surgery)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카바수술은 건국대학교 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수술법으로 대동맥 근부와 판막을 통합적으로 함께 성형하는 방식의 수술법으로, 처음 소개될 당시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이 수술의 여러 문제점들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카바수술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동맥 근부와 판막륜의 조직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판막 및 주변 조직을 종합적으로 성형하는 수술법으로 기존 수술법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 수술법들 중 하나인 대동맥 판막 치환술(Aortic Valve Replacement)에서는 인공판막을 이용해야 하는데 조직판막의 경우 재수술이 필요하고, 기계판막의 경우 평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대동맥근부확장과 대동맥판막폐쇄부전증의 경우에는 벤탈수술법(Bentall Surgery) 등이 있지만 이들 역시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카바수술은 이런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했다는 것이 송명근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가 공개한 데이터에 의하면 기존 수술들에 비해 생존률도 뛰어나고 재수술, 합병증 등 모든 면에서 낫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송명근 교수의 논문은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2009년 송명근 교수팀은 카바수술의 당시 수술성적에 대한 논문을 게재했다. 제출 당시에는 논문이 통과되었지만, 2011년에 논문심사위원회는 이 논문에 카바수술을 시행했던 환자들 중 다른 수술법으로 전환하거나 재수술을 받은 사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요 합병증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며, 수술 후 상태 평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다른 문제점도 있다. 2008년 건국대학교 심장내과 교수 4명은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 5명에게서 발생한 아홉건의 부작용 사례를 식약청에 보고하고, 이 부작용에 대한 논문을 유럽흉부외과학회 학술지에 제출했다. 당초 2009년 1월호에 싣기로 예정되었던 이 논문은 송명근 교수가 이의제기를 해 게재가 연기되었다가 6월호에 게재되었다. 처음 논문제목에서 ‘의사에 의한(iatrogenic)’이라는 단어가 빠지긴 했지만 유럽흉부외과학회에서 카바 수술의 부작용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건국대학교병원 측은 부작용 사례를 보고한 교수들이 병원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유규형 교수와 한성우 교수는 해임되었다가 해임취소처분을 받고 겨우 복직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카바수술 연구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2009년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카바수술에 대해 전향적 연구를 하는 경우에만 비급여로 산정하기로 하고 3년간 조건부 비급여 기간을 제시했다. 심평원은 ‘카바수술 실무위원회’를 만들고 수술의 검증을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평가연구를 의뢰했다. 하지만 송 교수측은 위원회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연구계획서와 데이터 제출을 거부해 전향적 연구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국 후향적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여기서도 많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었다. 이에 대한 반박을 위해 송 교수 측에서 진행한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의 연구에서 역시 카바수술이 적응증이 아닌 환자를 수술했다는 것과 부작용도 많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연구의 무의미한 반복을 방치한 보건복지부에도 문제가 있었고 순환기관련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이 점이 지적되었지만 문제의 핵심은 수술의 적응증이 지나치게 많고 심각한 부작용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송 교수 측은 사람들이 카바수술에 대해 잘 모르고서 오해하고 있으며 조작된 결과도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번 학술대회에서 카바수술을 인정하지 않은 측과 송 교수의 카바수술에 대한 정의에는 다른 점이 있다. 또한 수술법의 검증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고, 송 교수측이 조작이라고 주장할 만한 자료들도 있었다.
반대 측 또한 지금까지의 사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수술 적응증에도 문제가 있으며 다른 행정적인 문제도 있다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송 교수측의 데이터에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이에 대해 “수술법이 확실하게 검증만 된다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좋아할 일 아닌가. 하지만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하지 않은 것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전향적 연구를 하자고 하는데 수술의 적응증이 제한적이라고 해서 거부한 것에도 의문이 생긴다. 제대로 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뿐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6월이 지나면 2009년에 카바수술에 적용된 조건부 비급여가 종료된다. 이를 앞두고 5월 23일 보건복지부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 김성덕 중앙대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카바수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카바수술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앞으로 이 논란의 끝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그 이후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 카바수술이란?
CARVAR(Comprehensive Aortic Root And Valve Repair,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는 대동맥 근부와 판막을 통합적으로 함께 성형하는 새로운 수술법을 일컫는 말이다. 카바수술법은 송명근 교수가 서울아산병원에서 1992년에 개념을 정립하여 그동안 동물실험을 거쳐 1997년 12월에 첫 번째 임상적용이 이루어졌다. 카바수술법은 대동맥 근부와 판막륜의 틀을 유지한 채 종합적으로 성형을 함으로써 생리적, 해부학적으로 정상에 가까운 성형복원을 하는 수술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