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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치료제, 우리나라는 어디쯤?

 

올해 정부 투자 1004억,
전년대비 대폭 증액

 

2011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글로벌 10대 유망기술에서 헬스케어 분야 중 첫 번째로 손꼽힌 것이 바로 줄기세포치료제이다. 줄기세포 전문 시장분석 보고서에서는, 줄기세포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0년 215억 달러에 달하였으며 2015년까지 3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 성장 동력을 견인할 줄기세포분야의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년도 투자액이 약 617억 원으로 줄기세포분야의 선두 주자들인 미국의 30분의 1 수준,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앞서 나가는 이들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우리 정부는 전년 대비 약 1.6배를 증액하여 1004억 원을 투자한다. 줄기세포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줄기세포치료제의 개념과 우리나라의 연구·임상시험 및 시판허가 현황을 소개한다.

 

줄기세포치료제,
의약품에 준하여 심사

 

줄기세포는 공통적으로 자가복제능(self-renewing potential)과 분화능(differentiation)을 가진다. 유래 부위에 따라 크게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s),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로 나눌 수 있다. 유도만능 줄기세포는 피부세포와 같은 성인의 체세포를 역분화하여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수준의 분화능을 가지는 만능줄기세포로 만든 것이다. 이들 세 가지 중 하나의 유래 부위에서 줄기세포를 수집하여, 체외에서 증식·선별하거나 생물학적 특성을 변화시켜 인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만든 것이 줄기세포치료제이다. 체외에서 조작을 가한 줄기세포치료제는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약품에 준해 검증한다. 즉, 줄기세포치료제는 의료행위가 아닌 ‘의약품’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기초연구 후 동물실험 그리고 1·2·3상의 임상시험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또한 각 단계마다 약물의 유효성 및 안전성 뿐만 아니라 절차 및 연구대상의 윤리성을 수시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 판매 허가

 

이러한 제도 하에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줄기세포치료제의 자국 내 판매를 승인했다. 승인한 품목은 ‘하티셀그램’으로 급성심근경색(Acute Myocardial Infarction)을 앓고 있는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하여 만드는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이다. 이어서 올해 1월에 동종 제대혈에서 유래한 무릎연골결손치료제 ‘카티스템’과 환자 자신의 지방조직을 이용하여 크론병으로 발생하는 누공을 치료하는 ‘큐피스템’을 추가로 허가하였다. 판매를 허가한 세 가지 치료제는 모두 성체줄기세포이다. 성체 줄기세포는 비교적 치료효과는 낮지만 안전성이 높고 특정 질환에 표적 치료제로써 유용하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성체 줄기세포치료제는 현재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및 시판을 준비 중인 1세대 줄기세포치료제의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20여개의 성체 줄기세포치료제가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치료제들은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알츠하이머, 척수손상, 급성뇌경색, 하지허혈증 등의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얻고자 하는 인체세포로의 분화가 저조하고 ▲순수 분리 마커의 개발이 필요하며 ▲암세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윤리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치료제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지난 5월 차바이오앤디오텍스는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망막색소상피세포를 망막 하에 이식하였을 때  노인성 황반변성이 치료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현재 배아줄기세포 유래 황반변성치료제의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시험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유도만능 줄기세포도 연구 및 치료제의 개발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이 분야의 성과로 지난 5월에 차의과학대 송지환 교수팀이 헌팅턴병²에 걸린 환자의 피부조직으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여 이것을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을 성공한 바가 있다. 현재 송 교수 연구팀은 분화한 신경세포를 헌팅턴병 동물모델에 이식하였을 때 질환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고 동물 임상시험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허가한 치료제에 대한
신뢰성 도마 위에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및 시판 허가를 빠르게 내면,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제품을 선보여 시장 선점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해외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해외 학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관련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논문 수가 7~8위 수준으로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판매를 허가 할 정도로 신뢰성 있는 줄기세포치료제의 개발은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내에서도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업화에만 치중해 너무 성급히 치료제가 시장에 나왔다는 비판이 있다. 이와 함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국내외의 불신을 해소하고 보다 장기적인 줄기세포분야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치료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줄기세포 관련 기초·원천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줄기세포에 대한 정부의 투자 방향을 교육과학부·보건복지부·지식경제부·농수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단위로 설정하였다. 각 부처 간의 효율적 연계 구조도 고안 중이다. 이를 통해 보다 활발하게 양질의 기초연구성과를 전 임상 및 임상시험을 거쳐 산업화까지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어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을 선점 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연구자임상 초기 단계부터 기업 및 정부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도록 고안할 것을 강조한다.

 

1세대치료제, 고비용에도
뛰어난 효과 보장하기 힘들어

 

줄기세포치료제는 전 세계가 뛰어든 매력적인 신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비단 연구 및 개발 과정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상품화 이후에 발생 할 수 있는 문제 또한 고민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줄기세포치료제인 ‘카티스템’의 시술료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고 ‘하티셀그램’의 시술료는 400만원에서 2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허가 품목은 아직 1세대 줄기세포치료제로 그 효과가 비교적 낮아 확실한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고가의 줄기세포치료를 받는 것이 과연 환자에게 어느 만큼의 만족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임상의도 적지 않다. 다른 치료 약제보다 뛰어난 치료효과를 주지 못하면서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있는 난치병 환자들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차세대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은 기존 치료제들보다 강력한 효과를 지니면서도 안전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치료제와 타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복합요법이 타깃질환의 예후를 개선한다고 보고되는 바, 효과적인 병용약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임상의들의 제언이다.

 

이운지 기자/가천
<woonji@e-mednews.org>

 

1. 크론병 :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의 약 30~50%에서 항문 주위에 병적인 변화가 동반되어 흔히 치핵·치루 등이 생긴다.
2. 헌팅턴병 : 무도증(불규칙하게 움찔거리는 불수의 운동이 신체의 여러 부분에서 불규칙한 방향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운동), 정신증상 및 치매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