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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보험료, 의료전달체계 등등 의료 정책 기사 읽기는 참 어렵죠? 이제, 의대생신문에서 각종 의료현안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드립니다. 급한 분들은 ★ 위주로 눈에 바르세요!

 

의료 정책, ★을 찍어드립니다

Chapter 3. 포괄수가제

 

지난 2일 있었던 KBS 심야토론,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씨는 말했다. “언론사의 파업은 자신들의 신념 때문이듯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포괄수가제가 정말 국민에게 나쁜 것이고, 만약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이걸 저지하는 것이 저희의 숙명이고, 그 어떤 극단의 선택까지도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의사들을 분노하게 만든 포괄수가제, 대체 어떤 제도일까.

포괄수가제? 진료비 정액제!

당신이 맹장염으로 입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진료비는 얼마가 될까? 입원 일수, 검사 방법 (CT, MRI 등), 약물 사용 (마취제 종류, 진통제 사용 여부 등)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각 ‘행위’별로 수가를 매기는 것이 ‘행위별 수가제’이다. 이와 반대로, 위의 ‘행위’에 다 상관없이 무조건 38만 8,097원 (병원 기준)만 내는 것이 바로 포괄수가제, ‘진료비 정액제’이다.
★포괄수가제는 진료비를 지불할 때 환자의 진단명을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미리 정해 놓는 제도다. 치료 과정에서 입원일수, 주사, 검사 등이 추가되어도 일정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올해 7월 7일부터 7개 병(맹장, 탈장, 치질, 백내장, 편도, 제왕절개, 자궁적출술)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개인의원과 중소병원에 당연 적용되고, 1년 후 부터는 전 의료기관에서 시행된다.

더 이상의 과잉진료는 없다!

포괄수가제를 추진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여러 장점을 제시하고 있지만, 제도를 도입하려는 가장 중요한 취지는 과잉진료 방지에 있다. 의사가 받는 돈이 정해져 있는 포괄수가제 제도 하에서는 필요량 이상의 진료를 할 이유가 없다.
포괄수가제 찬성 측은 이를 통해 의사들은 과잉 진료 없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병원마다 진료비가 모두 같으므로 환자는 가격에 상관없이 의료의 질로 병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의료비의 전반적인 상승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심야토론에서 찬성 측은 그간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집중 조명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료비 급증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의사들의 과잉진료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고 투명성을 통한 효율화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제도가 이미 유럽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의료의 질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을 밝혔다. 아직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한국도 시험 단계를 거쳐서 과잉의료절감효과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과소진료가 있을 뿐

맹장염을 수술한 환자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인지, 필요가 없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 환자에게 받는 돈은 정해져 있다. 여기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 의사는 비윤리적이라고 해야 할까?
포괄수가제 반대 측은 ★이 제도로 인해 과소진료로 인해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최선의 치료’만 생각했지만, 포괄수가제에서는 ‘경제적 치료’를 우선시하게 되었다는 것.
위의 찬성 측 의견에 대하여 유럽 등의 의료기관은 공공 의료기관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민간 의료기관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과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공 의료기관은 의사가 직접 경영을 하지지 않으므로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환자의 치료에만 집중하면 된다. 또한 포괄수가제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에 대해 찬성 측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괄수가제가 시행된다면 중증도 높은 어려운 환자는 서로 기피하게 되어 환자 ‘뺑뺑이 돌리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제공 기피현상은 일차의료기관의 불신으로 이어져 현재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의원급의 몰락을 부추길 수 있다.
이상적인, 너무나도 이상적인 정책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괄수가제에서 정한 맹장염의 가격은 38만원 선이다. 그런데 수술 자국이 남지 않는 맹장염이 있고, 원가가 5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모델을 꿈꾸는 환자는 수술 자국이 남지 않는 수술을 원하겠지만, ★병원은 반드시 정해진 가격을 받고 표준 수술을 해주어야 한다. 병원이 손해를 보며 수술을 해야 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환자를 위해 특별히 그 수술을 할 경우 ‘환자 유인책’으로 간주되어 역시나 처벌의 대상이다.
이 내용은 최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만화로 드라마 ‘브레인’을 패러디하여 포괄수가제를 비판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비싸다고 의료의 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의료는 명품 백이 아닌, 치약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토론회에서 나왔지만, 실제로 의사와 환자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직접 수술용 실을 보여주며, “과거에 쓰던 실은 200원 남짓이고 감염 위험도 많다. 반면 최근에 쓰는 이 실은 한 가닥에 5000원이며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오랜 기간 당뇨를 앓아온 환자는 관객으로 참석해, “내가 인슐린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약물 치료만을 해야 한다.”고 했으며, 안과의사인 황상준 씨도 관객으로 참석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의료현장에서는 7월 1일 먼저 도입되는 7개의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외과 산부인과 죽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흔하다는 이유로 포괄수가제 전면도입의 선전에 놓인 7가지 질병 중 3가지(맹장, 탈장, 치질수술)는 외과에 해당하고 2가지(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는 산부인과에 해당한다. 수가가 낮을 뿐 아니라 수련과정이 힘들다는 이유로 기피되고 전공의 모집에도 고전하고 있는 외과와 산부인과는 포괄수가제 우선 도입으로 더욱 힘들어지지 않겠느냐하는 의견이 많다.
의료계에서는 또한 앞으로의 있을 일에 대한 우려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사보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 혹은 정부의 관리로 인해 ‘총액계약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 등이 있다.

일촉즉발의 의료계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기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이다. 의협은 최근 건정심을 탈퇴하기로 선언하며, 건정심은 의사의 구성 비율이 낮으며 진정한 의미의 보험정책 심의보다는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정심은 포괄수가제를 통과시켰으며, 지난 5일에는 청와대 회의에서 시행을 확정하였다. 7월부터 반드시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의사협회와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5일, 보건복지부 장관의 강연이 펼쳐진 고려대학교 하나로스퀘어에 찾아가 ‘흰 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전달했다. 최근의 의료계 모습을 보며 흰 가운을 입을 자신이 없으며, 침묵시위와 함께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의대협 대의원 일부와 70여명 정도의 학생이 동참했다.
의협 회장 노환규 씨 역시 위의 발언 외에도 “때가 되면 분노하고 때가 되면 행동해 달라”라고 하였으며,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여러 단체들도 이 제도에 관해 강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급증하고 있는 의료비에 대한 다른 대안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괄수가제 논란은 지속될 듯 보인다.
포괄수가제의 도입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문한빛 기자/서남
<shteme@e-mednews.org>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