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응급의료체계,이대로 좋은가?
지난 4월 26일, 프로야구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산 대 한화의 경기에서‘WBC 영웅’김태균 선수가 홈 슬라이딩 도중 포수와 부딪혀 쓰러진 것이다. 딱딱한 홈 플레이트에 부딪혀 큰 충격을 받은 김태균은 들것에 실려 이동될 때까지 미동조차 하지 못했고, 구단지정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런 응급 상황에서 정작 응급 의료처치는 찾을 수 없었다. 김태균이 쓰러지자마자 나온 간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답답한 구단관계자가 벨트를 풀고, 옷을 풀어헤치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만을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들것에 실려 가면서도 목 보호대조차 없었다. 다행히도 김태균 선수는 곧 의식을 되찾았고 최근에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부상 속 부실한 응급의료 체계
야구는 위험한 스포츠 중의 하나이다. 장비도 많고 공은 딱딱하며 속력도 매우 빠르므로 외상을 입기 쉽다.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로 병원에 후송되는 경우가 많다. 투수가 던진 공이 몸에 맞는 경우, 타자가 친 공이 몸에 맞는 경우, 던져진 배트가 몸에 맞는 경우,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중심이 무너져 어깨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실제로 파울볼에 관객이 맞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사구(死球)에 의한 선수들의 부상도 많이 일어난다. 가까운 예로 상대팀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안면 골절을 입었던 롯데 조성환 선수를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KBO에서는 응급후송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해 놓고있다. 실제 경기장에는 1명 이상의 의료진이 경기 중에 대기하고 있으며, 구단 지정병원의 응급차가 경기장 밖에서 만약에 일어날 사태를 대비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직면 시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취해지지 못한 채 병원에 후송되는 경우가 상당수이며, 프로스포츠 특성상 경기장 주변이 혼잡하여 후송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 현장 관계자들에게 만연한 선수들의 부상과 응급조치의 중요성에 대한 불감증 때문에 즉각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다수 있다.
김태균 부상을 보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임수혁을 기억하는 팬들
김태균이 부상당했을 당시, 많은 야구팬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던 이유는 단지 그가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10년 전 일어난 임수혁 선수 사건을 많은 팬들이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4월 18일LG-롯데의 잠실 경기, 2루 주자가 갑자기 쓰러져서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관중과 선수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렀고, 뒤늦게 선수들과 코치진이 달려나왔다. 관계자들 모두가 응급조치에 무지했기 때문에 허리띠를 풀고 헬멧을 벗긴 다음 들것에 실어 더그 아웃으로,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긴 것이 임수혁 선수에게 행해진 후송 전 조치의 전부였다. 무더운 날, 과도한 훈련으로 탈진해 쓰러진 선수에게 늘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었다. 당시 그 공간에는 단 한 명의 의사도 없었다. 그는 삼십 여 분 후 병원에 도착했고 호흡과 맥박은 회복되었으나 의식은 회복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임수혁 선수에게는 부정맥이 있었다. 일차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가 필수적이었겠지만, 당시 그와 같은 응급 조치를 행할 생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임수혁 선수는 이후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했고,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2004년에서야 비로소 만들어진 KBO의 응급의료규정 덕에 경기장에 구급차와 응급의료진이 있지만, 김태균 선수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아직도 예방조치는 미비하다. 머리에 타구를 맞은 선수에게“정신 번쩍 들겠네.”라는 말로 우스갯소리를 하는 관계자, 수익과 홍보 효과 외에는 관심이 없는 KBO와 모기업. 프로야구는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500만 관중을 외치며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500만 관중 시대에 필요한 것은 1명의‘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다수의 선수들을 지켜 줄 기본적인 제도 개선이다.
유영재 기자/전남
<yjyoo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