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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진료실은 필드입니다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대한골프의학회장 서경묵교수님 인터뷰

 

Q. 우선 스포츠의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포츠에 관련된 부상을 의학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이 스포츠의학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레저나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부상을 겪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죠. 이런 흐름에 따라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레저스포츠를 하는 사람들까지 스포츠의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아직 스포츠의학분야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의는 없지만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관리하는 인증제가 있어요.”

Q. 스포츠의학, 어떤 사람이 하면 좋을까요?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과 관련된 의학적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면 만족도가 높겠죠. 스포츠의학에 관련된 분들을 보면 스포츠활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나만 해도 지금 몸은 이렇게 통통하지만(웃음), 학교 다닐 때는 축구나 테니스, 농구도 열심히 했고, 전문의 밟고 나서는 골프를 시작했고, 지금은 산악자전거나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어요. 골프에 대해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대한골프의학회도 만들었고요.”
Q. 스포츠의학은 재활의학과를 전공해야 유리한가요?
 
“꼭 그런건 아니에요. 스포츠의학은 선수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분야에요. 대한스포츠의학회에도 내과, 신경외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선생님들이 계시고요. 스포츠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스포츠마다 특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직접적으로 선수들끼리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격투기는 골절이 흔하고, 그에 비해 접촉이 없는 테니스나 골프는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과사용증후군이 흔하죠. 결국 스포츠의 성격에 따라서 수술 쪽이냐 보존적 치료를 할 것이냐 다른 접근 방향을 갖게 되죠. 정신과적으로는 야구의 예를 들자면, 4번타자가 되면서 기존에 보여주던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 정신적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상담을 해줄 수도 있고요.”
 
Q.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팀닥터로 다녀오셨는데, 팀닥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셈이죠. 경기 전이나 경기 후의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경기 도중에도 선수의 부상이 심각할 경우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고요. 약물사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에게 약물사용의 부작용과 금지약물을 이용할 때의 위험성을 가르치고, 선수의 건강을 위해 약물을 처방하기도 하죠. 약물을 처방할 때, 금지된 약물이라도 의사가 판단하여 선수가 앓고 있는 질병에 필요한 처방이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사의 권한이 꽤나 큰 셈이죠.
팀닥터로서 일화를 소개하자면,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유도장에 있는데 북한 측 여의사가 접근했어요. ‘우리 선수 좀 봐주시라요.’ 하는 거에요. 해서 보니까 갈비뼈가 나간거에요. 문제는 부상 시점이 그 선수가 나갈 경기 바로 전날이었던 거죠. 그래서 시합시간 30분 전에 락커에서 마취제와 진통제를 들고 북한 유도 선수를 만났죠. 신경을 차단하니 좀 괜찮다는 거에요. 결국 그 선수는 경기에 나가서 이겼고, 메달을 땄죠. ‘선생님 정말 고맙습네다.’ 하는 선수의 말에 울컥하더라고요. 짠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현금이라도 의약품을 사라고 주려고 하니 그 선수는 한사코 마다했는데, 다음날 대신 의약품을 달라는 말에 가지고 있던 그 선수가 필요할 만한 의약품을 잔뜩 주었죠. 저녁에 회식 때,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선생님이 국위선양하셨어’ 하는 말에 어깨를 으쓱했죠.”
 
Q. 예비의료인인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의과대학을 나오면 꼭 환자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법조계나 보건복지부, 국과수, WHO등의 기관에서 일할 수도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죠. 그 일례로 다트머스대학 총장을 하시다 이번에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김용씨도 의사출신이고요. 시야를 넓히면 똑똑한 머리로 얼마든지 다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봐요.”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