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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의대생

86호(2012.04.16)/의대의대생 2012. 4. 18. 19:25 Posted by mednews

 

영국의 의대생

 

패션과 음악의 도시,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

 

세계 각지의 의대생들을 만나는 시간, 이번엔 elective program 차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돌고 있는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을 만나보았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나?
2월 초에 한국에 와서 처음 2주 동안은 여기 학생들과 함께 순환기 내과 실습을 돌았고, 이후부터 교수님들 외래참관과 설문조사를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영국 의대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영국은 5년제로 1,2학년은 한국의 예과개념에 해당하고 3,4,5학년은 본과 개념에 해당해요. 본격적으로 병원 실습을 도는건 3학년 때 부터지만 1,2학년 때도 환자와의 인터뷰를 위해서 일년에 두어번 정도 병원을 방문했어요.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도는 한국을 보면 영국의 옛날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도 예전엔 수업위주였지만 지금은 아주 실습 위주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죠.

Q. 예과시절엔 무엇을 어떻게 배우나요?
의대마다 다르지만 멘체스터 의대는 PBL을 중요시 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두 번씩 총 세 시간의 PBL time을 가지죠. PBL 이외도 예과기간동안 생화학, 분자생물학, 생리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의 기초과목도 배워요. 기초과목을 배우는 동안 임상과목 강의도 함께 들어요. 1학년 1학기에는 "HLB (heart lung blood)"라고 해서 한국의 순환기 호흡기 혈종에 해당하는 과목을 배우고, 1학년 2학기에는 “NME(nutrition metabolism endocrinology)” 소화기 내분비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배우죠. 2학년 땐 신경, 정신, 정형외과를 과목들을 배워요. 이런 기초 임상 강의 외에도 2주에 한번 씩 심폐 소생술, 응급처치, 혈압측정, 청력측정, 약 처방법 등 의사라면 당연히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일주일에 1시간씩 해부학 실습도 했어요.
이렇게 기초 임상 과목 강의를 듣는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에 총 7시간이에요. 하지만 이런 강의들도 꼭 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고 출석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들어도 돼요. 하지만 학기가 끝날 때 마다 시험을 쳐서 하위 10% 정도는 재시를 쳐야 하고, 재시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공부는 해야 하죠. 하지만 본과 이후론 재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제적을 시켜버리진 않고, 유급 처리를 해서 1년 더 학교를 다니게 해요. 영국 의대도 한국처럼 족보가 있어요. 인쇄해서 보진 않고, 서로 메일로 교환해요.

Q. 3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는데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3,4학년 2년 동안, 4주 간격으로 과를 돌아가면 배워요. 한국처럼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게 아니라 선택권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잘 짜는게 중요해요. 다른 과 실습을 돌던 와중에도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학교에 신청해서 외래나 실습에 들어갈 수 있어요.
5학년 진급 전엔 다시 실습을 돌고 싶은 과 list를 적어내요. 이걸 학교에서 정리해 자신이 원하는 과 위주로 복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이렇게 본인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과목의 실습에 더해 종양학 4주 실습을 도는게 5학년의 전반적인 일정이에요. 5학년 땐 1월과 5월에 큰 시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시험 고려해 일정이 이루어지죠.

Q. 방학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예과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각각 세달, 한 달이지만, 본과 여름방학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5학년 겨울방학은 고작 열흘이에요. 방학이 짧은 건 어느 나라 의대를 가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방학이라고 마냥 노는 건 아니고, SSC (student selective component) 과제를 해야 하는데,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죠. 5학년 여름방학 땐 elective program이 있기 때문에 SSC는 안해도 되구요.
 
Q. 영국 의대생들은 여가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내나요? 미팅, 소개팅도 많이 해요?
영국의대에도 오케스트라, 스포츠, 자선단체 같은 동아리가 있어요. 저도 자선단체의 일종인 “medaidman-chester”를 운영하고 있구요. 친구들은 동아리활동 이외에도, 개인적인 활동이나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해요. 사실 학교 동아리보단 지역활동에 더 열심히죠.
미팅, 소개팅 이외에도 대학에서 주관하는 ‘스피드 데이트’라는게 꽤 있는데 재미있어요. 미드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알텐데, 작은 테이블 두 사람 좌석을 마련해놓고 이야기하다가 종이 “땡” 치면 옆 테이블로 옮겨가는 식이죠. 그리고 의대 내에선 CC가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CC로 지내다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처음에 입학했을 때 교수님도 이런 말을 하셨죠. “너희들 중 5%는 서로 사귀게 될꺼다”

Q. 영국에도 신입생 환영행사 같은게 있나요?
한국처럼 입학이전에 신입생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OT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fresh year fair 라고 해서 입학한 뒤 1년 동안은 거의 매일 파티가 있다고 봐야 해요. 학교에서 주관하는 큰 규모의 파티도 있고, 개인이 주관하는 소규모의 파티도 있죠. 파티라고 해서 매일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건 아니에요. 멘체스터는 음악과 패션이 발달한 곳이라 다양한 분위기의 Bar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분위기의 파티도 즐길 수 있었죠.

Q. 영국의 의대와 한국의 의대를 둘 다 체험해보셨죠, 비교하면 어떤가요?
영국도 한국만큼이나 의대, 법대 인기가 높아요. 한국에 와서 여기 학생들과 짧게 나마 실습을 돌았는데 이쪽 학생들이 확실히 스마트한 것 같아요. 하지만 자유시간이 없다는게 너무나 안되었어요. 저는 빡세게 수업을 시키는 것 보단 널널하게 수업을 진행해서 본인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학생과 영국학생의 차이는, 한국 학생들이 더 단결력이 강하고 서로에게 친근하다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은 영국에 비해 권위적이지만 본인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신 것 같아요. 영국의 교수님들은 학생에게나 환자들에게나 친구 같은 분위기거든요. 아 그리고, 한국 교수님들이 수업을 굉장히 잘하세요.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열심히 수업을 듣고 간다니까요?ㅎㅎ

Q. 그럼 두 나라의 병원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교수님들이 외래환자들을 정말 많이 보세요. 영국에선 한나절에 20명 정도만 보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정말 환자들이 쉴새 없이 왔다갔다해요. 영국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돈을 한푼도 안낸다는거 아시죠? 그런데 여기 환자들은 돈을 지불해서인지 태도가 조금 erogant한편이에요. 의사 선생님들도 환자들에게 더 respectful하구요. 하지만 그 만큼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저 말고도 다른 곳에서 elective program을 온 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여기 교수님들이 술기가 훨씬 뛰어나데요. specialized treatment의 장점인 것 같아요. 시설 면에선 한국 병원이 정말 잘되어 있어요. 영국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거든요. 이동하기가 정말 편해요. 그 외엔 병원 밥이 맛있다는 것과 간호사분들이 정말 예쁘다는거?ㅋ

Q. 영국의료는 국가에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NHS(national health system)로 유명하죠. 본인이 생각하는 NHS의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영국에선 VIP room은 꿈도 못 꿀 일이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진료를 받고, 병원에 돈을 지불할 일이라곤 없어요. 심지어 심장이식까지도 모두 공짜죠. 하지만 무료진료이다 보니 경미한 증상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 때문에 국가에서 부담해야할 빚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태에요. 환자가 많아서, 응급이 아닌 일반 외래는 1-2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게 보통이구요. 그리고 환자의 선택권에도 제한이 있어요. 영국에선 본인이 진료 받고 싶은 의사를 지정할 수 없거든요.

Q. 앞으로 민영씨의 계획과 꿈은 뭔가요?
International cardiologist가 되는 겁니다! 그걸 위해선 일단 5월에 있는 시험을 잘 봐야겠죠?ㅋ (영국은 의사국가고시가 없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7월에 졸업하고 8월부터 일하게 될텐데, 2년간의 foundation year(FY)을 거치고 나면 speciality training program(STP)을 거치게 될거에요. FY는 인턴, STP는 레지던트에 해당하는 개념이라 보시면 되요. STP는 한국처럼 3년 혹은 4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는게 아니구 본인이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빨리 끝날 수도 늦게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최소 5년, 외과라면 최소 6년이 보통이에요.

Q. 8주간의 elective program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소감은...?
8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어요. 영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보고 싶은 걸 보니 “이제 내가 갈 때가 되었구나” 싶은데, 떠난 뒤 여기 사람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까 또 슬프기도 하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음에 꼭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