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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누구에게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공방

이제 편의점에서 약을 살 수 있을까.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언급 이후로 6개월 넘게 이어진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한 논란이 아직도 뜨겁다. 일반의약품이란 의약품 중 수 십년간 사용되어 더 이상의 특이한 부작용 보고가 없는 약들로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 없이 환자에게 효능,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 스스로 선택하여 복용할 수 있는 약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7월 20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들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및 ‘의약품등 표준제조기준’ 고시를 7월 21일부터 공포·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월 21일부터 까스명수, 박카스 등 액상소화제ㆍ정장제ㆍ외용제 48개 의약외품이 슈퍼 및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논란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보건 복지부는 48개의 일반의약품 이외에도 국민 수요가 많은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가정상비약을 약국 이외 장소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약사법 상 약사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일부를 ‘약국 외 판매 의약품’으로 분류하는 ‘약사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했다. 일부 약사들은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보건복지부의 고시를 무효로 해달라’며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처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또한 약사회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약사법 위반과 직무유기 등의 사유로 검찰에 고발하고 약사법 개정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토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는 이미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98년 이전에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가 전면 금지였지만 10년간 단계적인 논의 과정과 제도 개선을 거쳐 지금은 일반 의약품의 약 95%정도를 약국이 아닌 일반 소매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은 의약품을 위험 정도에 따라 세단계로 구분하고, 전체 일반의약품 중 약 5%를 차지하는 `안전상에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성분을 포함하는 의약품`인 1종을 제외하고는 약사가 아닌 등록판매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일반의약품을 소비자가 자유로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되 일정한 자격을 갖춘 등록판매원이 판매하도록 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약품이 처방약과 비처방약 두 가지로 분류된다. 미국 식약청은 위험성보다 이점이 크고, 남용 및 악용될 위험성이 적으며, 정확한 라벨이 되어있어 소비자가 전문 의료인의 도움 없이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가처방에 사용할 수 있는 약품들을 비처방 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비처방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 된 약이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모든 비처방 의약품이 자유롭게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마약사용에 이용될 소지가 있거나 미성년자의 남용이 우려되는 약품의 경우는 판매에 제약이 있다. 안정성의 문제로 영아용 감기약이 철수 된 경우도 있었다.
유럽의 경우, 독일과 영국은 의약품을 처방의약품, 약국용 의약품, 일반판매가능 의약품 세 가지로 분류하고 처방이나 복약지도가 필요 없는 일반판매약은 일반 소매점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렇게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구입할 수 있는 나라는 독일, 영국을 포함 12개국이 있다. 반면 스페인, 프랑스 등 13개국은 약국에서만 약을 팔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의약품을 특별처방약, 처방약 list 1, 처방약 list 2, 비처방약의 4분류로 나누고 있지만, 비처방약도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문제는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다. 또한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머지않아 약사의 입장이 될 약대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대부분의 약대생들은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반대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약국외 판매는 필요하다, 다만 대형마트 등의 의약품 판매코너에 약사가 배치되어 전문적은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서우림 수습기자/한림
<wr120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