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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판 마이너리티 리포트

정부도 외면한 극희귀·난치성 질환 환우들의 삼중고, “병고, 생활고, 가족고”

“태어나서부터 아팠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죠. 천식부터 시작하더라고요. 머리에 물이 차고, 눈과 귀에 이상이 생기고, 경기를 했어요. 상호작용도 안됐고요.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다 찾아다녔지만, 병명을 모른대요. 약 2년 헤맨 끝에야 겨우 병명을 알 수 있었어요.”

올해 9살인 영남이의 진단명은 극희귀난치성질환인 ‘소토스 증후군‘, 일명 ‘대뇌성 거인증’으로 불린다. 생후 1-2년 동안의 신체의 과다발육으로 인해 큰 키, 커다란 머리 크기를 가지게 되는 이 병은 학습장애, 정신지체와 발달장애, 낮은 언어사회적응력을 특징으로 한다.

“확진 받은 직후에 이 병이 뭔가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더니 검색 결과가 없더군요. 2005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없는 단어였던 거죠. 하지만 미국 사이트에서는 검색이 되더군요.”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이었다. 설상가상 병원치료비와 특수교육비는 가정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머리 수술 3~4번, 척추 수술 2~3번, 구순열 수술, 눈이랑 귀는 자질구레하게 여러 번, 편도선, 요도하열수술 등 많은 수술비에, 특수 교육비 부담까지...”

소토스 증후군은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 대상이 아니며, 희귀·난치성 질환센터의 질명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내에 몇 명의 소토스 증후군 환아가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적은 유병인구로 인해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있는 질환은 비단 소토스 증후군 뿐일까?

현재 약 54개 극희귀·난치성질환 환우들이 ‘질병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산정 특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통계청은 지난 6월 검토회의를 열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질병코드 없이는 환자 수 파악이 어렵다. 오는 11월 산정 특례 대상 심사 때 다시 검토 하겠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질병을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KCD)’로 코드화하고 있다. 모든 질병이 A에서 G까지 1만 2000여개의 코드로 분류된다. 138종의 희귀 난치성질환도 위 코드를 통해 분류되어 산정특례 대상으로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약 54개 소토스 증후군, 윌리엄 증후군, 어셔 증후군 등 극희귀질환은 여기에 빠져 있다.

국가적 의료비 지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에 등록하여 본인부담금을 10%로 경감 받는 혜택이며, 다른 하나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산정특례’에 등록한 이후 보건소에 신청하여 소득 재산 기준을 만족할 경우 나머지 10%까지 면제 받는 방법이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 지원 모두 상병코드와 질환명이 일치 할 때만 지원을 하고 있어, 병명 또는 코드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 지원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본인이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권익 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해 오고 있는 희귀 난치성 환우들의 대변자다. 그는 “환자수가 많지 않아 보험 재정에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며, “극희귀질환이라는 새로운 질병코드를 만들거나 질병별로 일일이 코드화가 어렵다면 비슷한 부류의 기존 코드에 포함시켜 지원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수진 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