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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30 임상시험 부작용, 피시험자 보호법 마련된다

임상시험 부작용, 피시험자 보호법 마련된다

 

 

고액 알바의 덫, 뇌사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는 임상시험 부작용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가 문제였다. 제약회사의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에 참여했던 청년 실업자 박구는 부작용으로 반인반어(半人半魚)가 되어버린다. 영화 <돌연변이>의 도입부는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었지만 올해 초, 현실에서도 이에 못지않게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월 프랑스 민간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시험테스트 결과 참여자 5명 중 1명이 뇌사상태에 빠지고 나머지는 중태에 빠져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회견까지 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해외의 사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시험 부작용들로 웹상에서는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문의가 속출하고 있고 임상시험이 원인이었는지 정확한 확인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100건 중 90건 이상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도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시험 참가자들은 위험도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임상시험 도중 중대 이상의 약물 반응을 보인 경우는 476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사망까지 이른 경우는 49건, 생명 위협이 7건, 입원한 경우가 375건으로 집계되었다. 상당히 높은 위험률이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서울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의뢰하고, 그만큼 수요가 창출되는 도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약품이 터뜨린 잭팟, 너도 나도 몰리는 임상시험, 대박의 꿈

 

지난 2015년은 한미약품의 해였다.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이란 ‘잭팟’ 이후 한 달 만에 주가는 20만원에서 최고가 70만원까지 상승하였다. 한미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유한양행, 녹십자 등 국내의 대규모 제약회사들은 신약 R&D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이는 잠잠했던 임상시험에 획기적인 수요를 불러왔다. 실제로 지난 8월 식약처는 국내 제약업체의 임상시험접수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3.5% 증가하였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국가라는 점에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국내회사 임상시험이 늘어난 것은 한미약품의 성공사례덕분이지만 실제 국내임상시험의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외국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의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데이터에 의거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은 652건이었다. 이 중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임상시험은 291건이고 한국에서만 진행된 건수는 361건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자국에서 진행하는 데 제약이 있거나, 부작용 위험이 큰 약의 임상시험을 한국에 의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저렴한 임상시험 비용과 완화된 규제를 통해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시험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3상의 통과는 물론이고 추가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약을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의 대상도 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로부터 다양한 시험군을 확보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험군이 다양해지는 만큼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조건도 더 까다로워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이 비교적 감시체계가 미약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한국은 더 없이 적합한 나라인 셈이다.

 

 

시험의 목적과 내용, 부작용은 몰라도 접근은 쉬워…
사각지대에 놓인 피시험자를 보호할 법안 필요

 

임상 시험 참여자들의 설문조사 결과, 열 명중 여섯 명은 신문과 지하철의 구인공고를 통해 참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특성에 따라 받는 보수가 천차만별이지만 고액 임상 시험의 경우 2박3일 동안 1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어 학자금 대출 등 목돈이 급하게 필요한 대학생들이나 생활비 마련이 시급한 노인층에게 인기가 많은 아르바이트로 손꼽힌다. 그러나 쉬운 접근성에 비해 해당 시험의 정확한 목적이나 내용,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주최 측이 임상시험 모집광고를 할 때 시험에 따른 부작용이나 구체적인 시험 목적 등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마루타’로 쓰이는 피시험자들의 건강문제는 고스란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입원 임상 시험의 경우 참가자들의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대기하고 있을 긴급 의료 인력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한 명의 시험 참가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건의 임상시험에 접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험으로 투여한 약 성분이 모두 해독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모든 참가자들은 3개월 이후에나 다른 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이들의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인력도 없고 이를 감시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재참여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임상시험의 정확성도 떨어지며, 참여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의 부작용에 대한 보상 규정이 미흡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2011년 임상시험 부작용과 관련된 보상 법규가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나, 해당 증상이 신약 임상 시험 때문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힐 수 있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피시험자들에게는 접근조차 까다로워 허울뿐인 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임상시험에서 예측 가능한 부작용이나 시험주체를 명확히 명시하자는 내용까지 추가된 법안이 박 정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박 의원은 “임상시험의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임상시험 참가를 고액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은 임상시험을 실시하려는 자가 대상자 모집을 위해 공고를 하는 경우 시험의 명칭, 목적, 방법, 의뢰자 및 책임자의 성명(법인명)·주소, 예측되는 부작용 등을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도록 하였다. 또 임상실험의 보상 내용과 신청 절차 등에 대해 설명하고 반드시 서면으로 동의를 구하도록 해 피해 발생 시 근거자료를 통해 책임성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박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시험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