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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에도 안보가 있다? GHSA를 주목하라





북핵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 지금 원래도 중요했던 안보 문제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에서 몇 없는 전쟁 상태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안보의 중요성은 그리 생소한 주제가 아니지만, 그만큼 총포가 오고가는 전쟁만이 안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안보는 보통 북한과 관련된 관용적 의미로 통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안보 자체가 ‘안전 보장’을 줄여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잊기 쉽지만 안전은 모든 욕구 중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이며, 국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보장해줘야 할 기본적인 사항이다. 자연재해 등에 대한 대비도 안보라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생각해 보면 쉬울 것이다.


WHO로서는 한계, 보건안보의 GHSA 출범


최근 새로운 안보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바로 보건안보다. 영어로는 Health Security라고 한다. 국제 보건을 담당하는 기구로 1948년부터 이어오는 장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WHO가 있고, WHO는 그 업적을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기관이지만 식수부터 위생까지 각종 복잡한 보건 문제들이 산재한 와중에 SARS, 조류 인플루엔자, 에볼라 바이러스, MERS 등의 치명적 질병들의 유행의 관리까지 WHO가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세계의 행정가, 보건의료인들이 합의하여 미국의 주도 하에 출범한 기구가 바로 GHSA(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이하 GHSA)다. 최초 출범은 2014년 2월 13일로,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따끈따끈한 국제기구다. 해외여행자가 연간 10억 명에 이르고, 새로운 병원균이나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와중에 ‘보건 안보는 개별 국가의 노력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설명 하에 예방(Prevent), 감지(Detect), 대응(Respond)의 세 가지 역량의 국가 간 차이를 좁히는 것이 주된 목표다.

출범행사는 워싱턴에서, 그리고 국제기구의 상징인 제네바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당시 29개국의 장관이 참여했고 현재는 44개국이 참여중이다. 출범 당시 EU, WHO, FAO(국제식량농업기구), OIE(세계동물보건기구)등이 모두 지지의사를 표명한 어엿한 거대 국제기구다. 


2015년 고위급 회의, 서울에서 성공적 개최


MERS의 유행으로 여행 경보 발령 등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뻔한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보건안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GHSA는 매 년 네 번의 회의를 하고 그 중 한 번의 회의는 고위급 회의로 진행하는데, 2014년에는 워싱턴(출범), 헬싱키, 자카르타에서 회의를 하고 백악관에서 고위급 회의를 진행한 후 2015년 고위급 회의는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 세계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난 직후인 대한민국의 위기대처 경험을 궁금해했고, 당시의 대처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메르스 당시 조사관으로 참여해 한국의 간병 문화, 닥터 쇼핑 문화를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한 WHO 사무차장 후쿠타 케이지 등도 참여했고, 세계를 뒤흔들었던 신종 감염질환들이 대부분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에서 OIE(세계동물보건기구) 사무차장인 수의사 브라이언 에반스도 참여했다. 각국의 장, 차관 이외에 국경없는 의사회 사무총장 등의 NGO 인사들도 대거 자리를 빛냈다. 


개막될 보건의료 전쟁, 시금석 삼을 행사


행사 말미에는 참여국들의 합의를 담은 서울 선언문(Seoul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 감염병은 보건의료를 넘어 경제, 사회, 문화적인 문제이며, 개발도상국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임을 동의하고, 전 세계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며, 이 의견에 대한 정치적인 지지를 넘어 실제적인 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11개의 행동계획을 제시했다.

이 행동계획들은 크게 (1)예방, (2)조기탐지, (3)신속,효과적 대응으로 나뉘며, 예방 분야에는 ▲항생제 내성 대응 ▲인수공통감염병 ▲생물안전 및 생물안보 ▲예방접종의 4가지 목표가 담겼다. 조기탐지 분야에는 ▲국가 실험실 체계 ▲감염병 감시 ▲보고체계 ▲인력개발의 4가지, 신속, 효과적 대응으로 ▲공중보건위기센터 설립 ▲공중보건과 법체계 및 분야합동 신속대응 ▲의료대책 및 대응인력 역량 강화의 3가지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인 행동계획과 평가방안이 마련된 것은 사실상 서울 회의가 처음으로, 2016년 네덜란드 회의에서 그 성과를 평가받게 된다. 감염병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서울에서 처음 이뤄진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서울 선언문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의 발전, 경쟁력에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org)




▲ GHSA 44개 참여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