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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의 3월. 어떻게 지나갔나요? 




얼마 전 각 포털 메인에 “대학 OT 참가 신입생 술 마신 후 쓰러져 의식불명”이란 기사가 떴다. 최근 기사지만 어쩐지 너무나 익숙한 기분이 드는 것은 본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 매년 술 먹던 신입생 병원 실려가- 라는 기사는 매번 3월이면 포탈 메인을 차지하고는 했다. 대학에서는 이에 대해 음주 자제를 권유하며 대학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입생이 선배 술을 받아 먹다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올해에도 또 발생하며 신입생에게 술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의대는 좁은 의사사회와 바로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대의 특성상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어느 대학 못지 않게 강하다. 음주 문화에서도 어느 곳에 뒤지지 않음은 논의 없이 사실이다. 어느 대학 못지 않게 술을 많이 마실 것만 같은 의대의 신입생 환영회. 의대들의 신입생 환영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전국 여러 의과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문화를 수소문 해 보았다.


 서울 A 대학

“신입생 입학 전 연 1회 MT 형식으로 학생회(본2) 주도하에 아래 세 학년이 전부 OT를 다녀온다. 첫째 날엔 주로 이 세 학년끼리 진행되고 이튿날엔 본4를 포함한 선배들과도 어울리게 된다. OT때 술 문화는 다소 강압적이지 않지만 종종 그러한 경우도 있긴 한편. 특별한 게 있다면 “포스트”라는 이름으로 둘째 날 밤에 조별로 밖을 돌아다니며 학생회의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동안 조별로 게임 등에서 쌓아온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그 순위에 따라 미션의 편하고 힘든 정도가 결정된다. 예전에는 이 포스트가 꽤 힘들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장기자랑 위주로 함께 웃으며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서울 B 대학

“신입생과 만남을 갖는 자리는 총 세 번 정도. 학교 처음 와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자리인 신입생 간담회. 동문회, 향우회, 동아리는 무엇인지 중요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예과 2학년 과대단이 가르쳐 주고 간단한 뒤풀이가 있다. 두 번째는 새터. 신입생부터 본과 1학년 학생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1박 2일로 갔으나 올해는 안전사고랑 음주 문제로 무박으로 진행되었다. 세 번째는 신입생과 윗 학년의 선배들이 한 학년씩 만나는 상면식. 1차에서 선배들과 밥을 먹다 FM과 장기자랑을 하고 사발식을 한다. 냉면 그릇에 소주 1병을 먹는 식인데 과거 2병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 사건 사고도 많고 마시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


 서울 C 대학

“학생회에서 학교 생활팁 알려주고, 교수님들이 몇 가지 주제에 관해 강의해주신다. 조별로 도미노 쌓고 장기 자랑한 뒤 뒤풀이로는 다 같이 아이스크림카페를 간다.” 


 경기도 A 대학

“신환회는 홀을 빌려서 본과 1,2학년은 필참, 3,4학년은 선택적 참여로 진행. 학년간 1:1로 매칭되는 번짝을 뽑고 간단히 이야기 하고 헤어지게 된다. 술은 먹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A 대학

“2박 3일 OT를 다녀오고 학년별로 대면식을 한다. 참여는 필참이나 사정을 미리 말할 경우 빠질 수 있으며 분위기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B 대학

“따로 신입생 환영회는 없고 2박3일 MT를 가서 게임도 하고 술도 먹고 지령게임 같은 것을 한다. 각 동아리 공연을 보고 스터디 팀도 뽑게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이나 신입생들만 하게 되는 지령게임(지령지를 써놓고 뽑아서 신입생이 지령을 수행하는 것. 헤어진 전 애인 따라하기등)이 조금 짖궂은 편.”


 충청도 C 대학

“신입생환영회의 성격을 가진 모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신입생 환영회이고 두번째는 대면식이다. 신입생환영회는 동아리마다 있고 대면식은 매주 토요일 각 학년과 신입생이 만나게 되며 대면식은 선후배 보통 필참이다. 대면식 때 OT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선배들은 신입생이 주의해야 할 점, 잘못한 점을 말하고 사람을 한명한명 짚어서 이야기를 한다. 이때 신입생들이 지켜야 하는 여러 조건이 있는데, 모두  정장 차림(여학생의 경우 단화, 노메이크업, 머리는 검정색으로 반드시 묶어야함, 블라우스는 안되고 셔츠 입으며 바지 정장일 것)으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대지 못 하는 바른 정자세로 몇 시간 동안 앉아있어야 한다. 주도는 처음에 술을 마시느냐 전혀 안 마시느냐(건강상, 종교상 이유) 로 나뉘게 되고 술을 마실 경우 선배들(100여명 이상) 모두에게 찾아뵙고 술잔을 받아야 하며 안 마시는 사람은 물잔으로 대신한다. 동아리 대면식에서는 사발식을 하는데 사발에 선배들이 술을 말아주면 동기들끼리 나눠서 술을 먹게 된다. 술을 못 먹어도 끝까지 마셔야 하며 대단히 형식적이고 규율이 정해져 있으며 위계질서가 뚜렷하다”


 충청도 D 대학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만나는 모임이 OT, MT, 대면식까지 여러 번 있는 편. OT는 2박 3일 동아리 공연, 장기자랑, 게임, 술자리로 다른 학교와 비슷하나 첫날 호명식이라는 것이 있다. 신입생들이 모두 정자세로 서있으며 한 명씩 나와 돌아가며 선배들 앞에 나가 인사 드리고 선배들 이름을 부르도록 하는 것인데, 선배 이름을 틀리면 다음 후배가 이어서 하게 되며 밤 늦게까지 진행이 된다. 그 후에는 신입생 장기자랑 술자리를 가지며 뒤풀이를 한다. 둘째 날에는 캠프파이어를 하고 선배와 후배가 각각 원을 그리며 서서 인사하고 번호 나누며 2일간 못 만났던 선후배끼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된다. MT는 입학 1달 후에 가게 되는데, 모두 정좌를 한 상태에서 신입생들이 한 명씩 나와 1달간 잘못 한 일 3가지를 말하고 막걸리를 대야에 받아 마시게 된다. 후배들이 마시기 힘들어 할 경우 선배들이 나눠서 도와주기도 하며 이 MT는 특별한 사유 없는 한 필참이다. 최근 학부모 항의로 음주를 자제하도록 학교와 학생들끼리 노력하고 있다.”


 경상도 A 대학

“장기자랑이나 동아리 공연, 강의 등이 진행되고, 해오름식이라고 짝학번끼리 악수하고 고사지내는 것을 한다. 술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게 된다.”


 경상도 B 대학

“신입생환영회보다는 예비대부터 시작해 동문신환회, 동아리 신환회, 상면식까지 신입생은 근 1달간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일주일에 평균 3번정도로 지속된다. 술을 안 마실 선택권을 처음에 주는데 남자는 해당사항 없고, 여자는 왠만큼 술을 못 마시지 않는 한 마셔야 하며 한번 안 마시면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술자리에서는 선배들을 모두 찾아가 술잔을 받아야 하며 받지 않으면 찍히기 때문에 열심히 마시게 된다”


 경상도 C 대학

“신입생을 위한 행사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학교차원에서 말 그대로 학교소개나 일반적인 학사일정을 소개하는 ①OT. 신입생들 모두 1박2일동안 공부,대외활동,타지에서 온 후배들을 위한 대구생활가이드 등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도 듣고 준비한 장기자랑을 펼치는 ②역량캠프. 단순 술자리인 ③예과엠티, 동아리별 신환회가 있다. OT나 역량캠프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다른 행사에서도 신입생만 억지로 마시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애는 추세. 학교차원에서 계속 술 없고 실용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역량캠프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강원도 A 대학

“신입생 전체 환영회는 없다. 다만 신입생과 본과 2학년끼리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처음엔 신입생이 선배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해서 ?번! 출석 부르면 후배가 일어나서 소개를 하게 되고 소개가 끝나면 앉는다. 출석 부르기가 끝나면 연사라고 선배가 학교생활에 조언을 해주고 끝나면 조별로 술집, 카페등 나뉘어서 뒤풀이를 한다. 예전에는 평판이 안 좋으면 출석 부르기시 이름을 여러 번 부르거나 출석번호 끝까지 진행되다가도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하였는데 점차 유해져 이런 것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이다.”


 강원도 B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2박3일간 진행된다. 레크레이션 춤, 학교소개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 술문화에 대해 배우며 강당에 설치된 동아리별 부스에서 동아리 설명을 듣는다. 특이한 문화로는 선배들이 같은 조 신입생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며 그렇게 배운 춤을 신입생들은 다른 조방에 들어가 추며 사발식을 하게 된다. 사발식에 쓰이는 술 제한은 소주 1병으로 예전에는 제한이 없다가 최근 생기게 되었으며, 그 후 선배들에게 인사를 가 술을 주고 받고 소개를 하게 된다. 각 학년별로 미팅이라 불리는 대면식이 있는데 이 역시 6-7명씩 조를 짜서 이루어 진다.”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과거 있었다고 해도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분위기였고, 일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이를 없애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또 학교 차원에서도 모두 노력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매년 반복되는 기사가 경각심을 준 것인지, 혹은 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인지 점차 변화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여전히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선후배 관계를 강조하는 신입생 환영회도 있었다. 종교적 이유 혹은 건강상 이유로 못 마시는 것은 이해하나 안 마시거나 덜 마시는 것은 이해하지 못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사발식등 억지로 술을 강요하기도 하였고 술자리를 강압적으로 느낀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다지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며, 힘들게 들어온 의대인 만큼 지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면식 등 선후배가 만나는 자리가 거의 없는 대학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학에서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가 잘 형성되지 않고 선배 존중이 거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 대부분은 신입생이 아닌 선배들한테 얻은 자료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거나, 전혀 술을 억지로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실 본 기자를 포함한 선배들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신입생들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입생 환영회의 본 목적은 새내기들을 만나고, 신입생들에게 학교 소개, 동아리 소개를 하고 빠른 학교 적응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적응 과정이 신입생에게 힘들다면 이것이 과연 새내기들에게 즐거운 대학 생활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을까? 오래도록 내려온 전통은 물론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신입생 환영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경상도 C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실제로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학생회와 학교가 함께 노력하여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였고 이에 모두 즐겁고 만족한 신입생환영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올 3월 신입생들은 어땠는지? 즐거웠다면 이 즐거움 그대로, 즐겁지 않았다면 즐거움을 내년 3월 신입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의대생과 한의대생의 만남, <썰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 연건 사회과학학회 <움틈> 장 조철민 씨 인터뷰


지난 3월 3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 401호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의대생과 한의대생 팀은 각자 준비한 논거를 가지고 맹렬하게 토론에 임하였고, 이 날의 분위기는 훈훈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도 높았기에 불필요한 오해도 발생할 수 있어 행사 준비팀에서는 학생 이외의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를 준주최한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의 장인 조철민 학생을 만나 보았다.


Q.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주변의 반응도 꽤 뜨거웠던 것 같다. 어떻게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가?

A. 사실 이번 행사는 동아리 세미나 주제로 출발했다.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이하 움틈)에서는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는데, 주제는 움틈 회원들이 그때그때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들로 정한다. 작년 12월부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주제로 페이스북이 떠들썩했었다. 이 내용은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고, 움틈 회원들도 관심이 있어 세미나의 주제가 되었고, 그게 발전해서 이번 토론회가 되었다. 마침 3월이 동아리 홍보에 중요한 기간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행사가 필요하기도 했던 시점이기도 했고.


Q. 의대생 입장에서 한의대생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물며 이런 민감한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 명백하다. 어떻게 한의대생분들과 만나서 토론회를 준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마침 우리 움틈 회원 중에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온 형이 한 분 있었다. 이 형이 지난 겨울 움틈 TS(1박 2일로 세미나를 하는 것)에서 이 주제로 발제를 했는데, 자기가 한의대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합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 3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진짜 연락을 했는데 마침 경희대 한의대 쪽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동아리가 있어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Q. 한의대 사람과 만났을 때 분위기는 어땠는가?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살벌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A. 그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움틈 회원의 후배분들이긴 했지만 의사와 한의사가 대립각을 계속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만남이 아닌 싸움이 될 수도 있어 처음에는 좀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것 같다. 연락을 받은 한의대쪽 동아리 이름이 <한의학정책연구팀>이기도 해서, 그런 느낌이 더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자주 만나서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첫 만남때도 싸우는 분위기로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이렇게 행사가 잘 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Q. 행사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A.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일의 분배였다. 올해 본과 3학년이 되면서 동시에 동아리장을 맡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주로 실습을 하다 보니 동아리방에 자주 들르지 못하게 된 것이 운영을 힘들게 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 수가 많아서 한 학년을 네 개의 턴으로 나눠서 각자 다른 순서로 병원실습을 도는데, 동아리 회원들 턴이 달라서 일정 조율이 쉽지가 않았다. 자주 얼굴을 보아야 서로 의견도 짜내고 일도 잘 분배하여 할 수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한 쪽이 분배를 궁리하고 한쪽이 일을 도맡아 하는 구조가 되어 힘들었다.

의견 수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장 움틈 내에서 회원들끼리 의견 모으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거기에 외부 사람들인 한의대생들의 의견도 통합하자니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띠고 여러 번 만나면서 조금씩 의견을 조율했는데, 바쁜 의대 일정에서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Q. 행사 준비할 때 의협과 한의협에서 각각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무슨 소린가?

A. 어렵사리 한의대생과 만나 행사 준비를 하고 거의 행사 다가온 시점에 의협 소속의 무슨 위원회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토론회를 한다고 하니 의대생이 한의대생 쪽에 말려서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고, 자신이 한의사 쪽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한의협에서도 의사들의 오류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내준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학생의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생각을 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일이 커질지는 몰랐다. 움틈 회원들도 걱정을 많이 했고, 자칫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언론에 잘못된 방식으로 노출되어 문제가 되는 것도 염려를 많이 했다. 이 문제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인데, 언론사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보도를 하면 행사의 취지 자체가 퇴색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본 행사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학생이 아닌 분들의 출입을 제한하였다.  


Q. 의대생으로서 절절하게 공감한다. 특히나 병원 실습을 하다 보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해야 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행사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행사가 잘 진행된 것 같은데, 행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서울대 의대 동아리인 움틈에서 주최해서 서울대 건물에서 세미나를 한 것인데, 오히려 한의대쪽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한의대쪽에서는 이렇게 관심이 많은데 정작 의대 쪽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만 같아 좀 섭섭했다. 또 움틈은 의대/치대/간호대 연합 동아리인데, 의대를 제외한 치대와 간호대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치대와 간호대 쪽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이번 행사 자체가 동아리 홍보를 위해 한 것도 없지 않은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홍보 효과 달성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운 점은 있다.


Q. 그래도 차차 관심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신문사에서도 행사에 관심이 있어 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되어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행사에서는 의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닌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 개인적 입장은 어떠한지 듣고 싶다.

A. 사실 나는 의대생이지만 독특하게도 한의학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다. 의대 수업을 듣거나 의대 사람들을 만나면 한의학을 근거 없는 허구의 학문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이것은 의대 내에서 하나의 헤게모니로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한의학에 대해 정확히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한의학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낀다. 실제로 피곤하고 아플 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사람들은 많이 있고, 치료르 받고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을 보면 허구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한의학도 나름의 체계가 있고 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체계가 다르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내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Q. 행사 소감은?

A. 여태까지 소감에서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세미나는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주제 선정에서 진행, 토론까지 움틈 한분한분의 도움이 컸다. 다들 추진력이 엄청난 것 같고 지식이 많아 좋다. 한의대 사람들이랑도 친목을 쌓는 기회가 된 것도 좋았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행사 소개> 이번 행사는 서울대 연건 동아리 ‘움틈’과 경희한의대 동아리 ‘한의학정책연구팀’ 학생들이 공동 기획한 행사로 요즘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인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들은 먼저 이러한 논의가 일어난 배경을 제시하고 한의사들의 의료기기에 대한 찬성의 입장과 반대의 입장을 각각 제시하였으며 토론을 통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주제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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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의 가계부

104호/의대의대생 2015. 6. 16. 09:43 Posted by mednews

의대생의 가계부





3월은 대학생들에게 소비와 지출의 달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만큼 사야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업에 맞춘 교재들뿐만 아니라 한 학기 잘해보자는 의미로 학용품을 새로 구입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옷가게에 걸려있는 봄 신상도 놓칠 수 없다.

방학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 선후배간의 모임에도 적지 않은 돈이 나간다. 특히 선배 입장에서 신입생들의 “선배, 밥 사주세요!” 공세를 뿌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학 학생들과는 많은 것이 다른 의대생이라지만 과연 소비와 지출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일까? 예과생과 본과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올해 예과 2학년이 된 김승진 씨(가명, 23)는 후배 밥을 사주는 데에 꽤나 큰돈을 들였다. 특유의 ‘동아리 문화’가 발달된 그의 의대 특성 상 후배 ‘동아리 꼬시기’에 전념한 결과다. 한 달 지출 내역인 것을 감안한다면 또 식비 항목이 따로 분류되어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후배 밥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다. ‘동아리 문화’가 이보다 덜한 의과대학에 다니는 정정희 씨(22) 역시도 “굳이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들 만큼은 든다.”라고 말한다. 고재천 씨(22) 역시 “동아리 상관없이 그냥 사주는 편”이라고 선후배간에 친목을 다지는 데에 드는 돈이 많음을 인정했다. 올해 본과 1학년이 된 이상진 씨(가명, 24) 역시 바쁜 와중에도 후배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외대 어문계열을 다니는 정희재 씨(22)와 예과생 김 씨의 두드러진 차이는 교재비가 아닐까 싶다. 전공 책을 비롯하여 각종 교재를 구입하는 데에 11만원을 쓴 반면 김 씨의 지출내역에는 ‘교재’ 항목이 전혀 없다. 이번 학기에 전공이 거의 없는 그의 학교 특성과 더불어 예과 교재를 모두 선배들에게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본과에 올라간 이 씨(가명, 24)의 경우에는 교재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1년 치의 교재를 모두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금액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앞에서 본 정 씨의 교재비와 비교해보았을 때 상당한 차이가 난다. 본과 1학년 한보라 씨(22, 가명)는 “본과 교재의 경우 워낙 비싸서 물려받기도 쉽지 않고 수업 시간에 모두 필요하기도 해서 값이 꽤 나가도 모두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가계부에서 일상적인 지출 외에 그나마 공통점을 꼽자면 모임비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세 사람 모두 10만원 조금 넘는 돈을 모임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대생 김 씨와 이 씨의 모임은 전부 교내 동아리 모임이다. 의대 내에서 같은 학교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전부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배 혹은 후배의 얼굴을 보고 친목을 다지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면에 정 씨의 모임비는 대체로 대외활동을 하며 쓴 돈이다. 대외활동 중 회의를 위해 스터디카페에서 지불한 장소사용료가 모임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회의 후 뒤풀이 비용도 일정 부분 포함된다.

또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매 모임 때마다 쓰는 비용이다. 의대생 김 씨와 이 씨의 경우 모임 횟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3월 한 달 동안 두 번 모임을 가졌으니 2주에 한 번 정도 모인 셈이다. 반면에 정 씨의 대외활동 모임은 매주 모임을 가졌다. 활동이 바쁠 때에는 한 주에 2번~3번 만난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한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드는 비용 면에서 의대생이 다른 과 대학생보다 크다는 것이다. 김 씨와 정 씨의 술자리 모임 비용을 단순하게 비교해본 결과 김 씨는 1차, 2차 각각 2만원씩 돈을 낸다는 반면 정씨는 1차 1만원, 2차는 돈을 내지 않거나 5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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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의대의대생 2015. 6. 16. 09:41 Posted by mednews

Medstudentitis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장 질환, 4위는 자살, 5위는 당뇨이다. 2014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이 0.1% 단위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제외하고 보면 이 순위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적어도 5년간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의사의 사망 원인은 어떻게 될까?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 질환, 3위는 심장 질환, 4위는 자살, 5위는 당뇨이다. 의사들은 질병을 치료하며 자신과 병의 관계를 우열관계로 설정하기 쉽지만, 우리의 신체가 겪게 될 운명은 의사가 아닌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사도 아프고, 병에 걸리고, 어느 순간 죽음을 맞는다. 제 자루 깎는 칼 없다. 

의사의 전구체인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아프다. 혹은 아플 예정이다. 사실 따져보면 보통 사람들보다도 자주 아플 확률이 높다. 또래에 비해 수면과 운동은 부족하고, 식습관도 바르지 않고, 온갖 내성세균이 득시글한 병원 전역을 쏘다닌다. 자주 조금 아프고, 가끔 누군가는 크게 아프다. 입원이나 장기 치료라도 선고받게 된다면 병원이 인심 쓰듯 내어주는 자그마한 할인혜택에 기뻐해야 하는지 아픈 부위보다도 마음이 더 싱숭생숭해진다.

항상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비몽사몽 텍스트를 읽는다. 증상을 보니 나와 너무 비슷하다. 기침? 우하복부에 국한된 복통? 설사? 역학을 본다. 20대 남자(혹은 여자)가 m/c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확신이 든다. 이렇게나 연관관계가 충분한데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은 환자의 빠른 쾌유를 위한다면 못 할 짓이다. 심적 확진을 내리나 진단은 받을 수 없다. 돈이 없잖아. 완치치료가 schoolectomy 뿐인 것을 알지만 용기가 없어 약간의 음주로 보존적 치료를 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의대생병’, ‘Medical students′ disease’ 혹은 ‘Medstudentitis’라고 알려진 불치병의 natural history다.


농담처럼 전해오는 ‘의대생병’ 

사실은 유구한 역사


이처럼 조금의 연관성만 발견되어도 자신이 그 질병인 것처럼 여겨 걱정에 빠지는 것을 의대생병이라고 한다. 농담처럼 내려오는 말이지만 이 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든 퍼져있고, 생각보다 역사도 오래되었다. 미국에서는 medical students′ disease, 혹은 intern's syndrome, second year syndrom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Why worry?라는 책을 써낸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저자 조지 월튼은 무려 1908년에 이런 문장을 썼다.

“의과대학 교수는 배우고 있는 질병에 대한 걱정으로 찾아온 의과대학생들에게 항상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폐렴에 대한 지식은 흉곽의 사소한 자극을 심각한 증상으로, 충수돌기의 위치에 대한 해부학 지식은 맥버니점의 가장 무해한 자극도 심각한 전조증상으로 바꾸어놓는 듯하다.”

우리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의 스승뻘인 사람들도 학생 시절에 똑같은 고민을 했다는 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나만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소소한 행복을 준다. 우리가 그렇듯 우리의 후배들도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무리 쓸모가 없어보여도 논의할 가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대체 왜, 무엇이 두려운가? 


건강염려와 질병공포


우리가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이 증상들을 이미 있는 실제 진단명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DSM-IV의 hypochondriasis, DSM-V에서는 Somatic symptom disorder 혹은 Illness anxiety disorder로 불리는 ‘건강염려증’이 좋은 예시가 된다. 반쯤 농담인 의대생병 환자들과 달리 이들은 실제로 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간단한 발진에도 매독에 걸렸다고 말 그대로 ‘확신’하고, 알려진 증상들을 거의 그대로 겪는다. 혹은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통증을 직접 느껴볼 수가 없으니까. 

Nosophobia는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다. hypochondriasis 환자들이 직접적인 통증을 호소한다면, Nosophobia는 질병에 걸릴까봐 두려운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Hunter와 Lohrenz는 Journal of nervous mental disease에 기고한 논문에서 ‘의대생병 학생들은 hypochondriasis보다는 nosophobia에 가깝다’라는 보고를 했다. 이 논문은 무려 1964년에 수록된 것이니 참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질병이 아닐 수 없다. 


닥터쇼핑은 의대생병의 

‘돌연변이 균주’?


여기서 우리의 의대생병을 되짚어보자. 의대생병 환자들은 보통 텍스트의 설사나 기침 같은 광범위한 증상을 자신의 증상과 연결 짓는다. 이처럼 별 연관성이 없는 현상이나 정보들에서 규칙이나 연관성을 얻으려는 태도를 독일의 정신병리학자 클라우스 콘라트는 ‘Apophenia’라 이름 붙였다. Apophenia는 창조적 예술의 근간이기도 하지만, 논리적 연결고리를 잃으면 정신병의 원인이 되는 현상이다.

의대생병 환자들은 보통 증상과 역학만으로 확진을 내린다.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더 이상의 침습적 진단을 시도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의대생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은, 대부분의 경우 만약 시간과 돈이 있다 하더라도 정말로 병원에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의 의학적 훈련, 혹은 보아온 환자로 자신이 정말로는 그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의학적 훈련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의대생들이 읽는 KMLE보다도 공신력이 부족한, 짜깁기된 여러 정보들만으로도 병원 방문을 실행에 옮긴다. 이를 Cyberchondria, 잘 알려진 말로 닥터 쇼핑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닥터 쇼핑은 의대생들에게만 공개되던 정보가 인구집단 전체로 전파되면서 마치 의대생병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처럼 퍼져나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의대생병은 의사의 홍역


배운 정보를 자신에게 적용해서 아픈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유독 스스로에게 많이 시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은 귀찮게 하지 않고 문진과 신체진찰을 할 수 있기 때문일 뿐이다. 배운 지식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전제 하에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데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 또한 닥터 쇼핑을 습관처럼 행해 스스로의 건강을 망치는 주변 이들에게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더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의대생병은 우리가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꼭 겪어야 하는 홍역이나 수두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지금 아프면,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덜 아플 수 있는 면역작용과도 같은 것.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com>

퍼시픽을 요약한 정리집에 동화를 더하다





국시 수석 전남대 안연수씨 인터뷰


전국 수석을 만난다는 기대를 안고 도착한 광주 유스퀘어. 첫인상이 매우 도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웃음이 넘치는 분이었다. 국시수석은 운이 좋아서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는 전남대학교 안연수씨를 만났다. 




Q. 국시원에서 전화 받으실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사실 수석할지는 상상도 못해서. 국시 발표 하루 전에 합격 문자가 온다는 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보통은 4 ~ 6시에 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문자 오기를 기다릴까 하다가 4시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 중간에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이전에도 1등은 아니었고 또 전국 어딘가의 누군가가 나보다 더 잘 봤겠거니 하고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전화가 와서 매우 좋았어요. 


Q. 국시 일등을 하게 된 비법은?

남들 보다 조금 더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친구가 IQ테스트 게임기를 가져온거예요. 그런데 점수가 너무 낮아서. 그래서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본과에서도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못하니까 좀 더 해야 되겠다 생각하고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항상 친구 가고 난 후 10분만 더 공부해야지. 좀 더 해야겠다. 이걸 공부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또 공부양이 너무 많으니까 중요한 것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동화나, 교수님이 수업하신 것을 덧붙여서 여러 번 보면서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혀가면서 공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또 이렇게 하려면 이걸 언제까지 봐야지 다음 범위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계획을 세우려고 했었구요.


Q. 원래 학교 내신도 계속 수석을 하셨던 건가요?

그런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1등 2등 번갈아 가면서 하다가 마지막에는 제가 1등으로 졸업을 하긴 했어요.(웃음) 근데 그 과정에서 2등을 한 적이 1등을 하던 날보다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압박감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이 있어서 좀 더 겸손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고. 이번에 국시를 잘 본 것도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저보다 실력이 좋은 친구들도 있을 수 있는데 제가 점수가 좀 더 나와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서게 되었는데 그 친구들이 조금의 차이로 마음아파 할 수 있으니까 미안하기도 한 느낌도 있고 그런 것 같아요.


Q. 국시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시기는?

9월 되어서 시작했어요. 제가 제일 먼저 실기시험을 봤어요. 졸업고사 보고 나서 7~8월이 되었는데 국시 실기 날짜가 9월 초라서 거의 쉴 시간이 없이 실기 준비를 했어요. 실기 공부하느라 거의 국시 공부를 못해서. 저는 늦게 시작한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초반에 실기를 봤던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는 국시밖에 안 남아서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 실기를 보고나면 거짓말같이 그 전에 공부했던 게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워지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효과를 빨리 맛보고 그 후에는 계속 국시 공부를 하고.


Q. 국시 공부 방법은?

정리집을 만들면서 공부를 했어요. 제일 처음에 정리집 만들기 시작한 건 3학년 때 실습돌면서 퍼시픽을 보잖아요. 퍼시픽 내용을 일단 타이핑하면서 정리를 하고 조금씩 중요한 걸 적어보자 하는 마음에 실습 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던 것들을 퍼시픽 정리집에다가 덧붙이는 식으로 나중에 4학년 되어서는 동화를 많이 봤는데 정리집에 계속 덧붙이는 식으로 교과서랑 같이 보면서 정리를 했던 것 같아요. 결국은 단권화가 된 것 같네요.


Q. 정리집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네. 퍼시픽과 동화를 동시에 보지는 않았지만 같이 볼 수 있게 정리된 내용이 정리집에 있으니까 국시 한달 전에는 이걸 항상 펴두고 다른 책과 같이 보면서 공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정리집을 만드는 것은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내용을 반복해서 보게 되니까 잘 잊어버리지 않는 반면에 중요하지 않는 우리가 흔히 탈왕이라고 이야기하는 파트가 나오게 되면 정리집만 맹신하다가는 그런 내용들은 아에 배제를 해버리는 거니까 그래서 너무 이것만 보려고 하기 보다는 이건 정말 참고하고 책을 그래도 봐야지 탈왕들을 한번이라도 눈에 넣어두니까 더 좋은 거 같아요 .


Q. 동화랑 퍼시픽은 같이 푸신건가요? 혹시 다른 요약집 맥잡기나 에센셜은 보지 않으셨나요?

동화만 결국 보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동화랑 퍼시픽을 같이 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지지부진하게 끄는 느낌이 있으면 어쩐지 뒤처지는 것 같아서 이럴 바에는 한 권을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서 노력하자 해서 결국 동화만 계속 봤어요. 또. 맥잡기나 에센셜을 볼 여력이 없어서. (웃음) 사실 친구들이 주변에서 맥잡기를 많이 봐서 볼까 생각은 했지만 결국 보지는 못했어요. 



Q. 그럼 실습기간 동안 퍼시픽의 정리집을 만들고 9월에는 동화를 보면서 정리집에 추가하고 그럼 마지막 한 달 동안에는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정리할 때 중요한 내용이나 정리집만 보고 이해가 안되는 내용들은 그 파트의 퍼시픽과 동화 페이지를 적어두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한 달 동안에 그 부분들을 보면서 다시 스스로 정리를 했었어요. 국시가 워낙 과목이 많다 보니까 국시 한달 전에 그 과목들을 쭉 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정리집 위주로 봤고 거기에 필요한 부분을 다시 동화, 퍼시픽을 찾아서 봤어요.


Q. 그러면 틀리라고 내는 문제들은 어떻게 맞추셨는지

그런 문제는 주로 운이고(웃음) 만약 그런 문제를 맞추고 싶은 후배님들은 일단 수업을 잘 들으시면 좋겠고, 이미 지나가버렸다면 동화든 퍼시픽이던 일단 중요한 내용 위주로 보게 되잖아요. 밑줄이 있고, 굵은 글씨로 되어 있고, 좀 더 욕심이 있다면 그 거 이외에도 좀 더 자세히 밑줄이 안 그어진 내용도 보려고 노력하고 또 기본항목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정도는 교과서의 그 파트만 읽어본다던지. 기본항목 꼭 나오는 내용이니까. 문제 옆에 나오는 풀이같은 부분도 읽어보고. 그 내용 속에도 중요한 게 많으니까.


Q. 내신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희 학교에 학습부가 있어서 강의 내용을 노트필기를 해요 먼저 그 노트를 보고 공부를 하고 그걸로 정리를 먼저 하고 그럼 정리본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걸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교수님 강의안의 내용을 붙이면서. 또 학습부 친구들이 노트필기 해줄 때 족보 페이지를 적어줘요. 몇페이지의 몇 번 문제가 이거에 관련된 문제다 그러면 그 부분을 펴서 읽고, 그런 식으로 족보보고 나중에 마지막에 가서는 학습부 친구들이 정리 못한 부분만 다시 보구요.

Q. 그럼 내신 준비기간이 총 어느 정도 걸리는 건가요?

그래서 상당히 오래 걸렸어요. 정리하는데 안 좋은 점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거의 계속 공부를 했어요. 수업이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해서 노트도 이번년도 노트는 좀 더 늦게 나오니까. 작년 노트를 먼저 보고 수업 끝나면 바로 정리하고 간간히 놀기도 했지만 그래서 아마 내신 공부 할 때는 시험 기간에도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시험기간 아닐 때도 그날 공부한 것은 그날 복습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사실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 시험기간에 말리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어요. 


Q. 공부가 안될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성공하신 분들의 에세이를 좋아했는데 좋은 구절을 타이핑을 해서 그걸 힘들 때마다 읽으려고 정리를 했어요. 제가 좋아했던 말이 ‘자기가 열심히 공부를 했다면 학점이 A이든 B든 중요하지는 않다. 어차피 학점이 공부한 그 자체를 대변해 줄 수 없어서 학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구절을 보면서 암흑의 시기 때 힘도 얻고,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 때 많이 봤었어요. 공부하다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가 오니까.

정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심야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또 모르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는 혼자 끙끙 앓기 보다는 인턴시험을 공부하고 계신 선배님들께 물어봐서 같이 토의하고 책도 찾아보고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모교에 남으셨는데 그 이유는?

학교 다니면서 커리큘럼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실습하면서 보게 되는 병원 환경이라던지 교수님들의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상당히 좋아서 애교심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물론 많은 친구들이 서울로 가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내가 알고 있는 교수님 아래에서 또 전국적으로 뒤처지는 병원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는게 넓은 스펙트럼 하에서 보는 의사의 삶에도 상당히 이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모교에 남기로 결정을 했어요.


Q.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말

수업을 잘 들으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수업을 잘 들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매주 토요일 시험이면 금요일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시험공부를 하고는 했어요.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배님들은 수업을 잘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직접 강의를 들으면서 배우는 시간은 1-2학년 때인데, 그 때 기억이 의학적인 지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시험에 탈왕문제가 나오면 이 문제는 퍼시픽이나 동화에서도 못 보고 정말 처음 본 문제인데 수업을 들었던 내용이면 어디에선가 기억이 나서 나도 모르게 체크를 하게 되고 그래서 맞았던 문제도 있어서 수업을 잘 들었으면 도움이 되었겠구나. 마지막에 오면 중요한 내용 위주로 공부를 하다 보니까 그런 포인트를 잡기가 힘든데 수업에서 교수님들이 강조한 내용은 더 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 것에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문한빛 기자/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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