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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사람을 얼린다?!

- 냉동 보존과 인공 동면... 더 이상 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50주년을 맞이한 최초의 냉동인간, 그 현재와 미래


1967년 1월 12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지낸 제임스베드퍼트 박사가 간암으로 만 73세의 나이에 숨을 거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신은 바로 냉동 처리되어 특수 냉동 캡슐에 보존되었다. 때문에 그는 법률적으로는 사망하였지만 간암을 완치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정착되었을 때 그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냉동 보존 인간이 된다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냉동 보존 인간이 되었고 또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이하 알코어)’ 은 인체 냉동 보존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1972년부터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총 149구의 시신이 냉동인간이 되었고 사망 후 이를 희망하여 가입한 회원의 수도 무려 1101명이다. 전신 보존이 150,000달러 (약 1억 7190만원), 뇌 보존이 80,000달러 (약 9160만원)임을 감안한다면 분명 적지 않은 수이다.

그렇다면 냉동 보존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미꾸라지와 같은 작은 생명체들은 액체 질소에 넣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얼렸다 해동시켜도 생명활동에 거의 지장이 없다. 하지만 보다 복잡한 생명체인 사람의 경우 장기간 얼렸다 해동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알코어 사 회원들의 경우 위치추적이 가능한 팔찌를 차고 다니는데 숨을 거둘 즈음하여 재단의 의료진이 출동한다. 그들은 숨을 거둔 시신에 심폐소생장치를 이용하여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이어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처리를 한 후, 에리조나에 위치한 회사 본부로 시신을 옮긴다. 그 후, 수송된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여 늑골을 분리한다. 체액이 얼면 부피가 커져 세포막이나 혈관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체액을 빼내고 특수액체를 대신 집어넣는다. 그리고 시신을 냉동보존실로 옮긴 후, 특수액체를 부동액인 ‘DMSO’로 대체하고 시신을 영하 196℃ 로 급속 냉각하여 질소탱크에 보존한다. 

스스로가 냉동 보존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성공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이 기술에 회의감을 가지는 연구원들은 우선 부동액 ‘DMSO’가 상당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 부동액의 독성으로 인해 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냉동인간의 해동과정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명쾌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쥐나 미꾸라지 등의 작은 개체에게 적용되는 해동 방법이 부피가 큰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살리기 위해 얼린다, 저체온 치료술의 아이러니


저온에서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후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은 냉동 보존 이외에도 존재한다. 바로 살아있는 사람을 저온 보존하는 인공동면과 저체온 치료술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 속 우주인들은 머나먼 우주여행을 떠나기 위해 캡슐에 들어가 인공적으로 오랜 잠에 든다. 흔히 인공동면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통해 실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엔케팔린’ 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안전하게 인체에 주입하면 사람도 인공적으로 동면할 수 있다. 실제로 엔케팔린은 모르핀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인공동면 지지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직 인공동면 기술은 실현되고 있지 않지만 핵심개념을 응용한 ‘저체온 치료술’은 수술실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저체온 치료술이란 말 그대로 치료를 목적으로 신체를 35℃ 이하의 저체온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심정지 저체온 치료법’은 몇 해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료에 이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치료법은 심정지 후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권장되는데 신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아직까지 저체온이 뇌손상을 막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생성과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

미국에서는 ‘초저체온 수술’도 계획하고 있다. 보통 신체온도가 30℃ 정도면 심장박동이 멈추고 18℃ 이하로 내려가면 두뇌활동이 정지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초저체온 수술은 이 사실을 이용한 수술 방법이다. 수술실에서 의사는 환자의 몸에 차가운 생리식염수를 주입하여 체온을 10℃ 이상 낮추어 의도적으로 생리작용을 멈추게 한다. 일명 ‘인공가사상태’로 생명을 유지하는 작용이 모두 멈춘 상태에서 의사는 뇌 손상 걱정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이 끝나면 차가워진 혈액을 인공심폐기로 데운 후 몸속으로 넣으면 된다. 아직 사람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합병증의 우려가 남아있지만 실현된다면 의료기술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박서희 기자/경상

<seoheepark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