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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얼마나 아플 수 있을까?

- 신경성, 스트레스성 질환... 사실은 신체화증후군

- 소화불량, 관절염 등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

 

 

 

“유명한 의학 용어 중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실제로 치료 효과가 하나도 없는 가짜인데도 불구하고 약을 먹었으니 나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병이 진짜 낫는 현상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크든 작든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는 어떨까? 내가 지금 몸이 안 좋다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아플 수 있을까?”
“시험기간이 다가와 열심히 공부중인데 언젠가부터 전혀 상관없는 발목, 무릎이 아프다. 병원에 가보면 스트레스성, 신경성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친구가 엄청 예민해 보이기에 왜 그러냐 물었더니 신경성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그냥 원인을 모르면 신경성이라고 하는 건가? 의사가 돌팔이 아니야? 신경성 질환이 정확히 무엇이며, 다른 원인은 정말 없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내 신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특별한 원인 없이 아프게 되는 현상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슈테켈은 1924년 이러한 현상에 ‘신체화(somatization)’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붙여 사용했다. 당시 그는 신체화를 감정의 상태가 신체 증상으로 전환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이 현상을 의학을 이용해 치료하려고 하기 보다는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하여 내린 결과이다. 신경과 의사였던 프로이트는 신체화와 관련하여 전환(controversion) 반응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정신적인 것이 신체적인 것으로 변하는 모든 반응이 아니라, 정신 내용이 의식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 거부되고 신체에서 왜곡되어 나타나는 반응이다.
두 학자와는 다르게, 현재 신경정신학에서 신체화 증후군은 신체질환을 시사하는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신체질환이 아닌 심리적 요인이나 갈등에 의하여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는 증후군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꾀병이나 과장된 것이 아닌 실제로 오랜 기간에 걸쳐서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고, 이 증상이 심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많이 하면 배가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일반적으로 배가 아프면 자극성 음식으로 인한 위염이나 위궤양, 또는 헬리코박터균 등의 감염을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체화 증후군은 이러한 원인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으면서 아프다. 또한 증상이 심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심리적 원인이었던 공부 스트레스가 없어져도 계속 복통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신체화 증후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소화불량이다. 소화 문제로 병원에 가면 ‘신경성 위염’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 신경성 위염은 사실 없는 말이다. 의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다.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 등 감정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을 겪는 경우이다. 감정의 조절을 위해 자율신경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소화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원인을 제거하도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기복 없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현재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치료는 위산 분비 억제제, 위장 운동 촉진제를 투여하거나 장내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의 효과는 분명히 한계가 있음이 논문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스트레스 및 심리 불안정으로 많이 생기는 또 다른 질병은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관절염이 악화되고 피로가 누적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Radboud 대학의 Evers 박사는 80명의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를 6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평상시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관절이 부풀고, 피로도가 증가하며 병이 악화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류마티스성 관절염 모두 건강하던 신체에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질병들이다.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나의 정신이 나의 신체를 힘들게 하지 않도록 하자.

 

 

이치원 기자/중앙
<1inamillion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