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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봉사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특히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재능기부가 활발해 지고 있다. 예비 의료인인 의대생들은 특히나 의료 봉사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해보았을 것. 봉사와 사회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점차 다양해지는 의료 봉사 단체 중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MSF)는 의대생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봉사 단체일 것이다.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의 분쟁지역, 의료 혜택을 전혀 받지 못 하는 오지 등 의료보건취약 지역에서 흰 깃발 아래 흰 옷을 입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의 사진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며, 미래 의료인으로써 소명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경없는의사회는 정확히 어떤 단체이고 어떻게 활동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1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지부의 문을 두드려 보았다.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MSF)는 1971년 프랑스에서 의사와 기자들에 의해 설립된 국제 의료 인도주의 비영리 독립단체다. 60여개 국에서 분쟁, 질병, 영양실조, 자연 재해, 인재에 고통 받는 사람들과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긴급 구호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시아에서는 3번째로 2012년 2월 한국지부가 공식으로 출범하였으며 현재 9명의 직원이 상근 중이다. 직접 현장에 나가 활동하는 현장 활동가에는 의료인을 포함해, 인사 및 재무를 담당하는 행정가, 물류나 안전, 식수 및 위생을 담당하는 로지스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의료인 누구나 MSF에서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의 경험, 영어 혹은 불어 능통, 현지 활동을 잘 견뎌 낼 수 있는 성향 등의 조건이 만족 될 시, 서류와 면접을 통해 MSF에 등록 될 수 있다. 등록 되고 나서도 바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MSF 각 지부에서 만들어진 mission에 대해, mission 조건에 맞을 시 파견 나가는 식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Mission에서의 필요에 의해서만 분야별 인력을 파견하기 때문에 현지 활동가로서 의료인의 활동은 제한적이며, 의료인의 MSF 활동은 직업보다는 단기 mission 수행 식으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마침 찾아간 날은 현장 활동가 권정은 선생님의 활동 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직접 다녀온 마취과 권정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선생님이 다녀오신 활동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마취과 전문의로서 2008년 7~8월에 아프리카 서쪽에 있는 말리의 팀북투로 봉사를 다녀왔어요. 룩셈부르크의 국경없는의사회 지부에서 주도한 mission으로 vaginal fistula를 앓는 여성들을 수술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vaginal fistula는 여성이 출산 시 오랜 시간 동안 산고를 겪다보면 질이 방광과 연결되어 출산 후에도 질을 통해 오줌이나 변이 흘러내리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질환이에요. 저는 이 치료에서 마취 담당이었어요. 활동 시에는 그냥 한국 병원서 하듯 마취하는 거라 사실 큰 감흥이 없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질을 통해서 소변이나 변이 흘러나오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상적인 삶이 가능해져요. 삶이 완전히 바뀌는 거죠.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주는 보람이 있는 사업이었다는 생각이 갔다 와서 들었어요. 보람 있었죠.


Q. 어떤 점이 제일 힘드셨나요?
힘든 거야 지원할때부터 수용할 거란 자세를 갖고 지원했고, 현지인이나 동료들도 보살펴 주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굳이 힘들었다면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어요. 그 다음으로는 언어가 힘들었고요. 영어, 불어, 현지어를 통해 여러 언어를 걸쳐야만 대화가 가능했거든요. 먹는 거는 뭐 이것저것 경험해 본다고 생각했고요.
다행이 첫 mission이었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곳으로 간 것 같아요. 전쟁 상황이거나 응급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도 정해져 있었기에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처음 가는 활동가는 내전이나 전염병이 없는 적응하기 쉬운 곳으로 가고, 몇 번 가신 분들은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곳으로 가게 된다고 하네요. 음식이나 화장실이나 날씨, 언어 등이 더 힘든 곳으로 가게 된다고요. 보안 같은 경우는 가드가 항상 옆에 있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곳으로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도 보내지 않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Q. MSF 활동을 통해 선생님이 성취하고 싶었던 것은 이루어졌나요?  
처음에 의대를 갈 때부터 내 역할은 봉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갔었고, 의대를 다니면서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란 말 자체도 굉장히 뜨거운 뭔가를 불러 일으키는 게 있었고요. 거기다 다른 단체들과는 다르게 종교색도 없었고, 특히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크게 감화를 받았던 건 전적으로 90% 이상의 기부금이 민간기부금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는 거였어요.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원으로 간다는 것이 다른 단체를 통해 가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 되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의사가 된 이유 중 하나였고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그 사람들 삶의 변화가 굉장히 크겠다고 생각하니 갔다 와서도 보람이 컸어요.

 
Q. 활동에서 아쉬웠던 점이나, 지원이 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점이 있으셨나요?
일단 아쉬웠던 점은 한국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에요. 홍콩 같은 곳에서는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직장에 자기 자리가 유지가 되요. 예를 들면 제가 어떤 병원을 다니다가 봉사활동을 몇 개월 다녀와도 다시 그 병원에 일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병원을 그만두고 다녀와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되요. 일본 같은 경우는 연금, 우리나라로 말하면 국민연금을 MSF에서 대신 내줘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면 연금이 딱 끊어지죠.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서 우리나라가 NGO활동을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Q. 그만두셔야 한다고 하시는데 그만두셔야 하는 이유가 병원이 이런 활동을 싫어해선 가요?
싫어한다기 보다는 제가 봉사활동을 나가면 다른 인력이 그 자리를 메꿔야 하는 거고 그 다른 인력을 제가 돌아왔다고 해서 내쫓을 수는 없으니까요.


Q. 서포트를 하는 태도는 아닌 거죠?
전혀 아니죠. 다만 로컬에서 계약할 때, 봉사를 많이 다니시는 분들은 일 년에 몇 달은 봉사를 다녀오겠다고 처음부터 하고 계약한다고는 들었어요. 몇몇 의사들이 품팔이처럼 서로 빈자리를 메꿔주면서 봉사를 다녀오기도 한다고요.


Q. 그럼 이런 활동을 한 후에 직장을 다시 구하실 때는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되나요?
전혀 안되죠.(웃음) 잠깐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한 모임이 있었을 때 회장님이 봉사를 다녀옴으로써 더 좋은 의사가 되고 레지던트가 되고 더 좋은 코디네이터가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직장을 구할 때 큰 경력은 안 되는 거 같아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요. 지금 의대생들은 UN이라던가 세계 보건기구를 목표로 해서 경력을 쌓기 위해서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직장을 잡을 때는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아요. 그래서 경력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꿈으로 결정해야 되는 거 같아요.

Q. 앞으로 또 가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실현을 못 하는 건 아무래도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니까요. 저도 가능하면 가고 싶고, 계속 가려고 해요. 다만 생활이 안정되고 나이가 들면요. 같이 활동한 독일 의사 분 중에 60세 넘어서 은퇴하고 그런 활동을 계속해서 다니는 분이 있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Q. 후배들한테 한마디 해주신다면?
보람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살다보면 보람 갖는 경험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국경없는의사회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에요.
NGO에서 일하는 분들이 경제적인 것은 상관없이 무조건 봉사하겠다고 모인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으신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능력이나 스펙이 뛰어난 분들도 많이 계세요. 다만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내가 가진 능력을 더 의미 있는 곳에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계신 거죠. 의사가 되어서도 여러 가지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잘 알고 잘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가진 여러 선택지 중에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이런 봉사가 아닌가 생각해요. 다만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준다고 해서 내가 대단한 일을 한다는 우월감을 가지는 태도는 조심해야겠지요.(웃음)

현재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거리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관심이 있는 남녀노소를 모집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이 국경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www.msf.or.kr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으니, 모금을 통해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해 보면 어떨까? 또한, 5월 5일까지 광화문광장 해치마장에서 사진전 “위기의 땅: 현장에서 온 편지”도 개최 중이니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관심 있거나 궁금한 사람들은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